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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토론의 독설] "윤석열은 398"..."홍준표 아니고 꿔준표"..."오늘은 안 역겹나"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TV토론 마무리... 최후의 일주일 시작

등록|2021.10.31 23:33 수정|2021.11.01 02:11

▲ 원희룡(왼쪽부터), 윤석열, 유승민,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31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10차 합동토론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마지막 TV토론에서도 서로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았다.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본경선의 마지막 TV토론이 31일 오후 KBS 등을 통해 방송되는 동안, 네 명의 후보는 웃는 얼굴로 서로에게 독설을 날리는 장면을 종종 연출했다. 90여 분 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의 인상적인 대결 장면을 몇 가지 모아봤다.

[홍준표] "398 이야기 들어봤나? 이건 안 물으려고 했는데..."
[윤석열] "홍준표 아니고 꿔준표... 수준을 높여서 하시라"
 

▲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10차 합동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전 검찰총장)는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국회의원)에게 "홍준표가 아니라 '꿔준표'라고 해서, (홍 후보 지지자들은) 본선에 가서는 전부 더불어민주당을 찍을 사람들"이라며 홍 후보의 지지율이 역선택에 의해 과장되어 보이는 것이라는 투로 꼬집었다. 홍준표 후보가 윤 후보를 향해 "언짢겠지만, 요즘 '398'이라는 이야기 들었죠? (윤 후보 지지율이) 20대 3%, 30대 9%, 40대 8%"라고 일부 여론조사 통계를 인용하며 비난하자 응수한 것이다.

이날 홍준표 후보는 "내가 오늘 이 이야기 안 하려고 했는데, 아까 또 이상한 이야기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한다"라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최근 여론조사 수치를 인용했다. 홍 후보는 검찰의 소위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는 여론이 더 크다고 나온 KSOI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공세를 폈다.

윤 후보는 "희한한 통계만 또 뽑았다"라며 "정치공작이라는 응답이 훨씬 퍼센티지가 높은 통계들도 많이 있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웃으면서 "KSOI가 민주당하고 우리 홍 후보한테 (지지율이) 잘 나오는 여론조사 아니냐"라며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하라"고 다그치자, 홍 후보는 웃으며 "내가 제일 잘 나오는 건 KBS"라고 응수했다. 홍 후보가 "이 건(여론조사)은 원래 안 물으려고 했는데…"라고 얼버무리자 윤 후보 역시 웃으며 홍 후보가 준비한 자료들을 가리킨 뒤 "거 다 가지고 오셨는데 뭘 안 물으려고 했느냐"라며 "거 수준을 좀 높여서 하시라. 마지막 날인데"라고 불만을 표했다.

[원희룡] "나보고 역겹다더니, 오늘은 역겹지 않나"
[홍준표] "질문 자체가 역겨웠던 것... 마음 상한 것 같은데 사과한다"

 

▲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10차 합동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홍준표 후보는 원희룡 후보로부터 집중적인 견제구를 받았다. 홍 후보는 "내가 만약 후보가 되면, 원희룡 후보가 대장동 비리 TF 총괄 책임자를 좀 해주시면 훨씬 좋을 것 같다"라고 제안했다. '대장동 일타강사'로 자임하는 원 후보의 전문성을 평가하면서도, 대선 후보 선출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은근히 꼬집은 것이다.

원 후보는 홍 후보가 과거 페이스북에 자신을 비난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 "역겹지 않느냐? 역겹다고 했는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그런 질문을 하니까 그렇다"라며 "해주기 싫으면 TF팀장 할 사람 또 있다"라고 말했다. 원 후보가 "홍 후보야말로 과거 모래시계 검사셨으니까 (TF 팀장) 잘 하실 것 같다"라고 비꼬자 홍 후보는 "수사 실무를 떠난 지 오래됐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두 후보의 신경전은 계속 이이졌다. 원 후보가 "대장동 말고 이재명 후보가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시죠?"라고 질문하자, 홍 후보는 "말하는 투가 그런 식이니까 밖에서 보시는 분들이 (역겹다고 하는 거다), 다른 후보를 '모르시죠'라며 가르치려 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그래도 오늘은 대답은 잘하신다"라며 지난 토론 때 수소경제나 탄소세 등을 두고 홍 후보가 답변을 회피했던 점을 겨냥했다.

이후 주도권 토론 기회를 얻은 원 후보는 "홍 후보는 지난번에도 자기 공약을 물은 것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 보이셨는데, '원 팀'이 되려면 그(정책)에 대해 진지한 태도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재차 질문했다. 홍 후보가 "시간이 다 됐다"라며 즉답을 피하자 원 후보는 "같은 (당의) 후보가 역겨우냐"라고 재차 물었다.

홍 후보는 "질문 자체가 역겨웠던 것"이라며 "질문해서 상대방을 당혹시키려고 하는 의도로 하는 게 역겨웠다"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공약에 대한 질문이 역겨우냐"라며 "그런 자세는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토론 중 두 후보가 사과를 주고 받긴했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가시지 않았다. 홍 후보가 "마음이 좀 상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유감 표명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제가 좀 과했던 것 같다"라고 하자, 원 후보는 "사과해주셔서 고맙다"라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후 토론에서 원 후보가 "빈 깡통 같다"라고 재차 공격하자 홍 후보 역시 "그런 식으로 비난하는 건 마지막 토론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응수했다.

[유승민] "지지자 폭행사태, 후보가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
[윤석열] "굳이 이걸 오늘 같은 날 해야 하나"

 

▲ 유승민 대선 경선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10차 합동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유승민 후보(전 국회의원)는 윤석열 후보에게 지지자들 간 폭력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윤 후보 지지자들과 유 후보 지지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계속되자, 이에 대한 책임 있는 한마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관련 기사: 폭력 사태 얼룩진 국민의힘 경선... 당 선관위, 자제 요청 http://omn.kr/1vsrc)

유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이 돌아오자 "이건 정말 불미스러운 일에 관한 것"이라며 전날 있었던 폭행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유 후보가 "폭행당한 분들도 다 저희 당 지지자"라며 입장 표명을 요구하려 하자 윤 후보는 "어제 여의도에서 뭘 했느냐"라며 "어제 이야기는 못 들었다"라고 반문했다.

유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따지는 게 아니다, 윤 후보가 직접 폭행한 것도 아니고 윤 후보의 캠프 사람이 그랬기 때문에…"라고 말을 이어가자, 윤 후보는 "캠프 사람이 거기를 왜 오겠느냐? 지지자들이 그냥 오시는 거다, 그래서 캠프 관계자가 그걸 말렸고, 그렇게 큰 충돌은 아니었다고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굳이 그걸 오늘 같은 날에 해야겠느냐"라고 헛웃음을 보이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유 후보는 "이런 자리에서 후보가 좀 사과하셔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 소중한 시간에 말씀드렸다"라며 "사과 안하시겠다면 됐다"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우리 캠프 관계자는 오히려 맞았다고 하더라"라며 일방적인 폭행이 아니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원희룡] "지난 대선, 홍준표-유승민이 독자 출마해서 졌다"
[유승민] "4년 전 원희룡이 몸담은 당의, 원 후보가 뽑은 후보로 나갔다"
 

▲ 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10차 합동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유승민 후보는 한때 바른정당의 '동지'였던 원희룡 후보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 발끈하기도 했다.

원 후보는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한 것을 언급하며 "4년 전의 악몽이 생각난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를 가리키며 "(지난 대선에서) 여기 계신 두 분이 독자 출마해서 야권 분열 대선을 치러서, (야권) 표를 합하면 이길 수 있었던 유권자 분포임에도 불구하고 (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는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듣는다)"라며 유 후보와 홍 후보를 정조준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자신의 남은 발언시간을 활용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방금 원 후보 말씀 중 제가 이해를 잘 못하겠는 게 하나 있다"라며 "4년 전 대선 후보로 나갔을 때 원희룡 후보가 몸담은 그 당의, 원 후보가 뽑은 후보로 나갔다"라고 지적했다. 보수의 지난 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한 부당함을 성토한 것이다.

유 후보는 "자기가 뽑아놓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우리 바른정당 같이해놓고"라고 거듭 비판했다. 발언 시간을 모두 쓴 원 후보는 "말씀하시라, 답변 시간이 없으니까 듣겠다"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말씀하지 마시라. 답변 시간도 없는 분이"라며 "이제 와서 4년 있다가 그런 말씀하시는 건 좀…"이라고 꼬집었다.

발언 기회가 없는 원 후보가 "안철수 대표와 악연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하자, 유 후보는 "(토론) 룰을 지켜주시라"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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