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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이 불편한 오세훈 "재정 독립이 TBS의 진정한 독립"

시민단체 위탁 사업 832억 줄인 예산안 발표... 서울시의회와 갈등 불가피

등록|2021.11.01 14:52 수정|2021.11.01 15:37

▲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월 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민생과 일상의 회복 ▲사회안정망 강화 ▲도약과 성장을 3대 투자중점으로 설정하고 내년도 예산을 올해 대비 9.8%(3조9천186억원)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748억원으로 편성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 교통방송 출연금과 주민자치 관련 예산안 삭감을 골자로 한 시 예산안을 1일 내놓았다. 전임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 방향과는 배치되는 방침을 내놓음에 따라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와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는 44조748억 원의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책정된 예산 40조1562억 원보다 9.8%(3조9186억 원) 늘어난 액수다.

이중에서 TBS 출연금을 올해 375억 원에서 123억 원 깎인 252억 원으로 책정하고,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민간위탁 보조사업 832억 원을 절감한 것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구체적인 사업별로는 사회적경제 민간위탁 사업비 121억 원을 64억 원으로 47.1% 줄였고, 주민자치 민간보조금을 270억 원에서 137억 원으로 49.3% 줄였다. 자치구 마을생태계 조성사업 지원금은 80억원에서 12억 원으로 85% 삭감됐고, 권역NPO지원센터 사업비도 1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68.4% 줄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관행적·낭비적 요소의 재정 지출을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재정 혁신을 단행해 총 1조1519억 원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반면, 오 시장의 공약 사업인 안심소득 시범사업에는 74억 원, 서울런 사업 관련해서는 온라인 교육플랫폼 구축 및 운영(113억 원), 서울형 멘토링 사업(55억 원) 등에 168억 원의 예산이 각각 투입된다.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미달 소득분의 50%를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와 이달까지 협의를 마치는 대로 서울시의회 승인을 받아 내년 첫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의 TBS 출연금 삭감은 이 방송국 간판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다스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통방송으로 본업에 충실해야 할 아침 황금시간대에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방통위 경고를 받은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프로그램이 정치 편향성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무엇인지 여러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 'TBS 출연금 삭감이 정치 편향성과 진행자 김어준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TBS가 이미 독립을 선언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명실공히 독립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예산을 (삭감해) 책정했다"고 답했다.

"TBS가 (서울시로부터) 독립을 한다는 것은 권리와 권한도 독립해야 하지만,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함께 독립돼야 진정한 독립이다. 재정의 독립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는 점은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 관련 기구가 꾸준히 제기했던 논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TBS가 이미 독립을 선언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명실공히 독립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예산을 책정했고, 공영방송 KBS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서울시 정책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을 하려면 재정 자립이 선행돼야 하고 그 힘은 광고 수입에서 나온다는 원칙에 따라서 예산상의 변화가 마련됐다."
 

오 시장은 "TV나 eFM(영어 FM)은 상업광고가 허용되지만 FM 라디오의 경우 상업광고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TBS) 사장의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독립의 힘으로 정부와 서울시 정책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언론탄압, 방송법 위반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것이 정치적 주장이고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것을 법률 해석으로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의 논리는 "공영방송 공정성 확보의 궁극적 해법은 민영화"라는 국민의힘 홍준표 경선 후보의 주장과 맞닿아있다.

오 시장은 주민자치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를 표방하지만 특정인 중심의 이익 공동체를 형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케이스들이 종종 있다"고 몇 가지 사례를 예시했다.

"마을공동체지원 사업의 경우 Y씨가 중심에 있다. 이분이 설립한 사단법인 마을이 창립 4개월만에 수탁받고 그 이후로도 서울시 재정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그 단체에 지원됐다. 청년활력공간(청년청)과 서울혁신센터는 J씨,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경우 S씨와 L씨가 수탁 법인 선정 전에 센터 설립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단계에서 정책기획단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사회투자기금은 또 다른 L씨, (서울숲 위탁 운영기관인) 서울그린트러스트는 또 다른 L씨, 두꺼비하우징의 경우 도시재생뿐 아니라 사회주택 사업까지 진출해 전문성 논란에도 활동 영역을 확장했는데 여기에도 다른 L씨(가 개입했다). 이렇게 시민단체를 표방하지만, 과연 시민들이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논쟁의 여지가 다분하다."


오 시장은 이어 "내가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ATM기'라고 했더니 과격한 표현이라는 반론이 있었다"며 "그러나 행정안전부 예산편성운영 기준에 따르면 민간위탁금으로 보조금 성격의 민간 지원을 할 수 없다. 중간지원조직에 민간위탁금이 나가게 되면 그 단체가 그 돈으로 다른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금지돼 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원칙에 어긋나는 보조금 지원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시의회, 국정감사장, 언론에서 수년간 지속해서 나왔다"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한 것을 '전임 시장 지우기다' '시민협치 부정이다' 심지어는 '민주주의 파괴다'라고 하는 반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11월 중순에 두어 개, 11월 말에 세 개 정도 '서울시 바로 세우기' 감사 결과를 시민께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 정례회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2일)까지 시민단체를 겨냥한 감사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는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시의원 110명 중 99명을 차지하는 구도에서 오 시장의 뜻이 그대로 관철될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시의회도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마지막 예산 심의인만큼 16~18일 이어질 시정질문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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