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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 분노, K팝 시위'... NYT가 분석한 K콘텐츠 열풍

'한국은 어떻게 문화강국이 됐나' 분석 기사, "온라인 타고 세계 시장 장악"

등록|2021.11.04 14:38 수정|2021.11.04 14:38

▲ 한국 문화의 세계적 열풍을 분석한 <뉴욕타임스> 기사 갈무리. ⓒ 뉴욕타임스


"한국은 어떻게 문화 거물(Cultural Juggernaut)이 되었나?"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전 세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한국 문화의 성공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NYT는 3일(현지시각) "한국의 명성은 수십 년 동안 현대자동차나 LG 휴대전화 등으로 정의됐지만, 이제는 블랙핑크 같은 K팝 스타와 드라마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 등 한국 문화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은 상대적으로 문화 수출이 부족해 아쉬워했지만, 현대나 삼성이 미국, 일본 기업의 제조업 기술을 벤치마킹했듯 한국의 콘텐츠 제작자들도 미국 할리우드를 비롯한 선진 엔터테인먼트를 공부하고, 그것에 한국만의 감각을 더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한국은 영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방탄소년단(BTS)은 전 세계의 최고의 밴드는 아니더라도 분명 최고의 밴드들 중 하나가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문화 생산량은 반도체와 같은 주요 수출품에 비해 여전히 미미하지만,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hard to measure) 영향력을 끼쳤다"라며 북한이나 중국이 한국 문화를 불건전하고 악성적이라고 비난하며 유입을 막으려고 하는 것도 덧붙였다.

"한국, 중국보다 체급 작아도 문화 파급력은 훨씬 강해"

NYT는 한국 문화가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며 지리적 장벽을 허물었고, 이를 통해 기존 방송사 시스템에서 벗어나 달리 자금력과 창작의 자유를 확보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최근 수년간 80편에 달하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했으며, 이는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라며 "현재 기준으로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10개의 드라마 가운데 3편이 한국 드라마일 정도"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은 영상 콘텐츠의 폭력성이나 심한 노출을 규제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훨씬 덜 통제를 받는다"라며 "지금까지 문화를 검열하려고 했던 한국 관료들의 노력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이제는 남성 K팝 스타들의 병역 연기를 논의하거나 공공장소에 거대한 오징어 동상을 설치하는 등 정치인들이 앞장서 한국 문화를 홍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 덕분에 한국은 국가가 주도해 문화를 수출하려는 중국보다 체급이 작으면서도 훨씬 더 강력한 문화적 파급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NYT는 한국 문화의 성공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징어게임> 이전에 <겨울연가>가 있었고, BTS보다 먼저 빅뱅과 소녀시대가 아시아 시장을 휩쓸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 600만 불의 사나이 >, <마이애미 바이스> 등 할리우드 작품을 보며 기본을 배웠고, 한국적 색채를 더해 다양한 실험을 한 덕분에 넷플릭스 시대가 도래했을 때 우리는 이미 경쟁할 준비가 돼 있었다"는 서재원 작가의 말을 전했다.

"영화 <도가니> 보며 성폭력에 분노하고, K팝 부르며 탄핵 시위"

또한 NYT는 "한국이 전쟁과 독재, 민주화, 빠른 경제성장을 겪으면서 콘텐츠 제작자들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라며 "이를 통해 소득 불평등이 만들어낸 절망과 갈등 등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오징어게임>을 제작한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영화 <도가니>를 거론하며, "2011년 한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를 통해 한국에서 전국적인 분노가 일었고, 정부가 전국의 장애인 학교를 대상으로 성폭력 사건을 찾아내도록 만들었다"라고 강조했다.
 

▲ 황동혁 감독의 영화 데뷔작 <도가니>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또한 "한국의 K팝 스타들은 정치적 발언을 거의 하지 않지만, 2016년 이화여대 학생들이 교내 시위를 벌이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불렀고, GOD의 '촛불 하나'는 박근혜 정부를 축출한 '촛불 혁명'의 비공식 주제가였다"라고 소개하며 "K팝은 한국의 활기찬 저항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라고 설명했다.

'K팝 아이돌들'의 공동 저자인 이학준 경일대 교수는 NYT에 "한국 제작자들은 해외에서 인기있는 것들을 발 빠르게 모방하고, 더 흥미롭게 덧입혀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NYT는 "한국 콘텐츠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전투력"이라며 "이는 상향 이동에 관한 사람들의 좌절된 욕구, 분노 및 대중 활동의 동기가 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집에 갇혀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 사람들도 이런 주제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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