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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난 받은 심상정 "윤-안-김, 다 메이드인 민주당"

[현장] 축하 난 전달 17분 회동서 미묘한 신경전... "벌써 장관 혼내나" 심, 이재명 우회 비판도

등록|2021.11.16 17:35 수정|2021.11.16 22:19

▲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오른쪽)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 "어제 기자들이 왜 다른 세 분은 한날 다 축하 난을 받았는데 심상정만 다른 날 받냐고 질문을 많이 하더라. 그래서 제가 말한 게 다른 세분은 민주당에서 키우신 분들 아니냐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 김동연 후보는 장관, 안철수 후보는 대표를 거치셨으니까. 다들 '메이드인' 민주당 후보 아니신가. 아예 뿌리가 다른 '찐' 야당 대통령 후보는 저 혼자 아닌가(웃음)."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 "메이드 인(made in)은 아니고 메이드 바이(made by)입니다."
 

16일 오후 국회 본청 정의당 대표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간 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이 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한 자리에서다.

심 후보는 전날 이 수석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만 먼저 만나 대통령 축하 난을 전달한 것을 언급하며 "마지막이 주인공인 것이라고 이해하겠다"라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이 수석은 즉각 "난은 제일 늦게 전달했지만, 후보가 되시고 나서 제가 따로 비공식적으로 축하 인사를 드렸다"고 받아넘겼다.

이어 이 수석이 "이번 선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전과 정책이 잘 안 보인다고 하는데,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심 후보께서 정책선거, 비전선거가 되도록 길잡이 역할을 잘 해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심 후보는 "저한테 뭘 주는 것도 없이 바라는 게 굉장히 많더라" 하고 웃어넘겼다. 두 사람은 이날 약 17분간 회동했다.

이철희 "정책 선거 길잡이 돼줘" - 심상정 "주는 것도 없이…."
 

▲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오른쪽)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 자리에서 심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심 후보는 이 수석에게 "예산 정국은 가뜩이나 복잡한데 여당 후보가 당정 조율도 제대로 안 하고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벌써부터 장관을 혼내 대통령께서도 곤란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강하게 비난하며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에 나선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심 후보는 정치개혁 메시지를 강조했다. 심 후보는 "이 수석께선 저와 정개특위를 같이 하셨고 실제 진정한 의지가 굉장히 크셨던 분이라 비슷한 주장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면서 "사실 문재인 정부를 돌이켜보면 정부 초기에 그렇게 초당적 협력을 많이 받은 대통령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심 후보는 "사실 이 정부가 출범할 땐 사람들이 정치에 뭔가 희망적인 기대가 많았던 것 같다"라며 "그 정치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은 정치에 대해 다시 회의감, 또 냉소주의가 팽배하게 됐다"라며 "돌이켜 생각하면 할수록 문재인 정부 때 정치개혁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0년 4월 총선 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편 정국 당시 위성정당을 창당했던 민주당을 상기한 것이다. 심 후보는 "기득권 양당이 정치개혁을 거부하니까, 이번 대선은 시민들이 주도한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대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그런 뜻을 (문 대통령에게)좀 전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 수석은 "심 후보와는 (20대 국회 후반기 당시)정개특위를 같이 해서 그 험난했던 과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때 제가 했던 말이, '제가 당은 민주당에 속해있지만 계는 심상정 계보'란 말도 했었다"고 화답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안착시키는 것이다. 이번 예산도 그 예산을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는 심 후보 지적에 대해서도 이 수석은 "(심 후보가)방역과 관련해 걱정해주시는 건 제가 아는 한 대통령 생각과 거의 일치한다"고 했다. 이 수석은 "심 후보 말씀을 잘 전달하겠다"라며 "걱정 안 끼치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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