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의 레트로 맛집, '전주 난장'을 아시나요?
과거의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 전주 난장
▲ 전주난장 ⓒ 김이삭
전주 포착 : 세상에 이런 박물관이?
20년이 넘도록 신기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SBS의 장수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다른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옛날 물건들을 수집하거나 흘러간 옛날 노래처럼 과거에 유행했던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하루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전동성당과 경기전을 비롯한 명소들을 돌아다니는 전주 한옥마을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들이 두 눈으로 본 순간 '세상에 이런 박물관이?'라며 감탄할만한 곳이 있다. 바로 레트로무드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 '전주 난장'이다.
▲ 전주난장 ⓒ 김이삭
태조로와 은행로를 가로지르는 사거리에서 위쪽으로 쭉 걸어간다면(동학혁명 기념관과 마주하면 반쯤 성공이다) 현대극장이라는 포차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극장에서 더 나아가기보다는 바로 앞에 있는 뒷골목을 향해 오른쪽으로 다시 방향을 꺾어서 40m를 더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 만일 당신이 길을 가다가 '전주 난장'이라는 세로 간판과 오래되어 보이는 하늘색 철제 대문을 마주했다면, 전주의 레트로 맛집을 찾는 데 성공한 것이다.
▲ 전주난장 ⓒ 김이삭
즐기는 길
전주 난장은 단순히 추억의 물건들을 나열한 전시관이 아닌 70여 개의 공간마다 각기 다른 테마에 맞춰 물건을 전시하여 레트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체험형 박물관이다.
더욱이 학교부터 시골집, 고고장, 저잣거리, 군대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 한 사람이 격동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성장해 온 것처럼 짜임새 있는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치 영화 <포레스트 검프>나 <국제시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테마존 중간중간에 나오는 출렁다리는 걸음걸음마다 위태로운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그 시절의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 전주난장 ⓒ 김이삭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는 '쥐를 잡자'같은 과거 표어들이나 다듬이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요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실제로 플레이가 가능한 비디오방의 비디오나, 여러 게임들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오락실이 있다. 그리고 폴더폰부터 수년 전까지도 실제 사람들이 사용했던 최신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테마가 갖춰져 있어서 '어떻게 이걸 다 수집했을까' 하는 놀라움과 함께 옛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 전주난장 ⓒ 김이삭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약속 다방 근처에 전주난장이 있기 전부터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켜왔던, 만들어진 지 무려 110년이 넘는 우물이 있다는 것이다. 이 우물 속에서 두레박을 건져 올리면, 돌아다니느라 지치고 목말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물을 팀별로 1병씩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레트로 체험관인 전주 난장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입이 마르고 닳도록 호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전주난장 ⓒ 김이삭
전주 난장을 나온 후
전주의 한옥마을은 경기전이나 전동성당과 같은 문화재와 잘 어우러지면서 동시에 한복을 입고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특색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러나 여타 관광지처럼 특색 없고 비싸기만 한 길거리 음식과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니며 도보로 관광하는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전동바이크는 한옥마을의 지나친 상업화를 초래하며 그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아쉬웠다.
이 때문에, 전주 난장을 둘러보고 나와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일 전주 한옥마을을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아우르는, 레트로에 특화된 관광지로 조성했다면 어땠을까?'
전통문화와 한옥, 동문예술거리의 홍지서림이나 삼양다방 같이 한옥마을과 그 주변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거나 자리 잡았었던 상점들을 토대로 옛 것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일제 때부터 한옥마을에서 살아왔던 전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전주시가 지금까지 한옥마을의 관광지화에만 신경 썼을 뿐,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을 피하고자 일제강점기 때부터 살아왔던 평범한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http://brunch.co.kr/@isak4703)에서도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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