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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붕어 폐사 때 샘플 미보관... 환경부 관리부실 논란

9월 말~10월 중순 7천 마리 폐사... 환경단체 지적에 낙동강청 "신경 못 썼다" 해명

등록|2021.11.17 17:55 수정|2021.11.17 17:55

▲ 10월 18일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붕어 떼죽음이 발생했다. ⓒ 창녕환경운동연합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발생했던 붕어 떼죽음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낙동강청)이 폐사 당시 물고기와 물(수질), 흙을 제대로 냉동보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관리 부실' 지적이 제기됐다.

<오마이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낙동강청은 16일 우포늪 물고기 폐사 대책반 2차 회의를 열어 폐사 원인 조사·검사 결과와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용역 계획 등을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전문가들은 낙동강청이 폐사 당시 붕어 샘플을 보관하지 않았던 점을 문제삼았다.

2차 회의에 참석했던 창녕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17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어류 폐사를 비롯한 수질 사고가 나면 원인 규명뿐만 아니라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샘플을 냉동보관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창녕환경운동연합은) 당시 폐사한 붕어를 냉동보관했고 이승준 교수에게 전달해 검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환경부는 당시 폐사한 어류 관련한 샘플을 냉동보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용역을 하겠다고 하는데 무슨 자료를 가지고 검사와 연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창녕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우포늪에서는 어류 폐사가 간혹 발생한다. 그런데 낙동강청에는 그동안 축적된 자료가 없는 것 같다"며 "이번처럼 언론에 보도되거나 국회에 거론될 때만 조사·연구할 게 아니라 평상시 모니터링을 해서 자료 축적을 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역시 2차 회의 당시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고 하면 집단 폐사 당시 바로 붕어를 보관해야 한다. 시간이 다 지나고 붕어들을 분석해봐야 원인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낙동강청 관계자는 "당시에는 폐사한 어류의 수거와 처리가 급했고, 샘플 냉동보관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우포늪 붕어 폐사, 복합적 원인에 의한 혼합감염"

한편, 낙동강청은 2차 회의 결과 "우포늪 붕어 폐사는 복합적 원인에 의한 혼합감염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세균 감염과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복합적인 요인으로 폐사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

낙동강청은 앞서 지난 10월 27일 1차 회의에서 외부 요인보다는 용존산소(DO), 수온 상승 등 급격한 환경 변화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질병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어병(에로모나스병)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붕어 사체를 직접 검사한 권세련 선문대 수산생명의학과 교수는 2차 회의에서 "시료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바이러스를 검출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서식지 환경이 나빠진 상태(면역력 약화)에서 세균 및 바이러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폐사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바이러스성 질병은 수온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데 수온이 높았을 때 폐사가 일어났다. 현재 수온이 내려간 상태에서는 폐사가 사라진 것을 보면 바이러스로 인한 폐사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낙동강청은 "이번 물고기 폐사의 유력한 원인을 어병으로 잠정 결론 내었지만, 매년 반복되는 물고기 폐사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적인 용역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역에서는 우포늪의 어류 서식지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어류, 어병, 수질, 식물, 녹조 전문가와 환경단체, 어민 등이 참여해 실효성 있는 어류 폐사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호중 낙동강청장은 "이번에 일어난 가을철 우포늪 붕어 폐사는 2022년에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전문 용역을 추진해서 우포늪의 어류 서식지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현재 우포늪은 습지보존구역, 천연기념물(514호)로 지정돼 있다. 람사르 습지에도 가입해 있으며, 정부가 관리 책임이다.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중순 사이 습지인 우포늪에서 붕어 떼죽음 현상이 발생했다. 환경청은 이 기간 동안 붕어 7천 마리가 죽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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