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이 아프다는 11살 금쪽이, 오은영은 이 진단을 내렸다
[TV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 채널A
세 자매를 양육하고 있는 부부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그들의 고민은 11살 금쪽이의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었다. 몇 달 전부터 금쪽이는 몸에 벌레가 들어간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통증 부위는 머리부터 시작해서 온몸 전체였다. 금쪽이는 매번 굉장히 아파했지만, 이상하게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금쪽이를 데리고 소아과, 영상의학과 등 안 가본 병원이 없지만, 검사 결과는 '문제 없음'이었다. 초음파 촬영도 하고, 머리 MRI도 찍어봤으나 이상 있는 부위는 없었다. 원인이라도 알 수 있다면 치료를 하면 될 텐데, 그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 모두 답답할 따름이었다. 일상에서도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저녁 식사 중, 금쪽이는 어딘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금쪽이는 '자궁'이라는 특정한 부위를 콕 집어 불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간호사인 엄마가 보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러자 금쪽이는 갈비뼈가 아프다며 속상해 했다. 결국 금쪽이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프다는 걸 믿어주지 않자 울기 시작한 듯했다.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대성통곡에 이르렀다. 엄마는 각종 찜질기를 동원하며 달래봤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은영 박사는 엄마에게 '자궁이 아프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물었다. 엄마는 처음에는 금쪽이가 '생식기 주변이 아프다', 머리카락이 들어간 것 같다'고 했는데, 이후 '자궁이 아프다'고 했다며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불안을 호소하면서부터 여기저기 아프다고 했던 것 같다며, 통증의 원인이 '불안'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도대체 금쪽이는 왜 이렇게 아픈 걸까.
오은영은 금쪽이의 나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만 10세인 금쪽이는 작년 급성장하며 사춘기가 시작됐고, 나이에 비해 2차 성징이 다소 빨리 와서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었다. 오은영은 여자의 경우 2차 성징이 시작되면 젖 몽우리가 생겨 아프기도 하고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처음 겪는 몸의 변화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그런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이가 혼자 유튜브를 검색해 젖 몽우리가 유방암 증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여자아이들이 생식기 주변의 불편함을 호소하면 보통 6개월 안에 초경을 시작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쪽이의 발달 시기를 고려하면 2차 성징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금쪽이는 병원에 가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받아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다. 통증이 있어도 MRI에 안 나올 수 있다며 유튜브 영상을 근거로 들었다. 금쪽이는 통증 증상 관련 의학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의심하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다시 통증이 시작됐다고 호소했고, 급기야 눈물이 터져버렸다. 오은영은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은 내가 안전하게 생존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오는 다양한 자극과 정보 내지는 내부에서 오는 자극과 정보를 잘 처리해서 내가 안전하게 생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전이에요." (오은영)
▲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 채널A
금쪽이는 질병에 대한 걱정을 갖고 있었다. 물론 이런 걱정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건강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다만, 불안이 높을 떄는 문제가 된다. 흥미로운 건 금쪽이가 집 밖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금쪽이는 어린이 클라이밍 체험 랜드에서 아픔을 잊고 신나게 뛰어놀았다. 엄마는 그런 금쪽이가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꾀병'이라는 의심도 들었다.
멀쩡하던 금쪽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구급차를 보자마자 병원에 가고 싶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엄마는 좀전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그러냐며 의심하며 따졌다. 그러자 금쪽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집으로 돌아온 금쪽이는 가족들과 대화를 거부했다. 아빠는 금쪽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할 땐 이상하리만큼 멀쩡하다며 그 부분이 가장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은영은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에 실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신체화 장애'라고 한다며 생소한 개념을 언급했다. 신체화 장애는 실제로 통증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꾀병과는 다르고, 가벼운 증상을 과도한 중병처럼 여기는 건강염려증과도 다르다. 실제로 고통이 현존하는데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경우이다. 다시 말해 금쪽이는 진짜 아프다는 얘기였다.
신체화 장애의 진단 기준에는 세 가지가 있다. 최소 네 군데 이상이 통증, 두 가지 이상의 소화기 계통 증상, 한 가지 이상의 생식기 계통 증상이 있어야 한다. 금쪽이의 경우와 딱 맞아 떨어졌다. 본인은 아픈데 의사는 매번 괜찮다고 하니 얼마나 불안이 증폭됐을까. 사정을 알고보니 금쪽이가 참 안쓰러웠다. 다행히도 금쪽이는 심각한 우울 증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금쪽이가 불안을 느끼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엄마는 금쪽이에게 굉장히 친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최근 우정에 금이 가면서 많이 힘들어 했었다고 설명했다. 여러 사람과 두루 친하기보다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성향인 금쪽이에게 친구와의 갈등은 큰 충격이었으리라. 오은영은 긴장돼 있던 금쪽이에게 친구와의 마찰이 방아쇠가 됐을 것이라 분석했다.
민감한 (사춘기) 시기에 교우 관계는 큰 불안 요소였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자 '불안'과 '외로움'이 찾아오게 됐다. 아직 감정 표현이 서툰 금쪽이는 자신의 감정들을 표현하지 못했다. 불편한 감정들은 각종 신체 증상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금쪽이가 느끼는 통증은 내면의 불안과 외로움에서 발현된 금쪽이의 감정의 언어였다.
"마음이 제일 힘들어. 크게 아플까봐 불안해. 나쁜 병에 걸릴 거 같아."
금쪽이는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해도 계속 불안하다며, 불안한 생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며 괴로워했다. 또, 그만 울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불안한 마음이 없어지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동생들과 더 많이 놀아주고 싶다고 대답했다. 엄마가 자신에게만 신경쓰느라 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간과하고 있었던 둘째의 속마음을 들어보기로 했다. 둘째는 엄마가 언니 옆에만 붙어 있어서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힘들까봐 얘기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건강한 딸이 되고 싶다고 대답하면서도 외로웠다고, 늘 혼자 놀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보살핌이 필요한 언니와 어린 동생 사이에서 홀로 견뎌왔던 것이다. 스튜디오는 눈물바다가 됐다.
이제 '금쪽 처방'이 필요한 시점. 오은영은 금쪽이에게 증상을 정확히 설명해줘야 한다면서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체화 장애의 경우 가장 중요한 건 담당 전문의와의 신뢰감 형성이다. 수월한 치료 관계를 맺는 '치료적 동맹'을 조성해야 한다. 또, 검사의 한계와 기간을 분명히 정해줘야 한다. 수시로 병원과 응급실을 찾게 되면 어려움을 해결하는 법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는 인형 놀이를 통해 사춘기 성교육 시간을 마련했다. 몸이 변화를 자연스럽게 설명해주기 위해서이다.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면서 아이들의 성 지식을 향상시켰고, 남녀의 차이를 조금씩 익혀나갔다. 다가올 초경을 위해 선물 세트를 마련했고, 생리대 착용법도 차근차근 알려줬다. 낯설고 두려운 경험이 아닌 편안한 여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 채널A
오은영은 금쪽이를 따로 만나서 상담을 진행했다. 금쪽이의 통증에 대해서 뇌가 보내는 잘못된 시그널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 금쪽이는 이유 모를 고통에 홀로 불안했던 시간에 대해 털어놓았다. 오은영과 금쪽이는 신뢰감을 쌓으며 '치료적 동맹'을 맺어나갔다. 엄마 아빠는 금쪽이의 방 한 켠에 '마음 응급실'을 꾸며놓았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이 곳을 찾아 마음의 안정을 찾기로 했다.
물론 한 번에 나아지지는 않았다. 엄마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는 금쪽이가 난데없이 복통을 호소했고, 엄마는 "이제 네 마음을 조절할 줄 알아야지. 그만해!"라고 몰아세웠다. 무심코 나와버린 엄마의 모진 말에 금쪽이는 다시 눈물을 쏟았다. 마음 응급실을 찾은 두 사람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했다. 서로의 마음에 좀더 진솔하게 다가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금쪽이는 아침에 느끼는 감정을 스케치북 위에 양초로 적어보기로 했다. (시크릿 모닝 페이퍼) 그 위에 물감을 덧칠해 오늘의 감정을 표현했다. 금쪽이는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불안한 마음을 비워내는 작업이었다. 솔루션은 효과가 있었다. 매일 불안에 떨었던 금쪽이는 이제 안심이 된다며 더 이상 고통에 괴로워하지 않게 됐다. 가족들의 절실한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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