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악화"-"리프레시 하시라"...이-윤 갈등 공개 폭발
이준석 대표, 잠행 사흘째 제주서 작심발언... 윤석열 후보 '싸늘'... 당 내부 '분열'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세번째)가 2일 제주의 한 식당에서 제주도당 관계자, 4.3유족회 관계자들과 식사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 제주의소리
잠행 3일째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같은 당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이 자신을 당무에서 배제하고 음해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인사에 대한 인사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해당 인사를 선대위에서 배제하고 당대표 권한 행사를 보장하지 않는 한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일 제주도에 도착해 4.3 사건 피해자 단체 등을 만난 이 대표는 4.3평화공원에서 여러 언론사 취재진과 만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당무를 거부해왔다는 시각에 대해 "이것(잠행 행보)이 당무 거부라는 얘기를 하는데, 우리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이후에 나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라며 "후보의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 등이 교체된 이후 나는 딱 한 건 이외에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라고 했다.
당대표의 고유권한으로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을 권성동 의원으로 교체한 데에 이어 김석기 부총장을 박성민 의원으로, 성일종 부총장을 윤한홍 의원으로 교체한 일 외에는 선대위 측이 이 대표와 논의를 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와 대선 후보를 이간질하는 발언이 계속되고 있으며, 해당 인사를 선대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 핵심 관계자 말로 언급되는 나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들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는 후보가 누군지 알 거다. 모르신다면 계속 가고, 아신다면 인사조치가 있어야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준석의 제주 작심발언
"당무 공백? 후보 선출 이후 난 당무 한 적 없다... '이준석 홍보비' 발언 인사, 조치 해야"
물러서지 않는 윤석열
"순리대로 풀기 위해 많이 기다려... 이제 뭐 본인도 리프레시 하시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익명 인터뷰하고 다니는 그분, 이제 대놓고 공작질을 하고 다닌다",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_^p" 등의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잠적했다. 이를 두고 술을 마시고 홧김에 올린 글인 것 같다는 당내 인사들의 설명이 있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11월 30일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어제 술을 많이 마신 뒤) 완전히 헤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것을 두고도 이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그게 우발적인 메시지라고 보시는 분들은 그렇게 평가절하하면 안 된다"라며 "분명히 인선 과정에 있어서도 우려되는 지점들을 계속 이야기했고, 지휘체계에 대해서도 제 나름의 우려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갈등 봉합에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날 오후 '스타트업 정책토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순리대로 풀어가기 위해 많이 기다렸고, 여러 방식을 통해서 소통하려고 노력했다"라며 "나도 무리하게 압박하듯이 할 생각은 사실 없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아까 오찬 중에 (이 대표가) 제주도로 옮겨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저녁에 예정된 일정이 있으니 그거 마무리하고, 이제 뭐 본인도 리프레시(기분전환)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늘 밤이라도 이 대표 찾아가라"..."뭘 찾아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당내 고성도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의 한 음식점에서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당대표와 대선 후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법을 두고도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2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윤석열 후보와 당 상임고문단의 오찬 자리에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신경식 상임고문은 윤 후보에게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당장 오늘 밤이라도 이 대표가 묵고 있다는 곳에 찾아가라"라며 "윤 후보가 검찰에서 법을 휘두르던 성격을 가지고 정치를 하면 잃어버리는 표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충고했다.
그러자 권해옥 상임고문은 "뭘 찾아가"라며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 사람들이 권 상임고문을 말렸고, 김병민 대변인이 "권 상임고문 말씀까지 청해 듣고 비공개로 하자"라고 말하면서 상황은 진화됐다.
같은 날 오후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끝내고 나온 의원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국회 본청을 나가던 한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의총에선 별 얘기 없었다"라면서도 '누가 먼저 사태 진화에 나서야 된다고 보느냐'는 물음엔 "이준석이가 그러면 안 된다. 당 대표가 그러면 되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윤 후보가 없는 우리 당은 상상이 안 되지만, 이 대표가 없는 우리 당도 말이 안 된다. 이 대표가 2030 지지를 모아온 것 아니냐"라며 "맏형(윤석열)이 손 내밀어야 한다"고 봤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지인과의 오찬을 위해 식당을 찾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인사차 잠시 방문한 뒤 식당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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