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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5천원 더 내세요"? 뷰티샵의 정확한 가격을 알려주세요

"서비스 받고도 속은 기분"... 이·미용업소 옥외가격표시제 66㎡ 이상 시행, 유명무실 지적도

등록|2021.12.06 17:23 수정|2021.12.06 17:23

▲ 11월 중순, 취재를 위해 취재진이 직접 네일아트를 받은 사진이다. ⓒ 김민영


대학생 박지인(23)씨는 경기도 남양주 한 네일아트샵을 방문했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자세한 추가 금액 명시도 없이 '디자인 추가'로 1만 6천원이나 더 결제가 된 것이다. 그는 "네일아트를 받다가 자연스럽게 '디자인 추가'를 이야기해서 추가를 했다"고 말했고, "네일아트가 처음이어서 원래 중간에 자유롭게 디자인을 바꾸고, 추가하는 줄 알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가 당황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해당 네일아트샵의 옥외가격표, SNS와 같이 가격을 확인할 수 있을만한 게 없었고, 심지어 매장 내의 가격표에는 추가금액을 공란으로 비워놓았기 때문이다.

"5000원 더 내는 게 당황스럽고, 기분도 안 좋았지만 딱히 뭐라고 하진 못 했어요. 1:1 시술인데 가격에 대해 따지게 되면 불편한 상태로 시술을 받게 되잖아요." (김태림, 23)

김태림씨도 9월 속눈썹펌을 시술받다가 사전 고지 없이 5천원을 추가로 지불한 경험이 있다. 시술 예약 당시 안내한 3만 5천원은 영양제가 제외된 가격이라며 4만원을 결제한 것이다.

그는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면서 가격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속는 기분이었다"며 "카페나 음식점처럼 정확한 가격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네일아트샵, 속눈썹샵과 같은 뷰티샵(아래 '뷰티샵')은 1:1로 진행되는 서비스이다보니 고객들은 업주에게 직접적으로 가격에 대해 항의하는 게 불편하다는 입장도 있다.

제도는 이미 마련... '66㎡' 안 되는 게 문제

▲ 속눈썹펌과 왁싱을 하는 뷰티샵이다. 역시 가격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 김민영


이런 피해들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는 이미 마련돼있다. 보건복지부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에 따라 이·미용업소 옥외가격표시제를 2013년을 시작으로 시행 중이다. 이·미용업소 옥외가격표시제의 표시의 주요 요령으로는 ▲기본적으로 소비자가 보기 쉬운 업소의 주출입문 주변에 표시 ▲소비자들이 외부에서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글자 크기 및 색상을 사용 ▲소비자 최종지불요금표 게시 ▲고객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품목을 중심으로 최저가격부터 최고가격까지 범위를 표시 ▲부가서비스 선택 시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함께 표시 등이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네일아트, 속눈썹 시술을 제공하는 뷰티샵도 이·미용업소에 해당된다. 즉, 뷰티샵도 옥외가격표시의 의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면적'이다. 옥외가격표시제는 영업장 면적이 66㎡ 이상인 업소에만 해당이 되는데, 상당수의 뷰티샵들은 66㎡ 미만의 소규모 업소이기 때문에 옥외가격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66㎡ 이상 업소라고 해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다양한 뷰티샵들을 점검하는 것도 문제다. 청주시 서원구 위생지도팀 관계자는 지난 10월 기자에게 주로 명절 전후나 민원이 발생할 때 옥외가격표시 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민원을 넣는 경우는 드물어 실질적인 점검은 명절 대목에나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격표시 바라는 소비자, 뜨뜻미지근한 업주
 
이미 뷰티샵에 옥외가격표 대신 가격 문의를 통한 예약 문화가 자리 잡혔고, 가격 표시의 의무가 없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평소 뷰티에 관심이 많은 A씨는 "가격 표시는 소비자의 권리"라며 "특히 뷰티샵의 경우 리터치나 디자인추가, 영양제추가 같은 추가금액이 많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명시를 해줘야 소비자가 안심하고 시술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옥외 가격을 포함해서 요즘은 SNS로 예약을 많이 하고 있어서 인터넷에도 소비자가 가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확한 가격을 명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에게 가격 표시는 가격을 알 권리를 넘어 소비자에 대한 업주들의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이다.

뷰티샵 업주는 다소 미온적이었다. 충북 청주시에서 네일아트샵을 운영하는 B씨는 "가격 표시에는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며 업주가 느끼는 장단점을 말했다. 그는 "고객에게 가격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하지 않아도 돼 효율적일 것 같다"고 했지만 "네일아트의 특성상 디자인이나 색상 추가 등 추가되는 게 많고, 재료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 상세하게 가격 표시를 하기는 어렵고, 타 매장과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 B씨의 매장에도 옥외가격표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오해와 달리 사업자에게도 도움... 가격표시제의 효과
 

▲ 옥외가격표시제 시범사업 추진결과 및 하반기 홍보활동 계획(기획재정부, 2012) ⓒ 김나현


이미 옥외가격표시 요령을 잘 따르고 있는 업소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가격표시제는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라는 것이다. 서울시 노원구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C씨는 "소비자가 가격표시를 하지 않는 업장보다 가격표시제를 엄격하게 시행하는 업장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가격표시제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C씨에 따르면 가격표시제는 사업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제도다. 그는 "가격표시제를 통해 시술 후 소비자와 가격에 대한 불미스러운 마찰을 줄일 수 있으며, 더 정확한 소통이 되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구두로 상담한 가격과 최종 고지가격이 달라 타 미용실과 소비자가 마찰을 일으킨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며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가격표시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최저가만 표시하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최종 가격을 고지하는 동종업계의 행태를 지적하며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었던 이러한 행태는 꼭 바뀌어야 한다. 가격표시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직하게 다가가고 소비자와 미용시설이 서로 신뢰를 쌓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C씨가 언급한 가격표시제 효과는 2012년 내용이기는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가격표시제 시행을 앞두고 발표한 '옥외가격표시제 시범사업 추진결과 및 하반기 홍보활동 계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의 86.4%는 옥외가격표시판이 부착되어 있는 경우 업소 이용 전에 옥외가격표시판의 가격을 확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8명 이상의 소비자가 업소 이용 전에 옥외가격표시판의 가격을 확인할 만큼 옥외가격표시판은 소비자에게 무척 높은 활용도를 보인다.

또한, 응답자의 70.1%는 서비스의 질이 유사할 경우 옥외가격표시 여부를 업소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답했다. 이는 가격표시가 소비자를 유인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응답자의 77.4%는 옥외가격표시가 업소의 이미지와 품질 신뢰도 향상에도 기여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옥외가격표시 업소가 가격 정보 미제공 업소에 비해 이미지가 좋다(40.8%), 가격 대비 품질에 대한 신뢰감이 있다(36.6%)고 응답한 비율을 합산한 결과다. 업계 일부의 우려와 달리 소비자들의 옥외가격표시판 활용도가 높고, 업소 신뢰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조사를 근거로 10년째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옥외가격표시제는 소비자와 업주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대부분의 뷰티샵이 66㎡ 미만이므로 '옥외가격표시'를 포함한 가격 명시 행위는 뷰티샵 업주의 자율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 옥외가격표시제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뷰티샵까지 아우르는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정확하고, 타당한 가격을 알길 바라는 소비자와의 간극은 커져만 간다.

더 많은 공간에서 가격표시 필요

소비자들은 실효성 있는 옥외가격표시제에서 한 발 나아가 더 많은 공간에서의 가격표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나 SNS 등에서 예약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체육시설은 이러한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 예정이다.

개정안은 서비스 내용 및 요금, 환불기준 등의 중요 정보를 사업장 게시물 및 등록신청서에 모두 표시하도록 한다. 체육시설처럼 뷰티샵을 포함한 미용업계의 인터넷 공간에도 가격표시제 향후 시행이 가능할까. 관할 부서인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에 여러 번 문의를 시도했으나 부재중인 관계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인터넷 공간은커녕 옥외가격표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뷰티샵의 경우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미용실에 방문하시는 모든 소비자가 미용에 대한 기초 지식을 많이 알고 계신다"는 C씨의 말처럼 소비자가 서비스의 질과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도 쉬워졌다.

제공받는 서비스가 '얼마짜리'인지를 대략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뷰티샵 이용이 활발하고, 뷰티샵 업소의 수도 늘어나고 있는 현재, 뷰티샵 고객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보장하는 가격표시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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