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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 실시 결정... 전방위 압박 받는 허베이조합

3월 감사 청구 이후 9개월 만에 감사... "운영 관리 부실 부분만 감사 아쉬워"

등록|2021.12.10 15:23 수정|2021.12.10 15:21

▲ 감사원이 457명 태안유류피해민이 제기한 국민감사청구 중 일부에 대해 9개월 만에 감사 실시를 결정했다. ⓒ 신문웅 제공

 
감사원이 태안유류피해민 457명이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아래 허베이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감사청구 중 일부를 '감사 실시' 하기로 결정했다.

태안원유유출사고 14주기를 맞은 지난 7일 감사원은 감사청구인 대표 강학순 전 태안남부수협조합장에게 '국민감사청구사항 감사 실시 여부 통보' 공문을 보내 "허베이조합 운영 관리 부실 부분에 대해 국민감사청구·부패행위신고 등 처리에 관한 규칙 제14조에 따라 '감사 실시'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이에 앞선 지난 3월 2일 457명의 태안유류피해민은 감사원에 허베이조합에 대한 감사청구를 제출했다. 이들은 당시 수협장의 허베이조합 이사 겸직 문제, 협동조합기본법과 충돌 중인 허베이조합 정관과 임원선거관리규정, 협동조합기본법에 의거한 조합의 경영공시 미실시, 피해 지역의 어장환경 복원을 위한 사업비 반영 비율 등 허베이조합의 운영 전반에 감사를 청구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부실한 정관에도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인가를 해 준 기획재정부, 허베이조합의 유일한 관리감독 기관이지만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해양수산부, 부실한 사업계획에도 기금을 지정 기탁해 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까지 감사청구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감사원은 왜 청구내용 전부를 받아들이지 않았나?

감사원은 감사 실시 결정은 내렸지만, 태안유류피해민들이 제기한 청구 내용을 전부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기자가 입수한 감사원의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 결정 내용에 따르면, 감사원은 태안유류피해민들이 제기한 감사청구 내용 중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사업계획 부실 및 지연 관련한 청구만 감사 실시 결정을 내렸다.

태안유류피해민들이 제기했던 어촌계 조합원 가입에 대해서는 "어촌계도 채권번호를 부여받은 경우에는 조합원으로 가입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허베이조합의 조합원 가입자격 제한과 관련해서는 "협동조합 기본법 제21조를 위반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조합원의 가입을 거절하거나 다른 조합원보다 불리한 조건을 붙여 조합원 가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협조합장 등 임원의 겸직허용과 관련해서도 수협법 등을 근거로 "상위법을 위반하여 사회적협동조합의 임원 겸직을 허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임원선거 시 정관 등을 위반했다는 태안유류피해민들의 의혹 제기에는 정관을 근거로 들며 "태안지부 등 각 지부별 조합원 회의에서 정하도록 경과 규정을 둠에 따라 태안지부 등 각 지부에서는 대의원회의를 통해 선거임원의 정수 등을 확정하여 선거공고 후 임원을 선출한다"면서 "각 지부에서 선거공고를 하고 임원을 선출한 것은 정관과 임원선거관리규정을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원 선거운동과 관련해서도 감사원은 허베이조합의 정관(제50조 선거운동의 제한) 개정 수정을 언급하며 "향후 개선될 예정이므로 여기에 위법한 사항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했다.

하지만 허베이조합 정관 제50조은 상위법인 협동조합 기본법(제37조 2항)을 따르지 않고, 일반 공직선거법과 맞지 않게 '후보자 등록 마감 다음날부터 선거일 전일까지' 조합원을 호별로 방문하거나 특정 장소에 모이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상위법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는 점을 감사원이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베이조합의 경영공시 및 사업 지연과 관련한 감사청구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협동조합 홈페이지에는 2020년 허베이조합 사업결산 보고서 등 경영에 관한 사항이 공시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태안유류피해민들은 "감사청구 이후 9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누리집이 올라왔다"며 "한참 지난 시점에 허베이조합과 협동조합 누리집을 확인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감사원은 허베이조합의 사업계획 부실, 지연과 관련한 감사만 진행하는 셈이다.

강학순 전 태안남부수협조합장은 감사원의 감사 실시 결정 통보를 받은 직후 기자와 통화에서 "사업 계획의 잘못된 부분,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러나 허베이조합의 내부적인 부분, 선거와 관련된 부분은 내부 사정이라는 이유로 감사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베이조합 운영 전반에 대해 검사 나선 해양수산부

한편 감사원의 감사와 별개로 해양수산부는 지난 11월 말 허베이조합 운영 관련해 전반적인 자료를 요구, 검사 절차에 착수했다.

해수부가 감사원과 달리 사업 집행 과정에서 발생했던 구체적인 논란과 의혹에 대해 검사에 나서면서 실제 사법기관에 대한 고발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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