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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가 이용하던 지하도, 코로나로 막히자 일어난 일

[기후위기의 증인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홈리스의 증언

등록|2021.12.13 16:25 수정|2021.12.13 16:28
2019년부터 녹색연합은 '기후위기의 증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컨퍼런스를 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 사람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기후위기에 대해 증언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자리입니다. 지난 2년간은 기후위기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말했다면, 3년차를?맞이하는 올해 컨퍼런스에서는 기후위기 최전선의 경험과 여기에서 비롯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간호사, 해양생태활동가, 홈리스, 청년기후활동가, 사회학자, 교육행정가가 기후위기의 증인으로서 연단에 섰습니다. 이들의 증언과 행사 직전에 진행된 사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여 연재를 시작합니다.[기자말]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재난. 특히 한파와 폭염 그리고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원래부터 위태로웠던 홈리스들의 공간은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단지 잠시 쉬고 머물 물리적인 공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홈리스들의 위한 돌봄, 관계, 심리적 안정성 등 모두를 아우르는 문제이다.

기후재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이 오히려 이들에게는 혐오와 차별로 돌아오고 있다. 이번 '기후위기의 증인들' 컨퍼런스를 준비하기 위해 만난 홈리스행동의 박사라 활동가, 컨퍼런스 당일 증언을 진행한 홈리스 당사자 로즈마리(별칭)와 홈리스행동 안형진 활동가의 이야기를 전한다.

"기후위기는 다 같이 죽는 문제"
 

▲ 인터뷰 중인 홈리스행동 박사라 활동가 ⓒ 녹색연합


- 홈리스 문제와 기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동안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많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는  홈리스의 문제로 딱 직면하게 되었을 때 "이게 같이 죽는 일이구나.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 같이 죽을 수밖에 없는 문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쨌든 같은 생태계에서 생명들이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도와야 되는데 이제 홈리스의 문제도 같은 문제라고 보고 홈리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 빈곤 문제를 같이 해결하지 않으면 이 기후 위기에서 가난한 사람부터 죽겠지만 결국은 다 같이 죽는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기후위기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때문에 홈리스들이 지원도 제대로 못 받고, 오히려 코로나19 대책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지금 현재 홈리스들이 처한 현실은 어떠한가?
"홈리스들은 늘 위기 속에서 살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것이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홈리스를 대상으로 '거리'와 '시설'이라는 요소를 두고 정책이나 대책이 시행되어 왔다.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는 건 직감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다. 시설에서, 요양 시설에서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런 문제들은 깨닫게 된 것이다 . 그런데 홈리스들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집에 머물라는 강력한 권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홈리스들은 여러명이 이용하는 무료 급식소를 찾아갈 수밖에 없고, 밀집된 시설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또한 코로나 때문에 폐업하는 영업장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만화방, 피시방 등에서 거주하거나 하루벌이를 하는 홈리스들도 많았는데, 이런 가게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머물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줄었다. 단순히 머물 공간이 줄어드는 문제라고 볼수 없다. 서울역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없도록 의자도 드러내고, TV를 아예 꺼버렸다. 홈리스가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TV인데, 이런 조치들이 인해서 중요한 소통창구를 잃어버리게 된 셈이다."

- 코로나19 이외에 기후위기가 홈리스들에게 주는 영향은 어떠한 것들이 있나?
"거리에서 생활하시는 분들한테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게 가장 힘든 일이다. 여름에는 기저질환이 있으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쓰러져 돌아가시는 분도 계시고 폭염에 그대로 고스란히 노출되셔서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고 겨울에 동사하는 일은 굉장히 많다. 예전에 자주 이용하던 지하도 같은 곳이 코로나로 인해서 폐쇄되면서 말 그대로 그냥 고스란히 온몸으로 한파를 견디고 있다. 장마도 굉장히 힘든 일이다. 거리에서 잠자는 것은 당연히 힘들고, 축축하게 젖은 옷과 신발이 건강에 좋지 않다. 젖은 신발은 발을 계속 짓무르게 하고 신발을 신기 어렵고 그래서 맨발로 다니거나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다."
 

▲ 코로나19 재난과 홈리스 관련 자료 /출처:2021년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발표 자료 ⓒ 녹색연합


- 기후위기 때문에 홈리스들의 삶이 더 힘들어 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 홈리스들이 더 고충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여성 홈리스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여성 홈리스의 문제는 조금 더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나?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남성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홈리스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의 경우는 보통 학대, 가정 폭력 때문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거리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더 약한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고, 성희롱과 성폭력 같은 것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니 남성들로부터 안 띄려고 계속 돌아다니거나 숨어 다니는 경우가 많다. 시설 같은 경우는 남성 활동가들이 주로 많다 보니 남성으로부터 비롯된 폭행 피해나 이런 것들로 피해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남성들과 이야기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그래서 남성들이 많아서  안 그래도 시설에 가기 꺼려 하는데 상담원들도 대부준 남성 위주다 보니 소통조차 원활히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홈리스 문제, 주거권 보장과 연결돼있어

- 홈리스 지원활동을 하면서 이런 게 있었고, 그래서 이런 게 있어야 할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계속되는 기후재난과 관련하여 예방과 적응 차원에서 홈리스들한테 진짜 필요한 건 어떤 거라고 보는가? 
"홈리스를 퇴거시키는 행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더 심각해졌다. 이들의 전부인 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청소차를 대동해서 버리고, 청소와 방역을 이유로 특정 장소에 계속 있지 못하게 귀찮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역사 계단에 앉아 있거나 심지어 졸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홈리스만 쫓아낸다거나, 머물지도 못하게 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홈리스를 표적 삼아서 이루어지는 퇴거 행위들이 1차적으로 사라져야 한다. 홈리스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바라보고,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하지도 않고, "왜 그냥 너는 여기 있냐? 싫다. 더럽다."라며 차별화하고 쫓아내는 행위만 없어져도 좀 나아지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홈리스문제는 주거권 보장과 확대와도 연결이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홈리스 문제를 집의 문제로 보고 있는데, 주거지원대책이 많이 확대되어야 한다. 서울시 같은 경우만 이런 주거 지원책이 그나마 마련되어 있는데, 지방의 경우에는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 기후위기와 여성홈리스 관련 설명자료/ 출처: 2021년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발표자료 ⓒ 녹색연합


-결국에는 기존에 있던 문제들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대부분인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차별화과 혐오가 깨어지지 않으면 뭐가 돼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고민이나 필요한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예전부터 이런 홈리스의 문제를 개인의 무능함과 게으름으로 보는 경향이 컸다. 이런 시선으로 보고 그래서 "니가 스스로 자립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해야지" 이런 식이다.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이라는 게 있다. 노숙에서 임시주거지원 임대주택에 입주하려는 그 사람한테 받는 문서가 있는데, 거기에는 자립 의지와 같은 걸 확인하는 게 있다. 이 사람한테 임대주택에 들어가서 "앞으로 너는 어떻게 할래" 계획을 물어보는 거예요. 그러면 진짜 자립의지가 있어서 적는 것이 아니라 보통 이야기를 꾸며낸다. 기본적으로 한 개인의 문제로만 규정짓는 것이 문제고, 이런 부분부터 깨지 않으면 차별이나 혐오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요즘 미디어 매체에 홈리스들이 왜곡되어서 노출이 되는 경우가 많다. 홈리스를  희화화하고 아니면은 홈리스의 문제 자체를 웃음 소재로 삼고 돈을 버는 1인 미디어들이 많아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홈리스의 현재 상태를 희화화해서 보여주는 건, 홈리스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근본적인 접근을 힘들게 한다. 이렇게 언론에서 홈리스를 왜곡해서 비추는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2021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행사 영상]
 

[2021 그린컨퍼런스]기후위기의 증인들_여성이자 홈리스로 산다는 것_로즈마리,안형진/홈리스행동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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