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노동자 위한 정책

[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지위 개선 제도 마련해야

등록|2021.12.28 19:38 수정|2021.12.29 10:36
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두 달여에 걸쳐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말]

▲ 지난 5일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앞에서 열린 공정거래 가로막는 플랫폼 기업 항의 기자회견에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정이 화두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은 '화두'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조차 어색할 정도로 벌써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껴왔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그만큼 공정한 사회를 바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공정은 무엇일까? 천장이 어디인지 모르고 오르는 집값에 따른 주거 불평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평등, 성별에 따른 고용조건의 불평등... 이러한 모든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이 공정일까? 그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불평등의 해소가 공정사회에 대한 가장 큰 목마름 중 하나라 생각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다양한 불평등 가운데 하나만 꼽으라면 플랫폼 노동에 집중해 보고 싶다. 쿠팡, 배달의 민족, 카카오 대리·택시 등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눈부시다. 반면 이들 플랫폼에서 일하는 이들의 지위와 여건은 나날이 저하되어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그들이 제공하는 일자리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부수입을 벌 수 있는" 좋은 일자리라 소개한다.

하지만 따옴표를 걷어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는 부업이 아닌 주업으로 플랫폼 노동을 한다. 낮에 일하고 밤에 틈틈이 대리운전하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 대리운전기사는 그것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음식배달기사, 쿠팡플렉스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부업으로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플랫폼 노동이 그것 자체로 하나의 직업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플랫폼 노동자들을 지휘·감독한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카오 대리 같은 경우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배차한다. 그런데 배차 알고리즘이 기사들을 관리한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충성도가 높은 기사에게 몇 초 정도 일찍 배차 알림을 띄운다거나 좀 더 좋은 목적지를 배정하는 식이다.

물론 카카오는 이를 부인하지만, 동시에 알고리즘 공개는 거부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이 객관적으로 배차한다"라는 주장만 반복할 뿐 알고리즘에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적극적인 해명은 거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대리기사들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는데도 배차 알림에 시간차가 발생하는 증거를 제시하는 등 알고리즘의 차별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공개한다고 해도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노동자를 관리하는지는 사실상 확인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알고리즘 자체가 영업비밀이기도 하고 공개된다 해도 그것을 외부에서 분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자들이 외부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지휘·감독 여부를 증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플랫폼 사업자의 지휘·감독 여부가 중요한 것은 노동자에 대한 그들의 책임을 묻기 위함이다. 지금의 구조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이 전혀 없다. 자신의 시간에 자신의 책임으로 일하는 것이기에 플랫폼 사용자는 고용주가 아니다. 당연히 플랫폼 노동자도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가 된다. 플랫폼 사용자와 노동자 간에는 어떠한 고용 관계도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니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나 4대보험 등 근로자로서 보장받을 수 있는 모든 권리에서 배제되고 만다. 그들은 '차별'을 주장할 대상조차 없는,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노동자다. 플랫폼 경제라는 것이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형태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이라면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서비스연맹 20대 대선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플랫폼 경제 속에서 플랫폼을 장악한 사용자들은 나날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국내 대기업 총수 주식평가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장악한 플랫폼 속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지위는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노동자로서 보장받을 수 있는 대부분 사회안정망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되고 있다. 2019년 9월 18일 통과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5 법'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법은 'ABC 검증요건'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ABC 검증요건(ABC Test)
(A)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사용자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로운지
(B) 해당 사용자 업무의 통상적인 과정 밖에 있는지
(C)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거래, 일 또는 사업과 관련되어 있는지

이는 근로자와 독립계약자(개인사업자)를 구별하기 위한 단계별 검증요건으로, 사용자가 ABC 요건을 모두 입증하지 못하는 한 노무제공자가 근로자로 추정되도록 한다. 사용자가 ABC 검증요건을 입증하지 못하면 사용자에게 보수를 목적으로 노동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는 근로자로 추정되고, 사용자는 ABC 검증요건을 모두 입증하는 노무제공자에 대해서만 근로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있다.

'AB-5 법'의 핵심은 근로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의 전환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사용자의 근로자인지를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 하므로 근로자의 지위 향상에 매우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당하고 열악한 지위에 있는 자 중 하나일 것이다. 이에 더해 플랫폼 경제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당연히 플랫폼 노동자의 규모 역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이 땅의 소외당하는 이들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재벌이 되어가는 플랫폼 사용자와 더욱더 열악한 지위에 내던져지는 노동자가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을 결코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2022년 대선을 준비하는 각 후보에게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주문해 본다.

특히 플랫폼 사용자들의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을 요구한다. 2022년에도 대한민국의 자본은 플랫폼 기업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집중된 자본을 정당하게 배분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 그것이 공정이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광민은 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