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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게 선물처럼 온 반인반수 아이, 감도는 불안감

[미리보는 영화] <램>

등록|2021.12.22 10:29 수정|2021.12.22 10:32

▲ 영화 <램> 관련 이미지. ⓒ 오드


제작사와 주연 배우 이름만으로 영화 <램>은 이목을 끌기 충분해 보인다. 국내 관객에겐 <미나리>로 잘 알려진 A24, 그리고 SF 액션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주역 누미 라파스가 출연하는 만큼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아이슬란드 외진 시골 마을에 사는 마리아(누미 라파스)와 잉그바르(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는 유산의 아픔을 지닌 부부다. 양떼를 치고, 감자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소중한 삶의 터전을 꾸려나가지만 좀처럼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외부와 단절을 선택하고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는 일상에서 두 사람에게 신비한 존재가 다가온다. 다름 아닌 키우던 양이 낳은 반인반수의 아이다.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채 죽은 첫 아이의 이름 따 아다라는 이름을 붙이고 두 부부는 반은 사람, 절반은 양의 신체를 가진 존재를 정성 들여 키운다. 화면은 종종 세 존재 사이에 감도는 불안한 기운을 포착해 관객에게 제시하는데 영화 중반 잉그바르의 친형인 피에튀르(비욘 홀리뉘르 하랄드손)가 불청객처럼 부부의 집을 방문하며 불안감은 고조된다.

이 영화를 명확히 호러 장르로 구분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상업 장르 영화 문법으로 따지면 <램>은 호러 영화가 품을 법한 공포 요소를 거의 대부분 따르지 않은 채 분위기와 맥락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때문이다. 마리아-잉그바르-피에튀르 사이에 존재하는 묘한 긴장의 기운, 이들이 키우는 애완견과 고양이, 그리고 양 사이에서 피어나는 불안의 기운이 관객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 영화 <램> 관련 이미지. ⓒ 오드

 

▲ 영화 <램> 관련 이미지. ⓒ 오드


특히 두발로 걷는 나이가 됐음에도 사람의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아다는 영화 후반부까지 부부에게 축복의 존재일지 비극의 존재일지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순하고 맑은 양의 눈망울을 했음에도 종종 애완견과 고양이는 뭔가 느끼는 듯 아다를 피하곤 하기 때문이다. 지극 사랑으로 키워낸 아다, 그를 둘러싸고 등장하는 또다른 존재가 이 영화의 작은 반전을 이끈다.

영화적 에너지나 설정을 놓고 보면 알리 아바시 감독의 <경계선>이 떠오른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트롤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을 모두 가진 존재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마치 <램> 속 아다에게도 투영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낯선 존재를 경계하는 사람들, 기꺼이 마음을 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해당 존재는 결국 어떤 영향을 사람들에게 미치기 마련이다. 상이한 두 존재 사이의 긴장감이 바로 이런 영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경계선> 속 티나(에바 멜란데르)는 정체성에 대해 충분히 상처 입고, 숙고할 시간을 가지며 성장해가는데 <램> 속 아다는 끝내 부부에게 어떤 실마리를 주진 않는다. 오히려 영화 마지막 장면인 마리아의 표정에서 강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다를 품은 모성애의 본질을 영화가 끝나고 생각해 봄직하다.

한줄평: 독창적이면서도 과감한 심리 호러
평점: ★★★☆(3.5/5)

 
영화 <램>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발디마르 요한손
출연: 누미 라파스, 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 비욘 흘리뉘르 하랄드손
수입 및 배급: 오드
북미 배급: A24
러닝타임: 106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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