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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어머니의 손맛, 지난 추억을 되새기다

[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24화 : 막내 누이가 보내준 김치를 먹으면서

등록|2021.12.24 11:07 수정|2021.12.24 11:07
오늘 부산에 사는 막내 누이동생이 김치 한 박스를 택배로 보냈다. 저녁에 누이동생이 보내준 걸 꺼내 먹자 어찌나 맛이 있던지 저녁을 먹다가 말고 누이에게 전화로 오랜만에 엄마 솜씨를 맛봤다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늙으면 눈물도 흔해지는가? 밥상을 물린 뒤 나는 눈물 젖은 눈으로 그때를 되새기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종부로 음식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친지들과 이웃들이 잔칫날이나 제삿날 우리 집에서 밥을 먹으면 어머니의 솜씨에 감탄, 이구동성으로 식후 입맛을 다시곤 했다.

나는 어려서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주로 자랐다. 어머니와는 1년 남짓 한 지붕 밑에서 함께 살았는데, 그때(고1) 나는 다니던 학교도 그만둬야 할 정도로 살림이 어려웠다. 그때 어머니가 밥 대신 해주신 수제비, 국수와 곁들여 내놓는 김치의 그 맛은 아직도 내 입에서 맴돌고 있다.

나는 대학 3학년 때 어머니를 잃은 뒤, 그 손맛을 잊고 지냈다. 오늘 막내 누이가 보낸 김치를 먹자 지난날 어머니의 손맛이 되살아나 청개구리처럼 그때를 되새기며 질금거리고 있다.
 

▲ 젊은 날의 어머니 ⓒ 박도


대부분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하나 보다. 지난날 산이나 들에서 뜯은 산나물, 비름나물, 밀가루와 콩가루로 빚은 국수나 수제비, 호박범벅 등은 당시로는 알곡을 절약하기 위한 구황 음식이었다. 그 기름기 없는 거친 음식이 그 시절에는 그렇게 맛있었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먹을 게 엄청 귀했기에 무엇이든지 다 맛있었나 보다. 게다가 어머니 손맛과 정성은 이즈음의 흔해진 배달 음식이나 학교급식, 인스턴트 음식 등을 만드는 이의 정성과 달랐을 것이다.

이즈음 사람들은 인스턴트 음식에 입맛이 익어 어머니의 소박하고 담백한 손맛을 잊어가는 듯하다. 오늘 저녁 누이가 보내준 김치를 먹자 지난 시절의 어머니 손맛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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