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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마을 절반, 하루 10번도 버스 안 들어와... 위기에 놓인 교통망

등록|2022.01.14 06:30 수정|2022.01.14 06:30
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두 달여에 걸쳐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편집자말]

▲ 오늘도 누군가는 농어촌버스를 이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농어촌버스의 수가 점점 줄고 있어 문제가 큽니다. ⓒ 박장식


농어촌 지역에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0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농어촌 마을 수는 3만 7563곳입니다. 그런데 이 중 걸어서 15분 이내에 버스나 열차, 도선편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마을이 무려 2224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에 가까운 마을에서 '대중교통'은 산길을 넘거나 들판을 헤매고 나서야 찾을 수 있는 '마주하기 어려운 그대'인 것입니다.

2020년 발표된 농림어업총조사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마을 2224곳 중 1691곳엔 그나마 수요응답형 이동수단이나 지자체 보조를 받아 100원, 또는 1000원이란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하는 '희망택시', '백원택시'와 같은 대체 교통수단이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500곳 이상의 마을에는 대체 교통수단마저 없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산 넘고 물 건너야' 하거나, 아니면 자차를 이용하는 다른 주민의 도움을 받아야만 목적지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럼, 버스가 들어오는 마을의 상황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교통 인프라가 충분하게 구축돼 있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도 다니지 않는 지역, 즉 하루 시내버스 운행 횟수가 한 자릿수인 마을은 전체의 56%(1만 9557곳)나 됩니다.

심지어 하루에 1~3회 정도만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다시 말해 아침 해가 뜰 때 오는 버스 한 대를 놓치면 해가 질 무렵까지 기다려야 하는 동네도 15%가 훌쩍 넘습니다. 읍내에 장이 열리는 날에만 버스가 오고 가는 산간 오지 마을도 전국에 여러 곳입니다.

그나마 하루 15회 이상 버스가 오가는, 즉 1시간에 1번 이상 시내버스를 만날 수 있는 농어촌마을이 전국의 28.2% 정도라는 사실이 작은 위안을 줍니다. 하지만 수도권과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는 배차 간격이 10분, 20분만 돼도 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걸 감안하면 씁쓸하기만 합니다.

점점 헐거워지는 농어촌 교통망
 

▲ 강원도 홍천시외버스터미널의 시내버스 승강장 모습. 농어촌버스의 감소는 터미널 시간표가 땜질되는 모습을 통해 단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 박장식


사실 농어촌 지역의 교통망 통계 수치가 오래전부터 이 정도로 낮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5년 전(2015년), 10년(2010년) 전 농림어업총조사와 비교해보면 점점 열악해지는 농어촌 대중교통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걸어서 15분 거리에 마땅한 대중교통 정거장이 없는 농어촌 지역 마을은 879곳이었습니다. 전체 마을 중 2.4% 정도입니다. 물론 2015년에는 '100원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 음영지역을 위한 정책이 가시화되기 이전이었으니, 수치만 놓고 단적으로 '교통 상황이 나빠졌다'고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 통계는 어떨까요? 2010년 총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10회 이상 버스가 드나드는 농어촌지역은 전체의 52.6%에 달했습니다. 앞차를 놓쳤을 때, 평균적으로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버스를 탈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5년 뒤인 2015년 조사에서 49.1%로 줄어듭니다. 이어 2020년을 기준으로 한 총조사에서는 그런 마을이 44%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1시간에 한 대 꼴이라는, 그나마 안정적인 농어촌버스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던 마을이 2천 곳 이상 줄어든 것입니다.

이 통계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버스가 하루 10회 이상 오가는 농어촌 마을은 대다수가 읍면의 중심지이거나, 군청소재지, 장이 서는 곳 등 이른바 해당 시군의 거점이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 곳의 버스 통행이 줄었다는 것은 지역들의 교통망에 점점 빈 틈이 생긴다는 말이 됩니다.

읍면의 중심지와 같은 곳에서는 '버스가 한두 번 정도가 줄어든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곳을 거쳐 다른 오지 지역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궁극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역 소멸'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상황이 통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것이지요.

2년 전 들이닥친 코로나19 또한 농어촌 지역의 교통 편의성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입니다. 농어촌버스 운영 업체들은 코로나 이후 이동 수요가 줄어들면서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했는데, 정부가 손실을 메울 충분한 보조금을 주지 않은 탓에 운행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강원도 인제군에서 운행되고 있는 '하늘내린 공영버스'의 모습. ⓒ 박장식


농어촌 교통망은 점점 헐거워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교통수단인 시내버스, 즉 농어촌버스가 현재의 모습대로 농어촌 마을을 누비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것임이 자명합니다. 그렇다면 시내버스 등 농어촌 지역의 교통 인프라를 채우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까운 방법으로는 '100원 택시', '복지 택시'라 불리는 거주민을 위한 콜택시 운행이 있습니다. 2010년 신안군의 '쿠폰 택시'를 시작으로, 2014년 전라남도에서 지금의 틀이 짜여진 이 제도는 버스가 들어오지 않거나 자주 운행되지 않는 농어촌 지역민들이 가까운 버스정류장이나 읍면 내 거점까지 저렴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외지인은 해당 교통정책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을 찾아오게 하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따릅니다. 또 택시 요금의 상당수를 지자체 예산에서 차출하다보니 장기적으로는 재정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영버스도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읍·면 터미널, 또는 읍·면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대중교통의 혜택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오지지역을 기존 민영 농어촌버스에 비해 더욱 많이 오가는 공영버스는 지역 주민에게 기존 버스와 가장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 덕택에 공영버스는 이미 강릉시나 영월군, 양평군 등 여러 지역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인천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등 여러 지자체에서 운행되고 있는 '수요 응답형 버스'도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수요 응답형 버스는 주민들이 어플리케이션이나 전화를 통해 버스를 호출하면 시간이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충남 당진시에서는 30분 전에 콜센터로 예약하면 버스를 탈 수 있는 '해나루 행복버스'가 운행되고 있고, 세종특별자치시에는 읍면 지역을 중심으로 이용 1시간 전 예약하면 되는 '두루타버스'도 다닙니다. 경북 군위에서는 정류장에서 단말기를 통해 버스를 예약할 수 있는 수요응답형 버스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농어촌 지역의 교통도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번 대선, 농어촌 교통 현실도 챙길 수 있었으면
 

▲ 충남의 한 농어촌버스 정류장. 이러한 정류장에서 누구나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타고 내리는 시대가 오기를 바랍니다. ⓒ 박장식


사실 대도시권의 교통 소식들에 가려져 지방, 나아가 농어촌 지역의 '이동권'을 조명하는 일은 그리 큰 호응을 받지 못했습니다. "수요가 낮으니 버스편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부터, 심하게는 "대중교통이 줄어들면 자차를 사서 타고 다니라"는 말까지 듣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지역 농어촌 교통 복지는 이들 지역민들의 '생존권'이라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시민들은 물론, 경제적 문제로, 그리고 건강 상의 문제로 자신의 차량을 몰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 어르신에게 농어촌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은 삶의 일부나 다름없습니다. 이들에게 교통수단은 사회와의 유일한 소통 창구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역대 대선 후보들은 대체로 대규모 간선 노선망 확충, 대도시의 교통망 관련된 공약만 주로 내놓고, 다뤘습니다. 농어촌 지역만의 교통 편의를 높이겠다는 공약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농촌, 어촌, 그리고 산촌 지역이 국토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말이죠.

농어촌 교통망의 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는 지금, 교통망의 운행 범위가 줄어드는 것을 신경쓰고, 대안이 될 교통 정책에 대해 말하는 대선 후보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대도시의 시내버스에 비해 낙후된 농어촌버스 관리를 비롯해 농어촌 교통망의 현대화 역시 누군가는 관심을 갖고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정부에서 농어촌 지역도 도회지 못지않은 교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면, 지역 주민들도 환하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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