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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주연 대선 드라마, 과연 해피엔딩일까

[대선 이슈 칼럼] 감독 없이 '연기'자만 남아... 국민으로서 알게된 한 가지

등록|2022.01.05 12:10 수정|2022.01.10 10:55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5일 오전 11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쇄신안을 직접 발표했다. 총괄,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체제였던 것을 선대본부 중심의 실무형 선대위로 바꾼다는 것이니,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사실상 해촉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며 결별을 공식화했다.

연일 업데이트 되는 대선뉴스를 보다 보니 누가 대통령 후보인지 헷갈릴 정도다. 후보들의 이름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이름이 더 많이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3일, "후보는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해 큰 논란을 빚었다.

사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언사를 들은 바로 그 순간에.

윤 후보의 말을 들은 뒤 뜨거운 물이라도 끼얹은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유를 위해 목숨까지 버린 인권운동가들의 이름도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니 생각했다. 말을 아끼면, 주변 참모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참 좋으련만.

김종인-윤석열을 보고 떠오른 일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해준 대로 연기해달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생각 없이 그저 따라오라는 말 아닌가. 한 나라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오죽 못 미더우면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 모두가 존경할 만한 사람은 아니라 해도, 적어도 제 역할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지원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자꾸만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나까지 나서서 수없이 사과를 하게 만든 후배에게 말이다.

"OO씨, 알려준 것만 제대로 하면 되는데, 그걸 못 해서… 내가 언제까지 수습을 해야 해요?"

그때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와 같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돌아보건대, 나는 그를 조금도 믿지 못했다. 그가 일을 도맡으면 내가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될까 봐 불안했고, 그가 일을 피하면 그 피해 또한 다른 동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니, 견디기 어려웠다.

업무와 맞지 않는 동료가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나 하는 실수가 아니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부모처럼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그에게 다른 길을 찾을 것을 조언해야 하나. 에라, 모르겠다, 하며 수수방관할까. 나는 여전히 정답을 알지 못한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맞이할 진짜 결말은...
 

▲ 총괄선대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전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대선과 내 직장 생활을 비교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그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일까. 어쩐지 비슷한 모습들이 비쳐질 때가 있다. 후보를 믿지 못하는 선대위원장과 그를 배제하려는 후보의 모습 또한 그렇다.

덕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한 가지만은 알게 되었다. 이들이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능력이든, 품성이든 간에.

후보에게 '연기'를 요구한 총괄위원장이 사라졌으니 긴박했던 사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과연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감독 없는 이 드라마가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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