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 의원이 품어준 차별받는 이주여성 노동자
[참가기] 정의당과 공공운수노조의 이주여성 노동자 간담회
▲ 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이주여성 노동자 간담회 ⓒ 정의당
지난 4일 정의당과 공공운수노조의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한국사회의 저임금, 차별, 다문화가족 정책 등에 대해서 간담회를 가졌다. 국회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공간이며 한국사회에서 그다지 인연이 없는 곳이기도 했다.
2020년부터 가족센터 이주여성 노동자 차별 문제와 싸워오면서 국회 문을 두드렸지만 이주여성 노동자를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여성가족위원회 의원들은 없었다. 정부와 여성가족부에게도 차별받는 이주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어 정의당의 문을 두드렸다. 정의당은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임의원이 한 명도 없었지만 노동조합과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바쁜 일정 중에 시간을 내어 강은미 의원과 김응호 부대표가 함께 현장에 왔다.
한 명이라도 많은 이주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한국사회의 차별과 불안정고용, 저임금 등에 대해 다양하게 증언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지만, 단 세 명의 이주여성 노동자만을 국회에 데려갈 수 있었다. 선거철 바쁜 시기지만 정의당은 이주여성 노동자 세 명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귀한 시간을 내줬다. 몇 년째 이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애써온 나로서는 소수의 이주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시간을 내준 정의당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날 간담회는 노조탄압의 우려가 있는 가족센터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정의당은 이런 현장 노동자들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젠더인권/노동당당선대위가 주관하는 간담회임에도 초반을 제외하고는 전부 비공개로 전환했다. 보도자료를 내는 간담회라면 당연히 보도를 위해서 공개의 욕심이 날 수도 있지만 정의당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반영해 철저하게 비공개 간담회로 준비해주었다.
이렇게 비공개로 전환하는 간담회에 올 기자들은 많지 않았다. 6명이 함께한 조촐한 간담회. 이주여성 노동자들을 국회로 데려온 나는 이날 이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알려질지 걱정하고 있었지만 그 사이 강은미 의원과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진짜 간담회'가 시작되었다.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거나 무기계약직 신분으로 임금체계의 차별을 받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현 가족센터) 통번역사, 이중언어 코치들로 자신들이 준비해온 한국사회의 차별, 고용불안, 저임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여성가족부를 대상으로 가족센터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차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나 각종 활동이 이제 연례행사처럼 되었다. 센터에서 중요한 업무를 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선주민들과 동일한 임금체계를 받는 것이 이주여성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요구지만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고집스럽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 아마 올해도 이와 관련해서 또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여성가족부의 임금차별 문제만을 증언하지는 않았다. 여성가족부가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을 차별한다는 이야기는 기존에도 많이 이야기했지만 이주여성들이 정치인들을 만나서 한 이야기는 '다문화가족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주여성들은 적게는 10살에서 많게는 30살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배우자가 먼저 은퇴하게 되고 그 사이의 경제적인 공백 등은 이주여성이 오로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주여성들에게도 한국사회에서 '노동'은 '생존'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주여성들의 노동이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면 다문화가족들은 한국사회에서 지속불가능한 공동체가 되는 것과 동시에 가장 큰 불평등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노동조합과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이러한 실태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이것은 단순히 노동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족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임을 지적했다.
참석자가 적어서 나눌 말이 적을까 걱정했지만 간담회는 마무리 인사 이후에도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와중에 한 이주여성 노동자는 열악한 현실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늘 용기 있게 발언하던 멋진 조합원이었는데 그런 사정이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 내가 당황하는 사이 강은미 의원은 먼저 이주여성 노동자를 안아주었다.
과거 성소수자를 안아준 심상정 대선후보가 생각났다. 사진으로 찍을까 고민도 들었지만 간담회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함께 그 순간의 감동을 공유하는 것으로 남기고 싶어 나도 멍하니 바라만 봤다.
이날 간담회를 시작을 공공운수노조와 정의당은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와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회적 요구를 전달해나갈 예정이다.
거대 양당의 소용돌이 속에서 노동자, 소수자들의 삶이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여성가족위원회에 수많은 의원들이 있지만 이주여성 노동자들과 터놓고 이야기하고 문제 해결에 힘을 쏟겠다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외면 속에서 단 세 명의 차별받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내주고 이를 안아준 정의당의 모습은 한국사회에서 차별받는 노동자들과 소수자들에게 정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날 간담회가 이주여성들과 다문화가족들에게 더 나은 한국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고민을 위한 중요한 자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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