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져야 할 순간마다...' 이준석이 혁신과 멀어진 이유
[주장] 국민의힘, 대선 60일 남겨두고 '선대위 해산'... 정치적 미숙함이 불러온 사태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보통의 캠프라면 이 시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캠프의 전열을 가다듬고, 추가 정책들을 발표하고, 지지율을 끌어모으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서야 할 때다. 그런데 국민의힘 대선 캠프는 반대다. 선대위는 해체됐고, 당 상황은 분란의 연속이다. 선거를 60일 앞두고 선대위를 해산하는 것은 쇄신일까?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힘 선대위 해산의 배경은 윤석열 대선후보 대 이준석 대표의 갈등이다. 지난달 4일 커플티를 입고 부산에 나타나 두 사람의 갈등이 봉합된 듯했으나 물밑에선 갈등이 계속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정치신인과 책임을 져 본 적이 없는 대표, 두 사람의 미숙함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합의번복·잠적·사퇴... 반대파 설득 없는 정치
이준석 대표는 어떻게 혁신과 거리가 멀어졌을까? 이 대표의 당선 당시에 쓴 칼럼(이준석, 생물학적 젊음이 꼭 혁신은 아니다 http://omn.kr/1thw9 )에서처럼 그의 그간의 정치 행보에서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7개월의 재임 기간 중 그가 한 것은 대변인 공개 오디션 정도가 전부다.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에 그는 늘 없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7월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지만, 이 합의의 유효기간은 고작 100분이었다. 그리고는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이 젊은 신임 대표라 당내 반발이 많았던 것 같다라는 뉘앙스로 합의번복의 이유를 말했다. 재난지원금 기준이 소득 하위 88%로 결정되면서 지원금을 받지 못한 이의신청이 30만 건을 넘어섰지만, 이 대표는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았다(관련 기사: 국민들은 지원금 이의 신청하는데 이준석 대표는 왜 말이 없나 http://omn.kr/1thw9 ).
대선이 100일 남은 시점에서는 윤석열 후보와 선대위 구성을 놓고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이 확산되자 이 대표는 잠적을 택했다. 모든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하고 돌연 부산으로 떠났었다. 2016년 김무성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당내 친박계와 갈등을 벌이다 돌연 당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간 것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전남 순천, 여수에 이어 제주도를 방문한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와는 만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본인의 소셜미디어엔 이해할 수 없는 '^_^P'라는 이모티콘을 올리면서 말이다(훗날 이 이모티콘은 백기로 밝혀졌다).
지난달 21일에는 상임선대위원장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갈등은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불화였다. 이 대표는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조 최고위원을 겨냥했다. 이후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서 사과의 뜻을 전하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 대표는 "자의에 의한 것 같지 않아 개의치 않는다"라며 진정성을 의심했다.
조 최고위원의 진정성 여부를 떠나 이 대표는 사퇴 결정은 결국 선거를 책임지지 않겠다고 본인이 선택한 것이다.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의 무게는 조직의 규모를 떠나 늘 무겁다. 하물며 부총리급 의전을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주는 중압감이 얼마나 무거웠겠는가. 그러나 무게가 무겁다고 해서 매번 나 몰라라 하고 도망가는 것을 용인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대표의 자리는 후보자와 의견이 다를 땐 조율해야 하는 자리다. 당내 반발이 거세다고 여당 대표와의 합의를 깰 것이 아니라 반대파를 설득했어야 했다. 내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거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도망가서는 안 됐다. 한가로이 SNL에 출연해 비트코인 투자 수익을 자랑할 때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졌어야 했다.
젠더 갈등, 할당제 폐지, 여가부·통일부 폐지 등 논란의 중심에만 서고 정치적으로는 책임져 보지 않은 그의 지난 행보가 결국 혁신으로부터 멀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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