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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탄 꼭 좀..." 소방관 유족 부탁에 고개 숙인 이재명

평택 물류창고 순직 소방관 조문 후 무거운 표정으로 떠나... 윤석열은 전날 이준석과 함께 조문

등록|2022.01.07 14:03 수정|2022.01.07 14:03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 순직 소방관들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서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창고에 주입된 우레탄 꼭 좀... 우리 아들이 죽었는데, 내 입으로 이걸 밝혀야 되는 겁니까."

7일 낮 경기도 평택시 평택제일장례식장, 전날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 진압 중 사고로 이형석(50) 소방경, 조우찬(25) 소방교와 함께 순직한 박수동(31) 소방장 부친이 울먹이며 말했다.

그의 앞에 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듣기만 했다. 박 소방장 부친은 "우레탄만큼은... (지난해 쿠팡물류센터에서 순직한 고 김동식 소방령처럼) 벌써 두번째이지 않냐"며 "약속을 좀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쏟아진 조문에 부담을 느꼈다가 사진·영상촬영 없이 이재명 후보 본인의 조문만 허락한 이형석 소방경 유족들도 갑작스러운 비보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 소방경의 큰형수는 크게 한숨을 쉬며 "신경 많이 써주세요, 사람 좀 살려주세요"라고 이재명 후보에게 부탁했다. 비공개로 조문을 받은 조우찬 소방교의 빈소에선 오열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무거운 표정으로 조문을 마친 이재명 후보는 취재진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손을 들어 미안하다고 표시한 다음 아무 말없이 장례식장을 떠났다. 그는 방명록도 작성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전날 사고 소식에 충격을 받아 MBC '100분 토론' 외에 잡혀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페이스북에 "소방공무원들의 용기와 헌신을 잘 알기에 너무도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추모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먼저 빈소를 찾은 여영국 정의당 대표 역시 "무고한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문 후 취재진을 만나 "어떤 원인이 화재를 불러왔는지가 철저하게 점검되고 다시는 이런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도 미비하다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7일 오후 조문 예정이다.

전날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봉합한 뒤 함께 조문을 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방명록에 별다른 문구 없이 이름만 남겼다. 이어 기자들에게 "너무 안타까운 사고"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가족들에게 무엇이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잘 파악해서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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