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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에 또 골프장..." 술렁이는 홍성 시골마을

장곡면 상송1리 주민들 "지하수 고갈·환경훼손" 우려... 홍성군 "양해각서 체결, 결정된 것 없어"

등록|2022.01.11 09:57 수정|2022.01.11 10:01

▲ 멀이 보이는 것이 오서산이다. 홍성군 장곡면 상송리는 오서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 마을 인근에 골프장이 건설된다는 것은 심각한 자연훼손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때문이다. ⓒ 이재환


충남 홍성군 오서산 자락의 작은 시골 마을이 골프장 건설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홍성군(군수 김석환)은 최근 골프장 건설 사업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홍성군 장곡면 상송1리 주민들은 최근 마을 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골프장 부지는 지난 2011년에도 골프장 사업이 추진됐지만 주민반대와 토지수용 문제로 사업이 시작도 못하고 좌초된 지역이다. 부지에는 홍성군 소유지도 대략 25만 평이 있다. 현재 홍성축협의 생축장(한우 우량종을 키우는 곳)이 들어서 있다.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홍성축협 생축장도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하수 고갈 문제와 유기농 특구인 홍성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장곡면을 포함한 홍성 전역은 보령댐을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농사는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다. 상송리 주민들은 지하수 관정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하수 고갈문제와 자연환경 훼손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8일 기자와 만난 상송1리 주민들은 "이런 좋은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지 고작 골프장 업자에게 내어 줄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마을 70여 가구 중 17 가구가 귀농·귀촌인이다.

주민 A씨는 "홍성군은 겨우 3천 명 정도 되는 홍성군 골프인구를 위해 군 땅을 팔고 자연을 훼손하겠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홍성군이 군 땅 25만평(대략)을 팔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유기농 특구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골프장 건설을 군이 막지 못할망정 나서서 업무협약(MOU)까지 체결했다니 허탈하다"고 주장했다. 홍성군 인구는 2020년 기준 9만 9890명이다.

상송리 주민 B씨는 "골프장에서 지하수를 사용할 경우 주변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논에 물이 부족해서 농사를 짓지 못할 경우 매년 보상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홍성군은 물부족에 대한 보상 약속과 대책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충남 홍성군 장곡면 상송리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 이재환


곽현정 상송1리 이장도 "지금도 가뭄이 들고 보령댐이 마르면 마을에 제한 급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골프장이 계속 지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골프장 부지는 최근 국가숲길로 지정된 내포문화숲길이 있는 곳이다. 요즘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라도 숲을 가꾸고 보전하고 있다"며 "산속 자연림이 영원히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성군 "아직 결정된 것 없어... 사업자, 주민의견 듣는 과정 거쳐야"

이런 우려에 홍성군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석환 홍성군수는 지난 6일 주민들과의 면담자리에서 "사업자와 MOU를 체결했다고 해서 당장 골프장이 건설되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 관련 부지 매입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경우 홍선군도 협조하겠다는 뜻이다"라고 MOU체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 군수는 "대화를 하겠다는 업체를 처음부터 내칠 수는 없다"며 "아직 골프장 설계도 나오지 않았다. 사업자도 주민의견을 충분히 듣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 소유지를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김 군수는 "군 소유의 땅을 팔기위해서는 관리계획을 세워서 홍성군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며 홍성군이 임의로 군 소유지를 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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