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고교 교실에 닥칠 일... 후보들 '계획'이 궁금하다
[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고교 학점제에 대한 우려... 아이들 위하는 교육정책 만들어주길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이 전국 86개 시험지구 1,300여 시험장에서 일제히 열린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 시험장에 입실한 수험생들에게 감독관들이 유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검은 호랑이의 해'라니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이 서린다. 왠지 신비로운 호랑이의 기운으로 암울했던 2년의 코로나 암흑기가 물러갈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도 있으니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꿈틀꿈틀한 충만한 새해가 아닐 수 없다.
기대감을 이끌고 1월 3일, 신정 연휴가 끝난 월요일에 첫 발걸음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동네 서점이었다. 늘 그렇듯이 요맘때 학원이 즐비한 상가 1층의 서점은 교재와 문제집을 사러 온 학생들과 엄마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출판사에서 도착한 각종 책더미들로 서점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북적함은 물론이고.
완전히 다른 입시 치를 두 아이... 한숨이 나온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첫째 아이와 초등 6학년이 되는 둘째 아이는 겨우 네 살 터울이다. 흔하디 흔한 나이 차이인데, 이 둘이 겪게 될 고등학교 생활, 나아가 대입 선발의 방식은 판이할 것이라고 한다. 큰아이의 대입정책도 아직 다 숙지하지 못했는데, 둘째는 완전히 다른 입시를 치를 것이라고 하니 벌써 한숨이 나온다. 대체 이놈의 입시는 왜 이리 자주 바뀌는지.
2025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고교 학점제' 이야기다. 둘째는 '고교 학점제' 시행 2년 차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고교 학점제'란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누적된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게 되면 졸업이 가능해지는 제도라고 하는데, 언뜻 보기에 별문제 없어 보이는 이 제도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와 '선발'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각자 원하는 다양한 진로에 따라 선택한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을 어떤 식으로 대학에서 평가하고 선발할 것인지.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아이들이 대학 입학을 목표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그 아이들의 대학 입시가 어떤 식으로 치러질지 그 구체적 계획을 2024년에 발표한다는 전제하에 '2025 고교 학점제 실시'가 기정사실화되어버린 것이다.
학종으로 선발하는 첫째의 대학 입시에도 아직 적응을 못 했는데, 둘째의 '고교 학점제'를 맞닥트리니 참 난감하다. 일단 '다양한 진로에 맞춰 맞춤형 수업을 듣고 누적 학점으로 졸업한다'라는 취지는 마음에 들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대입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 불안의 요인이다.
올해 중1이 되는 아이들이 첫 대상이 되는 2025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많은 엄마들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진로선택이 확실한 예체능 전공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웃음 섞인 푸념을 한 적이 있었다. 잘 모르는 입시제도가 시작된다는 두려움과 고1부터 진로선택을 결정해야 한다는 불안이 만든 자조적 풍경이었다.
어떤 기준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걸까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월 17일 경기도 구리시 갈매고등학교를 찾아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말 '고교 학점제'라는 변화된 교육제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학교에서 다양한 진로 과목을 선택지로 제시할 수 있을까? 각 과정의 전문화된 교사의 수급 또한 가능한 것일까. 각 학교에서 만들어주기 힘든 과목은 타학교나 교육청에서 만든 동영상으로 수강이 가능하다는데, 그것이 과연 제대로 별 무리없이 시행이 될까.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혹시 누구는 드론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누구는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어서, 또 누구는 제빵사가 되고 싶어서 각자 원하는 수업을 들은 아이들은 어떤 선발 기준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것일까?
혹시 말이다. 학교에서는 원하는 진로에 따라 누적 학점을 쌓고,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원에서 국영수사과 공통과목의 내신을 따기 위해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지금도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무거운 학습량이 결국 더 늘어나게 되는 입시정책이 된다면? 홀로 해보는 가정이지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털어내고 싶은 무서운 상상이다.
어쩌면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은 '고교학점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요동칠 대입제도일지도 모르겠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국·영·수·사·과 등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를, 다른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로 바뀌고, 또한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수능이 자격고사화 될 수도 있다 하니, 또다시 수능의 비중이 줄어들고 문제가 많았던 수시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임인년 새해부터 깊은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기다리며
▲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문회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2학년도 대입 정시 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202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와 대입 전략에 대해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워낙 대입제도가 민감한 사안이고, 학종의 폐해가 만만치 않아서 앞으로의 대학입시정책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22 대선후보들의 공약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수능 위주의 정시비율 상향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수시전형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10일 수능시험의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없애고, 정시와 수시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함은 물론 2028 대입제도를 미래지향적으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세 후보 모두 수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해 일단 환영하지만, 곧 시행될 2025 고교학점제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는 점(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11월 한국교총 하윤수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내비쳤다)과 2028 대입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님들이 '고교학점제'에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입정책에 대한 소신을 보여주시길 말이다. 탁상행론으로 끝나는 교육정책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정책, 아이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현장에서의 교육정책으로서 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아닌가. 뛰어난 인적자원과 타고난 교육열이라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부디 대한민국이 가진 훌륭한 자원으로 여겨주시길. 그것이 매번 바뀌는 교육정책에 휘둘리는 학생과 학부모를 향한 진심 어린 관심의 표현이고, 새롭게 선출될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의 어깨에 짊어져야 할 당면한 무게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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