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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하청 고 김다운씨 사고 작업, 지난해 초까지 정규직 하던 일"

"문제의 COS작업, 주먹구구식 운영"...2015년부터 한전 노동자 47명 사망, 직접 고용 필요

등록|2022.01.10 14:47 수정|2022.01.10 14:47

▲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한국전력 위험의 외주화 규탄 및 책임 촉구 건설노조 기자회견’이 10일 오전 청와대앞에서 유족대표와 노동자들이 참석해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앞에 놓인 안전화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 권우성


"'한전 사장더러 한번 해보라고 해라' '한전 정규직 자식들 데려다 일 시켜 보라고 해라' 등의 절규가 현장에서 터져 나온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일 시키진 못했을 거다"(건설노조)  

전기노동자들이 한국전력 하청노동자 고 김다운씨가 감전으로 사망하게 된 COS(회로차단 전환 스위치) 투입·개방 업무가 불과 2년 전까진 본사의 일이었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한전이 발표한 예방 대책은 작업자와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미봉책이라며 작업자들의 직접 고용도 요구했다.

건설노조는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고 김다운 전기 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COS 작업은 원래 한전 배전운영실 소속 전기 노동자들의 일이었는데 2021년 4월께부터 갑자기 하청업체로 작업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그 배경으로 "이보다 한 달 전 2021년 3월 한 한전 정규직 노동자가 전봇대 작업 중 추락사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며 "어떤 경과에서든 한전이 하던 일을 (외주)업체에 떠넘기며 문제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엄인수 건설노조 강원전기지부장은 "정규직이 했다면 고소절연트럭(활선차량)이 충분히 진입할 수 있는 여건에서 당연히 트럭을 사용하고 작업자 혼자 일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사고는 한전이 전문회사(하청업체)에 일을 떠넘기는, 여건도 살피지 않는 일방적 정책과 잘못된 운용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엄 지부장은 지난해 초 강원 지역의 배전 고압 전문회사들은 한전 강원본부의 COS 작업 지시를 거부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작업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데다, 활선차량 대여비 등을 감안하면 업무를 맡을 수록 이윤이 줄어드는 업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한전이 해당 작업을 '배전 저압 전문회사'로 전가했다는 것. 배전 공사 하청업체는 고압·지중·저압 전문회사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종류 별로 인력·장비 최소 기준 등을 정한 업무 처리 기준이 다르다. 주로 특고압·고압 전력선을 다루는 고압 전문회사의 기준이 더 엄격하다. 문제가 된 COS 작업은 2만2000볼트의 특고압이 흐르는 배전선로 옆에서 이뤄진다.

엄 지부장은 "2021년 저압 전문회사 업무 처리 기준을 보면 활선전공 자격 소지자 몇 명을 최소로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한전은 규정에도 맞지 않게 COS 작업을 저압 전문회사가 시행케 한다"며 "업무 줄이는 데만 급급해서 전문회사 업무 처리 기준도 필요 없고, 노동자의 안전과 위험은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 건설노조는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고 김다운 전기 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손가영


고 김다운씨 사망을 조사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조사의견서 등에 따르면 김씨는 활선차량 없이 혼자 작업했고 절연 장갑 등 최소한의 안전 장비도 지급받지 않았다. 모두 한전 작업수칙 등 규정에 어긋난다. 2인 1조 작업이 아니었기에 안전을 위해 특고압선에서 거리를 둬야 할 접근한계거리를 유지하지 못했을 여지도 있다.

건설노조는 "원청 전기 노동자가 맡았다면 한전 직원과 긴밀히 업무적 소통을 한다"며 "'계량기 시설 이상 없다. 작업해도 좋다'(한전)-'배전 운영실에 보고한다. COS 작업을 해도 되겠습니까'(작업자)-'작업을 승인합니다'(배전운영실)'등의 지시·보고 대화가 이뤄지고, 작업 후엔 작업자와 배전운영실·한전이 각각 업무 종료를 보고하고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최소 47명 사망... 유족 "진실 직접 밝혀라"
     

▲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한국전력 위험의 외주화 규탄 및 책임 촉구 건설노조 기자회견’이 10일 오전 청와대앞에서 유족대표와 노동자들이 참석해 열린 가운데, 노동자들이 안전화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 권우성


한전은 지난 9일 감전·끼임·추락 등 3대 주요 재해별 안전 대책을 강화하겠다며 특별 대책을 발표했다. ▲추락사를 막기 위해 작업자가 전봇대에 직접 오르는 작업을 금지하고 ▲감전사 근절을 위해 작업자의 거리를 물리적으로 전력선에서 떨어뜨리는 '전력선 접촉(직접활선)' 작업을 퇴출하며 ▲끼임 사고를 막는데 작업 특수차량에 '밀림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엄 지부장은 "전주에 서서 작업하는 걸 전면 폐지하겠다? 전주에 오르는 배전노동자는 한전이 양성했다"며 "지금 당장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 그 사람들 생존을 고민이나 하고 대책이라고 발표하는 것이냐"면서 거세게 비판했다.

엄 지부장은 또 "산길이나 논두렁 등 특수 작업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전국의 수많은 전주에 대해선 앞으로 어떻게 작업하란 말이냐"며 "현장 여건에선 도저히 불가능한 대책이다. 한전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과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현실 여건을 감안하고 시행가능한 정책을 강구해라"고 요구했다.
 

▲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한국전력 위험의 외주화 규탄 및 책임 촉구 건설노조 기자회견’이 10일 오전 청와대앞에서 유족대표와 노동자들이 참석해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고인의 영정앞에 헌화하고 있다. ⓒ 권우성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씨의 매형 장아무개씨는 "한전은 유족에겐 아직 아무런 해명도 없을 뿐 아니라 안전관리 특별 대책을 냈다는 것도 기사를 통해 접했다"며 "활선전공 작업자, 활선차량, 안전장비, 2인 1조 작업 모두 무시한 책임에 대해 한마디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장씨는 이어 "한전과 하청업체는 지금까지도 사고 경위를 은폐하고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유족과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진실된 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건설노조는 "전기 현장엔 항상 일손이 달린다. 한전이 관리감독하지 않아서"라며 "배전 협력업체엔 평균 13명의 노동자들이 있지만 이중 실제 전주를 오르내리는 사람은 3~4명밖에 안 된다. (업체가) 장롱면허를 갖고 입찰을 받고, 실제 일할 땐 소수만 남는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이어 "이 때문에 2019년 6명, 2020년 6명, 2021년 8명 등 2015년부터 지금까지 4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해결책은 직접 고용이다. 한전은 허울뿐인 미봉책을 번복하지 말고 근본 대책을 내놔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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