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의미 있는 삶으로 이뤄진 죽음은 공허하지 않다"

[화가의 인생작] 문선미 화가 'Xman-죽음'

등록|2022.01.11 09:39 수정|2022.01.11 09:52

▲ 먼 길을 와준 손님을 위해 자신의 작품 앞에서 V를 그린 문선미 화가의 멋쩍은 모습. 작품 속의 주인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 방관식


문선미 화가는 발랄한 소녀 같다는 느낌을 준다. 30여 년 넘게 그림을 그려왔으니 좋든 싫든 세상 풍파에 찌들만도 하지만 여전히 구김살이 없다.

그러나 고민 끝에 선택한 인생작은 예상 외로 무거웠다. 'Xman-죽음', 이 작품에는 한 남자가 눈을 감고 누워 있다. 죽음은 누구나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현상이지만 어떤 경로로든 모두가 경험해야 하는 아픔 중 하나다. 

▲ 문선미 화가가 인생작으로 선택한 Xman-죽음(116x91 oil on canvas). 죽음이 결코 무겁지 만은 않게 느껴진다. ⓒ 문선미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고 난 뒤 죽음을 진지한 자세로 인지하게 됐고, 작품에도 표현된 것 같습니다. 화가로서 인간으로서 죽는 순간에 무엇은 남기고, 무엇을 안고 갈 것인가가 고민 아닌 고민이라고 할까요?"

설명을 듣고 나니 '이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불현듯 든다. 문 화가는 중심 없이 남의 삶에 흔들리며 살다간 이 세상의 수많은 죽음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과 예술을 다잡는다고 했다.
 

▲ 바람이분다 oil on canvas ⓒ 문선미


젊은 시절 작품에 대한 열정과 욕망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작품 속 주인공들과 대화를 하며 이겨냈다면 중견화가가 된 지금은 그림 속 주인공들을 통해 자신은 물론 이 세상에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기특한(?) 포부가 생겼다.

삶과 죽음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도 빙그레 미소 짓게 만들 수 있는 능력 탓에 그의 작품은 독특하면서도 정겹고, 따뜻하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저는 붓질이라는 과정을 통해 용기를 얻습니다. 붓질이 모여 작품을 이루듯 의미 있는 삶의 과정이 모여 죽음이 된다면 그 죽음은 공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요. 조금은 멋지지 않은가요?" 
 

▲ 작업실에서 만난 문선미 화가. 중견 화가의 관록 보다는 소녀 같은 풋풋함이 더 인상적이었다. ⓒ 방관식


[화가 문선미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학과 졸업. 주요 개인전 16회 2009년 Cross a Ridge, 아트팩토리, 헤이리 ~ 2022년 '끝·나·시작' 아트버스카프. 주요 단체전 50여회 2010년 웃음이 난다, 대전시립미술관 ~ 2021년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인사아트센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