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유광우의 존재감... 대한항공, 한선수 없이도 강했다

[프로배구] 대한항공, 한국전력 꺾고 선두 질주

등록|2022.01.14 07:13 수정|2022.01.14 07:13

▲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는 남자프로배구 대한한공 선수들 ⓒ 대한항공 배구단 홈페이지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난적' 한국전력을 꺾고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13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한국전력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18 18-25 25-19 25-17)로 승리했다.

지난 주말 최하위 삼성화재에 당했던 역전패를 만회한 대한항공은 14승 9패, 승점 43을 기록하며 2위 KB손해보험(12승 10패, 승점 40)과의 격차를 벌렸다.

대한항공, 주전 세터-외국인 공격수 없이도 완승 

상대가 최근 3연패로 부진한 한국전력이었으나 대한항공은 방심하지 않았다. 올 시즌 한국전력과의 1, 2라운드 맞대결에서 연거푸 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대한항공은 정지석과 임동혁을 앞세워 경기 초반부터 한국전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정지석은 강력한 서브로 한국전력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고, 외국인 공격수 링컨 윌리엄스 대신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은 임동혁도 활발한 공격을 펼치며 기대에 보답했다. 여기에 곽승석의 오픈 공격, 진성태의 속공 등 다양한 공격이 터지면서 대한한공은 1세트를 25-18로 손쉽게 따냈다.

연패 탈출이 절실한 한국전력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펼치며 집중력을 보였고, 주포 서재덕의 공격이 살아난 데 힘입어 2세트를 25-18로 따내며 1세트 패배를 고스란히 갚았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저항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전열을 가다듬은 대한항공은 다시 흐름을 가져왔다. 임동혁이 3세트에서만 후위 공격 5개를 포함해 무려 9점을 올리며 '원맨쇼'를 펼쳤다. 이와 반면에 한국전력은 외국인 공격수 다우디 오켈로가 대한항공의 블로킹에 번번이 차단당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기세가 꺾인 한국전력은 4세트 들어 범실까지 쏟아내며 급격히 무너졌다. 대한항공은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여유있게 점수를 쌓았고, 24-17 매치포인트에서 임동혁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제2의 전성기' 유광우... 한선수 공백 잊어라 
 

▲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 ⓒ 대한항공 배구단 홈페이지


대한항공의 정지석은 15득점을 포함해 서브 에이스 3개, 블로킹 3개를 기록하며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백어택 각 3개 이상)을 달성했다. 임동혁도 22점을 올리며 정지석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날 대한항공 승리의 숨은 공신은 따로 있었다. 부상으로 빠진 주전 센터 한선수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노련한 볼 배급을 선보이며 정지석과 임동혁 등 공격수들의 활약이 돋보이도록 했다.

유광우는 한때 V리그를 대표하는 세터였다. 대학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한선수보다 더 높은 순위로 지명받을 정도였다. 삼성화재 입단 직후 발목 수술을 받았지만, 위기를 잘 극복하고 주전 세터로 자리 잡았다. 특히 외국인 공격수 가빈 슈미트와 손발을 맞추면서 삼성화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유광우도 세월의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2017-2018시즌 우리카드로 이적했으나 역시 세대교체의 흐름에 밀려 2019-2020시즌 트레이드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대한항공에서도 37살 동갑내기이자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의 백업에 그쳤다.

그러면서 유광우의 이름은 차츰 잊히는 듯했으나, 올 시즌 다시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새로 부임한 틸리카이넨 감독은 다양한 공격 전술을 시도하며 유광우에게도 많은 출전 시간을 줬다. 특히 한선수의 토스가 흔들릴 때마다 계속 밀어붙이기보다는 유광우를 교체 투입해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큰 재미를 봤다.

이런 가운데 한선수가 손가락 탈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유광우는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뽐냈다.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유광우가 은퇴 전 대한항공에서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지 주목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