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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향일암 절밥은 어떤 맛일까?

여수 향일암 지인 스님과 함께한 공양 한 끼니

등록|2022.01.17 10:26 수정|2022.01.17 10:28

▲ 스님이 머무는 요사체 책육당에서 만난 여수 향일암 주지 지인 스님이다. ⓒ 조찬현



여수 향일암 절밥은 어떻게 차려낼까, 어떤 맛일까? 자못 궁금하다. 하여 여수 향일암 주지 지인 스님과 공양을 함께하기로 했다. 주지 스님이 공양간으로 안내하여 그냥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우리나라 4대 관음 기도처로 알려진 향일암의 밥상을 소개한다.

여수 금오산 향일암의 밥상
 

▲ 여수 향일암 절밥은 뷔페식이다. 반찬은 산과 들에서 나는 남새와 나물들이다. ⓒ 조찬현


여느 절집의 그것처럼 이곳 역시 뷔페식이다. 반찬은 산과 들에서 나는 남새와 나물들이다. 한 끼니 너끈하게 먹을 수 있게 접시에 골고루 반찬을 담아본다.

향일암 주지 스님이 "이곳 밥 맛있습니다"라며 밥 먹고 가라고 한다. 내심 "오길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갖가지 나물에 들기름을 부어 쓱쓱 비벼낸 비빔밥 공양이다. 한술 떠먹어 본다. 순수하고 정갈하면서 맛의 깊이가 남다르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봐도 군침이 돌 정도로 여운이 남아있다.
 

▲ 공양 비빔밥이다. 순수하고 정갈하면서 맛의 깊이가 남다르다. ⓒ 조찬현

   

▲ 한 끼니 너끈하게 먹을 수 있게 접시에 골고루 반찬을 담아본다. ⓒ 조찬현


지인 스님과 맛있게 밥을 먹는데 문득 절밥에 관한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아마 5년 전쯤 어느 봄날이었을 것이다. 점심 끝 무렵 전남 강진 백련사 공양간에 들렸는데 늦은 시간이라 반찬이 충분치 않았다. 공양하려고 왔던 한 스님이 자신의 그릇에 담긴 반찬을 관광객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당시 스님의 마음 씀씀이에 반하고 절밥의 맛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다.

산사에 이는 바람이 차갑다. 비움으로 공허한 겨울 산사에서 모처럼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허기를 채우고 나니 잠시 움츠러들었던 몸도, 공허했던 마음속의 비워졌던 공간도 다 채워진 기분이다. 위로받는 행복한 느낌이다.
 

▲ 여수 향일암의 책육당 요사체 전경이다. 반야문을 열고 들어간다. ⓒ 조찬현


사찰에서 식사하는 것을 공양이라고 한다. 공양 시간에 절집에 가면 불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이렇듯 공양을 내준다. 절집의 인심은 후하다.

여수 향일암은 일출 명소다. 금오산자락에서 늘 해를 품고 있다. 부처님을 품고 있다. 멋진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기 위해 불자들이 유난히 새해에 많이 찾곤 한다. 산사 곳곳에 놓인 바다를 향한 돌거북에서 새로움을 향한 생동감이 출렁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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