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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 막고 재입점... 승리 거둔 홈플러스 가야점 노동자들

마트노조 부산본부, 마트 노동자 승리 보고대회

등록|2022.01.20 08:20 수정|2022.01.20 08:20

▲ 마트 노동자 승리 보고대회 ⓒ 이윤경

 
홈플러스 가야점의 재입점이 확정됐다. 이 소식을 전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 부산본부는 "끝까지 싸운 마트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지역 주민들, 시민사회, 진보정당, 시의원들까지 한마음으로 뛰어 만든 값진 승리"라 했다.

지난해 3월 전해진 홈플러스 가야점 폐점 소식은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부산 매출 1위, 전국 매출 5위를 자랑하던 홈플러스 가야점은 지역 주민들이 생활문화 공간으로 애용하던 곳이었다. 이후 지역 주민들은 서명 운동 등을 통해 폐점을 막는데 힘을 보탰다.

자신들의 일터가 폐점한다는 소식을 접한 홈플러스 가야점 노동자들은 지난 10개월간 서울과 부산 전역을 돌며 폐점 매각 반대 투쟁을 진행했다. 매일 시청에서 선전전을 하고 매주 가야점 앞에서 집회를 열었으며 삭발과 서명 운동도 벌였다. 이들의 투쟁은 '홈플러스 가야점 폐점 반대 대책위'를 만들었고 부산시의회의 결의문을 이끌어 냈다. 결국 폐점까지 막았다.

마트노조 부산본부는 19일 오전 9시 30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 오후 7시 홈플러스 가야점 앞에서 '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마트 노동자들의 손을 뜨겁게 잡아 주시고 값진 승리의 날을 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라고 전했다.
 

▲ 김도숙 마트노조 부산본부 사무국장, 안수용 마트노조 부산본부장, 김은희 마트노조 부산본부 홈플러스 가야지회장, 주선락 홈플러스 가야점 폐점반대 대책위원장,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 ⓒ 이윤경

 
안수용 마트노조 부산본부장의 투쟁 승리 선언 후 김은희 홈플러스 가야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지회장은 "폐점 소식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고 분노가 일었다. 그리고 투기자본을 대상으로 싸울 생각에 막막했다"라고 회상하며 "그 힘듦도 잠시였다. 20여 년 간 피땀으로 일군 가야점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단결하는 조합원들을 보며 힘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태어나 처음 삭발을 결심할 때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해 며칠을 고민했다. '이왕 시작한 거 꼭 이겨라'라고 응원하는 가족들을 보며 많이 울었다"라면서 "우리는 우리의 일자리를 지켰다. 향후 가야점이 재 입점할 때까지 잠시 흩어져 일하겠지만 노동자의 자부심을 갖고 떳떳하게 일하자. 그리고 가야점이 재입점 하는 날 다시 만나 기쁨을 나누자"라고 인사했다.
 

▲ 부산노동자겨레하나 몸짓패 ‘반하다’의 몸짓 공연 ⓒ 이윤경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시민대책위도 꾸리고 시의원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7만 여 조합원들의 마음을 담아 정말 고생하셨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라고 말한 뒤 "여러분들이 투기자본의 문제점을 부산 시민들께 알려주었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아름다운 투쟁이었다고 말하기엔 힘겨운 시간이었다. 상대가 유통 재벌이었고 아시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모펀드다. 만만찮은 상대였지만 마트노조 깃발 아래 함께 모여 싸웠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라며 "연대의 힘으로 이긴 만큼 앞으로 여러분들이 빚을 갚아야 한다. 연대 투쟁에 나서 달라"라고 당부했다.

김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다. 노동자 출신 구의원, 시의원 한 명 있었다면 더 빨리 해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노동자 출신 의원 한 명 만들자"라고 말한 뒤 "불평등 세상을 바꿔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세상 한번 만들자"라고 말했다.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어제 문자를 하나 받았다. 오늘 승리 보고대회에서 연설 말고 다른 것을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라고 말한 뒤 "노래를 준비했다. '난 오늘도 설레인다'라는 곡인데 마지막 노랫말이 '앞으로 함께 걸어갈 길도 꽃길만은 아니겠지만 그대와 나의 힘없는 이 걸음에 새 세상이 대답하고 있으니,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이렇게 아름다운 당신과 함께 벅찬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으니 오늘도 난 설레인다'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라면서 "축하드리고 이겨내주셔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노정현 위원장의 노래에 참가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승리 보고대회 참석 차 서울에서 온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부산본부 동지들과 진보당 동지들, 연대해 주신 동지들, 부산시민 여러분 정말 감사드린다"라는 인사로 발언을 시작했다.

정 위원장은 "가야점 동지들은 내내 아픈 손가락이었다. 늘 미안하고 아팠다. 그랬던 동지들이 이렇게 큰 승리로 기쁨을 주셨다"라며 "이제 가야점 동지들은 마트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의 상징이자 확신이 되었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이제 고용안정의 산 하나 넘었다. 이제 현장을 바꾸자. 호봉제도 쟁취하고 아직 주 6일 일하는 익스프레스 동지들과 함께 주 5일 쟁취하자"라며 "마트노조 4년 차, 1만 조합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1만 마트 노동자의 힘으로 마트 현장의 주인, 정치의 주인이 되자"라고 호소했다.
 

▲ 홈플러스 가야점 몸짓패 ‘담쟁이’와 간부들의 공연. MBK라는 거대한 벽을 넘고자 몸짓패 이름을 ‘담쟁이’로 지었다고 한다. ⓒ 이윤경

   

▲ 마지막 순서로 떡케익의 촛불을 손뼉으로 끄고 자른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트노조 부산본부는 승리 보고대회 참가자들에게 수제비누를 선물했다. ⓒ 이윤경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민주노총 부산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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