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군 경로당이 운영보조금 9억 절감한 비결
2020년 감사 통해 부당집행 사례 적발... '냉·난방비' 무분별 사용 억제·투명한 관리 기반 마련
▲ 반납액 비율이 높을수록 코로나 상황에 맞춰 사용했음을 나타낸다. 3개 면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전액 사용했다고 정산했다. ⓒ 최육상
전북 순창군이 371개 전체 경로당의 '2020년도 경로당 운영보조금 집행내역'에 대한 특정감사를 마치고 대안을 마련했다.
감사 결과 순창군내 경로당은 2020년도에 책정된 운영보조금 15억8900만원 중에서 94%가량인 14억9800만원을 사용했다고 정산·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열린순창>·<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감사 착수
<열린순창〉은 지난해 4월 22일, '군내 전체 경로당 보조금 전수 조사' 기사에서 '코로나로 문 닫아도 보조금 전액 사용?' 내용을 처음 보도했다.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마을회관과 경로당은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경로당 운영 보조금'을 거의 다 사용했다고 결산한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 기사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해 보도됐다. (관련기사 : 코로나로 경로당 문 닫았는데, 운영 보조금은 다 썼다? http://omn.kr/1sy12)
기사가 보도되자 순창군은 지난해 5월 1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순창군 전체 경로당의 2020년도 운영보조금 사용내역을 전수 조사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확인된 부당 집행금액은 2억8180만원이었다. 이중 '국비'가 지원되는 '난방비'가 2억2970만원으로 무려 81.5%를 차지했다. '국비는 쓰고 남으면 무조건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 써야 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 환수 비율이 낮을수록 집행금액을 적정하게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부당 집행 금액 중에서는 국비가 지원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반납해야 하는 ‘냉·난방비’ 비중이 무려 81.5%를 차지했다. ⓒ 최육상
난방비·간식비·운영비 부당집행 사례 다양
순창군의 감사 결과를 보면 11개 읍·면 별로 큰 차이가 난다. 특히 3개 면은 코로나로 경로당 문을 열지 못했음에도 경로당 운영비가 한 푼도 안 남았다고 정산·보고했다. 반면 순창읍은 지원금액의 20%가량을 자진 반납했다. 감사로 지적된 환수 조치 금액은 전체 집행금액 14억9800만원의 18.8%인 2억 8180만원이었다.
순창군내 371개 경로당의 난방비, 간식비, 운영비 부당집행 사례는 다양했다. 경로당 운영지원 목적에 맞지 않는 ▲ 술·담배 구입 ▲ 식당에서 식사 ▲ 노인 회원 병문안·노인회 관련 행사 사용 ▲ 경로당 보조사업에 필요한 자부담액 집행 ▲경로당 보일러 난방유가 아닌 휘발유 등 구입 △경로당이 운영되지 않은 기간 음식·물품 등을 구입해 회원 개인별 분배 등이 있었다.
부당한 방법으로 지출이 이루어진 경우는 ▲관련 지출이 없었음에도 경로당 시설을 수리하거나 경로당 관련 물품 등을 구입한 것으로 증빙자료 허위 제출 ▲보일러 탱크 용량을 초과해 난방유를 구입하거나 구입한 난방유가 소모되지 않았음에도 추가 구입 등의 사례가 있었다.
이밖에 ▲ 영수증 등 증빙자료가 없거나 미비 ▲ 부득이한 경우가 아님에도 경로당 운영보조금 전용카드 대신 현금 사용 ▲경로당 총회 시 회의록 참석자 확인란 대리 서명 등이 있었다.
"왜 순창만 문제 삼느냐" 주민들과 실랑이
순창군청 김윤석 감사법무담당은 "노인회 임원들과 이장단협의회 등을 수차례 찾아가 감사 내용을 말씀드리고 설명하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면서 "읍·면 단위 경로당 담당자들 역시 평소 어머니, 아버지처럼 모셨던 분들과 운영비 사용내역에 대해 실랑이를 벌여야 했던 일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고 감사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 사회의 특수성 탓에 '다른 농촌지역 경로당들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데, 왜 우리 순창만 문제 삼느냐'는 어르신들의 하소연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지만, 집행금액의 평균 18.8%를 환수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를 토대로 집행된 부당금액이 평균치 이상인 각 읍·면 담당·주무관 중에서는 2명이 '훈계'를, 10명이 '주의'를 각각 받았다.
'2021년 경로당 운영비' 사용 대안 마련
▲ 순창군은 2021년 경로당 운영보조금 18억원에서 코로나 상황에 맞춰 2020년도보다 적은 7억4550만원만 집행했다. 총금액에서 41% 정도만 집행하고도, 집행금액에서 20%가량을 남겨 반납했다. ⓒ 최육상
순창군청은 2020년도 경로당 운영보조금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2021년도 경로당 운영보조금 사용을 철저하게 지도·감독했다. 그 결과 2021년에는 전체 경로당 운영보조금 18억원의 41%인 7억4556만원만 각 읍·면에 배정했다. 2020년도의 절반가량만 배정한 2021년도에는 집행금액에서 오히려 1억5000만원까지 남겨 반납하는 성과를 거뒀다.
순창군청 문효녀 노인복지담당은 "지난해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 2021년도 경로당 운영보조금 부당 사용 재발을 방지했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 상황에 맞춰 지난해 3분기 경로당 운영보조금을 각 읍·면 경로당에 한 푼도 내려 보내지 않게 순창군 자체적으로 결정한 경우"라고 말했다.
문효녀 담당은 "지난해까지 년 1회 실시하던 경로당 운영보조금 정산·점검을 올해부터는 분기 별로 년 4회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11개 읍·면 별로 차이가 나는 집행액의 예산과목별 세부지침을 정비하고 있다"면서 "경로당 물품구입·시설보수 때 반드시 증빙 사진을 첨부하고, 물품관리대장을 작성해 경로당에 비치하고, 경로당 운영보조금 집행내역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경로당 등 마을 주요장소에 게시하는 대안도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문효녀 담당은 이어 "지난해 3개월 간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경로당 회계 도우미' 사업을 올해 '경로당 회계교육 활성화 사업'으로 확대해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비 지원 '냉·난방비' 무분별 사용 억제
▲ 경로당 운영보조금은 전용통장에서 관리하고 전용카드만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 ⓒ 최육상
경로당 운영보조금은 냉·난방비, 운영비, 간식비 등 3개 항목을 분기 별로 나눠 개별 경로당 운영보조금 통장에 입금된다. 운영비와 간식비는 경로당 상황에 따라 상호 전용이 가능하다.
냉·난방비는 지자체 별로 정해진 일정비율의 국비가 지원되는데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순창군이 지난 2020년도 경로당 운영보조금 감사를 실시해 지적했듯이 부당 사용액의 81.5%을 이 냉·난방비가 차지했다.
순창군은 각 경로당 별로 냉·난방비를 연간 180만원씩 지원한다. 180만원은 1분기와 4분기에 지급되는 난방비 각 80만원씩 160만원에, 여름철에 1번 지원되는 냉방비 20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순창군의 경우, 냉·난방비 180만원은 지난 2021년엔 정부25%, 전라북도15%, 순창군60% 비율로 각각 부담해 지원됐다. 이 비율은 2022년도에는 정부50%, 전라북도10%, 순창군40%로 정부 부담이 2배 늘어났다.
문효녀 담당은 "난방비를 경로당별로 확인해 군청에서 주유소에 직접 결제하는 방안도 강구했으나, 특정 주유소 특혜 등 시비가 생길 수 있어서 경로당 운영 상황을 철저하게 파악해 적정하게 지급하고 모자랄 경우에만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군민 35% 경로당 회원... 순창이 모범돼야
▲ 지난해 3월 11일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근 순창군의 한 경로당 ⓒ 최육상
2021년 10월말 기준, 경로당 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65세 이상 순창군민은 9485명으로 군 전체 인구 2만 6980명의 35%에 달한다. 2020년 경로당 운영보조금 15억원은 1인당 15만8000원씩 지원된 셈이다. 2021년도에 경로당 운영보조금의 실제 사용금액이 5억8000만원으로 대폭 줄면서 1인당 지원액도 6만1000원으로 줄어들었다.
한 경로당 회원은 "감사를 받으며 주민들 간에 부정사용 환수금액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고 군청과 의견 대립도 했지만, 과거의 잘못된 부분은 제대로 고쳐나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현 군수 3선 연임이 6월말에 끝나 더 이상 출마할 수 없고, 노인회장도 지난해 5월 새로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이 눈치 보지 않고 경로당 운영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기"라면서 "경로당 운영보조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서 이번 기회를 순창군이 전국적인 모범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불거진 경로당 운영보조금 부당 집행 논란을 순창군이 슬기롭게 헤쳐 타 지자체의 모범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1월 19일자에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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