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말하는 촛불집회 그리고 박근혜 탄핵
[미리보는 영화]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
▲ 영화 <나의 촛불> 관련 이미지. ⓒ 리틀빅픽쳐스
대한민국의 2017년은 그야말로 역사의 현장이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킨 나라. 그것도 유혈 사태 하나 없는 비폭력 시위 방식으로 이뤄낸 일이라는 사실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찬사와 부러움을 받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국가적으로 다사다난했던 그 역동성을 내세운 다큐멘터리가 곧 개봉을 예고했다. 배우 김의성, 그리고 전 <시사인> 기자 출신인 주진우가 함께 연출자로 이름을 올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추적한 게 아닌 말 그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르짖으며 기꺼이 행동에 나선 촛불 시민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나의 촛불>이 우선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건 그간 언론 보도를 통해 단편적으로 접하거나 간접적으로 접했던 논란의 인물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비선 실세라는 오명을 쓰며 박근혜 탄핵의 불씨가 된 최순실씨 관련 인물인 고영태씨가 직접 출연했다. 여기에 더해 당시 특검을 지휘한 박영수 검사와 수사의 중심 역할을 했던 윤석열 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까지 카메라 앞에 섰다. 이 밖에도 당시 여당이었던 김성태·이혜훈 전 의원 등이 나름 솔직한 속내를 밝히며 영화 내용을 풍부하게 만든다.
영화의 약점
▲ 영화 <나의 촛불> 관련 이미지. ⓒ 리틀빅픽쳐스
▲ 영화 <나의 촛불> 관련 이미지. ⓒ 리틀빅픽쳐스
그간 언론사나 언론인이 중심에 선 여러 저널리즘 다큐멘터리가 등장한 가운데 <나의 촛불>은 아마 조금은 독특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전 기자와 현업 배우가 협력했다는 사실도 그렇거니와,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성 면에서 저널리즘 다큐들이 갖던 추적, 탐사의 흐름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록 다큐멘터리로써 당시 촛불 정국을 회고하고 돌아보는 정도로 갈음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적으로 보면 약점이 몇 군데 있는 편이다. 우선 구성이 단순 나열에 가깝기에 주제 의식에 공감하면서도 당시 상황이나 사건을 보다 입체적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데엔 힘이 부족하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여러 실책들, 세월호 참사부터 국정 농단까지 한 번에 훑으려는 시도를 했는데 그 사건 각자가 갖고 있는 엄중함에 비해 따라오는 장면은 일종의 오피니언(opinion) 수준의 말들이다. 자칫 그 무게감이 희석될 여지를 준다는 게 아쉽다.
주진우 전 기자는 과거에 <저수지 게임> 같은 작품에선 저널리스트의 날카로움을 나름 발휘했다. 물론 확실한 물증이나 분명한 연결고리 여부에서 비판받을 여지는 있지만 저널리즘 다큐의 성격은 분명하게 했다는 평은 가능했다.
<나의 촛불>은 물론 그와는 소재도 주제 의식도 많이 다르고, '기록 다큐'라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탐사나 고발성 다큐는 아니라지만 시사 프로를 함께 진행한 바 있는 주진우 기자와 김의성 배우가 만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이상의 어떤 성취를 기대하는 관객에겐 아쉬울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인터뷰이(interviewee)를 잡는 카메라 구도가 어색한 지점이 많다. 왜곡된 루킹룸(Looking-room, 인물 시선 방향으로 여유 공간을 두는 것)이나 다소 부족한 헤드룸(Head-room, 화면 속 인물 머리 위로 빈 공간을 두는 것)은 의도한 것이었는지 궁금증이 든다. 음악 또한 인물의 대사와 겹치는 지점이 있어서 집중력을 다소 흩뜨리게 한다.
한줄평: 꾸준히 그리고 제대로 기록되어야 할 촛불시민의 힘
평점: ★★★(3/5)
영화 <나의 촛불> 관련 정보 |
감독: 김의성, 주진우 출연: 촛불 시민, 고영태, 김성태, 박영수, 손석희, 심상정, 유시민, 윤석열, 추미애, 이혜훈, 박지원, 정세현, 안민석, 하태경, 우상호, 필립 메스메로, 박주민, 정세균 등 기획 및 제작: (유)주기자 배급: 리틀빅픽처스 공동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개봉: 2022년 2월 10일(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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