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2' 박하선, 슈퍼맘이 될 필요는 없다
[TV 리뷰] 카카오TV <며느라기2...ing>
"확실한 거죠?"
"이게 아기집, 그 안에 작게 보이는 게 아기예요. 이제 5주 되셨네요."
"네..."
산부인과에 들러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을 확인한 사린(박하선)의 표정이 밝지 않다. 당장 며칠 전에 감기약을 복용한 것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앞으로의 직장 생활 등 온갖 문제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린으로부터 임신 사실을 전해들은 구영(권율)은 온몸으로 환호했다. 드디어 아빠가 된다는 생각에 행복했으리라. 이처럼 두 사람의 반응이 너무도 극과 극이다.
집으로 돌아온 구영은 여전히 신이 나 있다. 어서 빨리 시부모에게 전하자고 야단이다. 하지만 사린은 아직 5주밖에 되지 않았으니 다음에 찾아뵐 때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며 구영을 말렸다. 사실 사린은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 시기와 출산 예정일이 겹친다는 게 걱정스러웠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의 희생은 여성의 몫이니까 말이다. 구영은 사린의 얼굴에 드리운 먹구름을 알아채지 못했다.
육아, 남자에게는 손쉽게 예외가 적용
22일 방송된 카카오TV <며느라기2...ing> 3회 '말할 수 없는 비밀' 편은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역할과 책임이 여성에게 얼마나 과도하게 집중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사린은 회사 선배이자 자신의 (이상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성공적인) 미래라 할 수 있는 워킹맘 도 팀장(김지성)의 현실적인 육아 고충을 마주했다.
중요한 미팅을 앞둔 상황에서 도 팀장은 갑자기 자녀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라 병원으로 향한다. 사린은 그런 도 팀장의 뒷모습을 보며 출산 후 회사 생활에 대한 우려가 한 층 더 커졌다. 미팅이 끝난 후, 회식 자리에서 사린은 (임신 사실을 말할 수 없으므로) 위염을 핑계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뒤늦게 도착한 도 팀장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띄웠다.
"난 진짜 내가 슈퍼맘이 될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내 일도 똑바로 못하고 애가 아픈 것도 모르고 정말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회식이 끝날 무렵, 도 팀장은 사린에게 워킹맘의 고충을 토로했다. 아침에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는 걸 모른 척하고 넘겼는데, 결국 이런 사달이 났다며 자책했다. 사린은 도 팀장을 위로했지만, 그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구영도 회식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회사 동료들의 축하까지 받았다. 남자에게 임신은 그저 기쁜 일이다.
이상적인 부부처럼 보였던 구일(조완기)과 혜린(백은혜)의 갈등도 그려졌다. 당장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아이를 친정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둘다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번갈아 가며 아이를 데려오기로 약속했지만, 구일이 회식을 핑계로 아이를 데려오지 않은 것이다. 구일은 불가피했다고 변명했으나 혜린은 구일이 자의적으로 '예외'를 적용하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설상가상 가뜩이나 허리가 좋지 않았던 혜린의 엄마가 아이를 목욕시키다가 다치는 바람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구일은 엄마 기동(문희경)을 찾아가 육아를 부탁하게 된다. 이를 통해 <며느라기2..ing>는 육아가 여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를 조명한다. 항상 남자에게는 손쉽게 예외가 적용되고, 육아에 있어서도 한 발 물러서 있다. 육아의 최종 책임은 여자에게 있다는 듯 말이다.
"애는 뭐 나 혼자 낳았어? 왜 만날 나 혼자 이렇게 동동거리면서 힘들어야 되는데?"
한편, 사린은 친구들과 모임을 나간 자리에서도 육아의 고충을 전해들었다. 친구 한 명이 육아 때문에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 친구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 친구는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남편이 갑자기 주말 낚시를 나갔다는 것이다. 친구는 평소에도 남편이 육아에 전혀 참여를 하지 않는다며 아이들만 아니면 이혼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함께 가정을 꾸리기로 했다면...
분명 임신은 축복이다. 출산과 육아는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보람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린의 주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육아와 관련한 고충들을 보라. 세상은, 아니 남성들은 이런 어려움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당연시해왔다. 그 결과,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야 했다. 가정에서 헌신이 강요됐고, 직장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했다.
프랑스는 '아빠 출산휴가'를 현행 14일에서 28일로 늘렸다. 아이가 태어난 첫 한 달의 육아를 부부가 함께 경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근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중국도 서둘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광둥성은 출산 포상 휴가를 80일(중국의 법적 출산 휴가 98일을 더해 쉴 수 있다), 배우자 출산 휴가를 15일로 확대했다. 한국의 출산 전후 휴가는 90일이고, 배우자 출산휴가는 10일이다.
핀란드에서는 육아가 사회적 성취와 직장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미 2000년대 초반 '근로시간은행제(Time Bank)'를 도입했는데, 정해진 근무시간만 채우면 (육아를 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회사에 양해를 구할 필요도 없다. 또, 부부가 합해서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데, 공평하게 6개월씩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생각해보면 '슈퍼맘'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되어서도 안 되고, 될 필요도 없다. 함께 가정을 꾸리기로 했다면 공평히 육아를 나눠서 분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방에게 과도한 몫을 돌려서는 안 된다. 한국은 곧 대선을 앞두고 있다. 좀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다양한 논의들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이 지워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같은 당의 이준석 대표는 "최근에는 20대 여성이 그들만의 어젠다를 형성하는 데 뒤처지고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또, 그는 여성할당제를 공격하며 열을 올렸다. 현실을 보지 못한 왜곡된 시선이다. 정치권의 이런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 여성들의 삶은, 사린이 느끼는 갑갑함처럼 더욱 수렁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이게 아기집, 그 안에 작게 보이는 게 아기예요. 이제 5주 되셨네요."
"네..."
산부인과에 들러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을 확인한 사린(박하선)의 표정이 밝지 않다. 당장 며칠 전에 감기약을 복용한 것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앞으로의 직장 생활 등 온갖 문제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린으로부터 임신 사실을 전해들은 구영(권율)은 온몸으로 환호했다. 드디어 아빠가 된다는 생각에 행복했으리라. 이처럼 두 사람의 반응이 너무도 극과 극이다.
육아, 남자에게는 손쉽게 예외가 적용
▲ 카카오TV <며느라기2...ing>의 한 장면. ⓒ 카카오TV
22일 방송된 카카오TV <며느라기2...ing> 3회 '말할 수 없는 비밀' 편은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역할과 책임이 여성에게 얼마나 과도하게 집중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사린은 회사 선배이자 자신의 (이상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성공적인) 미래라 할 수 있는 워킹맘 도 팀장(김지성)의 현실적인 육아 고충을 마주했다.
중요한 미팅을 앞둔 상황에서 도 팀장은 갑자기 자녀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라 병원으로 향한다. 사린은 그런 도 팀장의 뒷모습을 보며 출산 후 회사 생활에 대한 우려가 한 층 더 커졌다. 미팅이 끝난 후, 회식 자리에서 사린은 (임신 사실을 말할 수 없으므로) 위염을 핑계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뒤늦게 도착한 도 팀장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띄웠다.
"난 진짜 내가 슈퍼맘이 될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내 일도 똑바로 못하고 애가 아픈 것도 모르고 정말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회식이 끝날 무렵, 도 팀장은 사린에게 워킹맘의 고충을 토로했다. 아침에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는 걸 모른 척하고 넘겼는데, 결국 이런 사달이 났다며 자책했다. 사린은 도 팀장을 위로했지만, 그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구영도 회식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회사 동료들의 축하까지 받았다. 남자에게 임신은 그저 기쁜 일이다.
▲ 카카오TV <며느라기2...ing>의 한 장면. ⓒ 카카오TV
이상적인 부부처럼 보였던 구일(조완기)과 혜린(백은혜)의 갈등도 그려졌다. 당장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아이를 친정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둘다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번갈아 가며 아이를 데려오기로 약속했지만, 구일이 회식을 핑계로 아이를 데려오지 않은 것이다. 구일은 불가피했다고 변명했으나 혜린은 구일이 자의적으로 '예외'를 적용하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설상가상 가뜩이나 허리가 좋지 않았던 혜린의 엄마가 아이를 목욕시키다가 다치는 바람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구일은 엄마 기동(문희경)을 찾아가 육아를 부탁하게 된다. 이를 통해 <며느라기2..ing>는 육아가 여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를 조명한다. 항상 남자에게는 손쉽게 예외가 적용되고, 육아에 있어서도 한 발 물러서 있다. 육아의 최종 책임은 여자에게 있다는 듯 말이다.
"애는 뭐 나 혼자 낳았어? 왜 만날 나 혼자 이렇게 동동거리면서 힘들어야 되는데?"
한편, 사린은 친구들과 모임을 나간 자리에서도 육아의 고충을 전해들었다. 친구 한 명이 육아 때문에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 친구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 친구는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남편이 갑자기 주말 낚시를 나갔다는 것이다. 친구는 평소에도 남편이 육아에 전혀 참여를 하지 않는다며 아이들만 아니면 이혼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함께 가정을 꾸리기로 했다면...
▲ 카카오TV <며느라기2...ing>의 한 장면. ⓒ 카카오TV
분명 임신은 축복이다. 출산과 육아는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보람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린의 주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육아와 관련한 고충들을 보라. 세상은, 아니 남성들은 이런 어려움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당연시해왔다. 그 결과,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야 했다. 가정에서 헌신이 강요됐고, 직장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했다.
프랑스는 '아빠 출산휴가'를 현행 14일에서 28일로 늘렸다. 아이가 태어난 첫 한 달의 육아를 부부가 함께 경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근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중국도 서둘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광둥성은 출산 포상 휴가를 80일(중국의 법적 출산 휴가 98일을 더해 쉴 수 있다), 배우자 출산 휴가를 15일로 확대했다. 한국의 출산 전후 휴가는 90일이고, 배우자 출산휴가는 10일이다.
핀란드에서는 육아가 사회적 성취와 직장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미 2000년대 초반 '근로시간은행제(Time Bank)'를 도입했는데, 정해진 근무시간만 채우면 (육아를 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회사에 양해를 구할 필요도 없다. 또, 부부가 합해서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데, 공평하게 6개월씩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생각해보면 '슈퍼맘'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되어서도 안 되고, 될 필요도 없다. 함께 가정을 꾸리기로 했다면 공평히 육아를 나눠서 분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방에게 과도한 몫을 돌려서는 안 된다. 한국은 곧 대선을 앞두고 있다. 좀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다양한 논의들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이 지워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같은 당의 이준석 대표는 "최근에는 20대 여성이 그들만의 어젠다를 형성하는 데 뒤처지고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또, 그는 여성할당제를 공격하며 열을 올렸다. 현실을 보지 못한 왜곡된 시선이다. 정치권의 이런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 여성들의 삶은, 사린이 느끼는 갑갑함처럼 더욱 수렁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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