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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헌법재판관 이정미의 종부세 위헌소송이 '비극'인 이유

[주장] 사회지도층들의 '지대추구' 정당화 시도를 비판한다

등록|2022.01.26 05:58 수정|2022.01.26 05:58

박수 받으며 퇴임식 참석하는 이정미 재판관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017년 3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직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정말 바람 잘 날 없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최근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종부세 위헌 소송을 청구하기 위해 소송인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종부세 위헌 소송대리인단에는 2008년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 결정(2006헌바 112)을 내린 주심 재판관 민형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참여한다. 헌법재판소 전 헌법재판관들이 종부세 위헌소송을 주도하다보니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로고스는 현행 종부세 위헌성으로 ▲다주택자, 법인에 대한 과도한 세율 적용으로 인한 조세 평등 원칙 위반 ▲재산세와 양도소득세의 부담을 넘어 과도한 종부세까지 3중의 조세부담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일시적 2주택'에 대한 규정이 없고 무조건 2주택으로 과세함으로 인한 조세 평등 원칙, 재산권 침해 ▲세목, 세율에 관한 조세법률주의의 실질적 위배를 꼽고 있다. 쉽게 말해 다주택자‧법인‧1주택자 모두에게 종부세가 너무 과하다는 뜻이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로펌 내부에서도, 주변에서도 종부세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았다. 서로 대화하다가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돼서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는데, 이와 동일한 맥락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종부세로 인한 고통의 체감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이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종부세는 시가 16억 원(공시가격 11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며 종부세 대상 주택 비중은 전체 주택의 1.9%이다. 1세대 1주택자는 장기보유 및 고령자 특별공제로 최대 80%까지 감면을 받는다. 1세대 1주택자 인원의 72.5%는 시가 25억 원(공시가격 17억원) 이하자로 평균세액은 약 50만원이다. 시가 20~30억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50만 원, 100만 원으로 고통받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법무법인 로고스와 이정미 전 권한대행은 대체 어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에 '종부세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그들 주변에는 죄다 종부세 대상인 고가아파트 2채 이상씩 가지고 있는 분들만 있는 것인지. 종부세로 고통받는다는 그들이 사는 세상과 종부세라도 한 번 내볼 수 있는 집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다수 대중들이 사는 세상의 간극은 멀기만 하다.

종부세의 정당성
 

▲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준)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8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정을 규탄하며 법안 처리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 유성호


종부세는 대한민국 전체 주택의 2% 남짓에만 부과된다. 주택을 구성하고 있는 건물과 토지에 부과되지만 시간이 가면서 낡아가는 건물의 가치보다는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할수록 상승하는 토지의 가치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종부세 대상이 되는 주택이 위치한 곳들을 보면 교통의 요지, 우수한 교육환경, 밀집한 상업‧문화시설 등 정부와 사회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한 곳이다.

그렇기에 종부세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재산권이란 개인의 노력에 대한 결과물을 보장하는 취지이지,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을 개인에게 보장해주기 위해 만든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두 축인 시장경제와 재산권은 개인이 노력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을 최대한 보장하고 그 결과물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하여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에 전혀 기여하지 않으면서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을 개인이 가져가는 행위를 '지대추구'라고 한다.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을 옹호하며 근대 자본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던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로부터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지대추구'를 비판했던 이유는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의 보장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의 동력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난망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재인정부의 종부세는 '지대추구'를 원천 차단하는 토지보유세에 비하면 여러 가지 흠들이 있지만 새로운 토지보유세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 사회의 지대추구 경향을 막는 유의미한 조세다. 투기와 무관한 종중 및 사회적경제 법인들에 대한 중과 등 과도한 면들이 있지만 보유세 강화라는 축을 유지하며 문제들을 보완하고 있다. 이와 달리 법무법인 로고스의 종부세 위헌소송은 2008년 종부세 헌재 소송과 마찬가지로 종부세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시도이다.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을 고민해야 할 사회지도층들이 나서서 다시 한번 종부세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보면서 암담함을 느낀다.

우리 사회의 비극은 사회지도층들이 '지대추구'로 얻는 이익이 마치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인 양 떳떳함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회 전체의 노력의 결과물을 마치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상 엘리트들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기대하기 어렵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제는 나의 성공과 성취가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가 나를 키워주었기 때문이라는 인식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데, 사회의 노력 결과물까지도 떳떳하게 자신의 것으로 주장하는 사고구조 속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난망하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종부세 위헌소송은,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토지가치 상승분을 마치 자신이 노력하여 만든 양 떳떳하게 주장하는 그들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헌법에 토지공개념 조항이 명확히 들어가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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