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환경 공약 발표... 환경단체 "암담하다"한 이유
'신축 중 화력발전소 유지' '디스포저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겠다' 등 공약 논란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기는 맑게, 쓰레기는 적게, 농촌은 잘살게'를 주제로 한 환경·농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가 25일 환경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공약을 두고 시민사회계에서는 '암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전에 밝힌 입장과도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윤 후보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기는 맑게, 쓰레기는 적게, 농촌은 잘 살게"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추어 환경·농업·스포츠 공약 발표에 나섰다. 특히 이날 눈에 띄는 건 환경 관련 공약 중 일부였다.
그는 "임기 중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미세먼지를 30% 이상 감축해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라며 "이를 위해 LNG·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임기 내 3분의 1 감축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 대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을 확대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이같은 공약 내용은 기자들에게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다. 윤석열 캠프는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탈원전을 백지화하는 한편, 탈석탄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라며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임기내 60%대에서 40%대로 대폭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농도 초미세먼지 발생이 예상되는 석탄발전소는 가동 상한을 현재 80%에서 50%로 낮출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윤 후보는 자신의 쓰레기 관련 공약을 "쓰레기를 줄이며 폐기물 자원으로 활용하는 순환정책"이라고 소개하며 "어느 건물에 살든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로 버려야 하는데, 앞으로는 신축 건물에 분쇄기를 설치해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 파생 수거물을 설치해 바이오 가스를 만들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내세웠다.
보도자료에도 "지금까지는 어떤 건물에 살건, 모든 사람이 음식물 쓰레기 물기를 뺀 뒤 그 상태 그대로, 혹은 건조시켜서 따로 버려야 했다"라며 "앞으로는 신축 건물 싱크대에 분쇄기(디스포저)를 설치해 하수구에 바로 배출하게 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방식을 채택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대폭 줄이는 한편 건물 하부에 파쇄물 수거용기를 설치해 바이오가스도 생산할 수 있게 된다"라는 주장이었다.
"윤석열 공약,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보이지 않는 수준"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기는 맑게, 쓰레기는 적게, 농촌은 잘살게'를 주제로 한 환경·농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이같은 내용의 공약이 '환경' 분야 공약으로는 불충분할뿐더러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오마이뉴스>에 "윤석열 후보의 환경 공약은 미세먼지와 쓰레기에 국한된 공약"이라며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정책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원전 확대'를 내세웠는데,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한 방사능과 핵폐기물을 늘리자는 건 환경 공약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윤 후보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방침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날 공약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윤 후보는 "지금 신축 중인 것(화력발전소 설치)을 중단할 수는 없다"라고 못 박았다. 다만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는 나중에 확 줄여야 하는 분야이기는 한데, 오래된 거 보다는 새로운 시설이 아무래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총량에 있어선 감축시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인철 팀장은 "석탄발전소 수명이 30년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가 완공될 경우 2050년이 지나도 가동되는 지경"이라며 "탄소중립이 불가능해진다"라고 꼬집었다.
해당 공약을 설계하는 데 참여한 최흥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신규 화력발전소 건립과 탄소 배출 절감 목표가 모순이라는 지적은 오해"라며 "노후 발전소는 폐쇄하되, 발전효율은 올라가고 배출량은 줄이는 새 시설로 바꾸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발전은 외딴 섬과 같아서 국내에서 전기 공급을 다 조절해야 하니 설비가 있어야 한다"라며 "더 최신의 고효율 시설을 통해 오염물질이 덜 나오게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전의 기조와 배치되는 부분도 있었다.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업과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비판해왔다. "가장 중요한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날 발표한 공약에서는 "이제까지는 민관이 자발적협약(VA) 형식으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왔지만, 앞으로는 의무화하기로 했다"라며 오히려 이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권역별(수도권, 중부권, 남부권, 동남권) 할당량도 50% 이상 축소한다"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런 지적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자발적 협약으로 하던 부분을 법적 강제로 바꾸는 것이고, 의무화 사항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권역별 할당량을 정해준 것은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같은 경우 인구 밀도가 높고, 단위면적당 배출량이 높지 않느냐"라며 "그러다 보니 총량을 줄이는 방법밖에는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도 문제있는데... 코멘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암담하다"
'디스포저' 관련 공약도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설치해 사용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는 법적으로 그 사용에 제한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분쇄기를 거친 음식물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하수로 내보낼 경우, 하수관 막힘은 물론 환경오염 등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음식물 쓰레기를 집에서 보관하면서 건조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와 미세먼지 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라며 "새 건축물에 디스포저를 설치하면서, 건물 지하에 수거통도 함께 만들어 수거통에 걸러진 음식물 쓰레기를 회수하고, 이를 혐기성 시설을 통해 바이오 가스로 만들어 소화하겠다는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코멘트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암담한 공약"이라며 "가정 내 설치된 기기는 일일이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현재도 디스포저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하수관으로 버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국정감사 때도 해당 사안이 지적되어, 한정애 환경부장관이 규제 방침을 밝힌 바 있고 관련 법안도 발의되어 있다"라며 "공공시설인 하수관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고, 모든 건물에서 제대로 수거된다는 보장도 없으며, 현재의 분리 배출 시스템보다 에너지와 비용도 더 추가로 쓰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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