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재명,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 있다... 상식적 얘기 해줄 것"
[단독 인터뷰] 김종인 "국민의힘으로 안 돌아가... 김건희 녹취, 표심 영향 적지 않다"
▲ 26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TV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측에서 만나자고 하면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선거를 직접적으로 돕는 일은 어느 쪽이든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을 언급한 내용을 두고 "(김건희씨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김건희씨의 발언이 표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상승 요인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으로 꼽으면서도,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만나보겠다고 하면 만날 수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과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을 만류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재명) 본인은 나에 대해서 가끔 안부 전화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인간적으로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재명 후보가 만나겠다고 하면 만날 용의가 있느냐'라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질문에 김 전 위원장은 "본인이 만나보겠다고 그러면 뭐 만날 수는 있는 것"이라며 "내가 굳이 뭐 자연인의 입장에서 그것을 거부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라고 열린 자세를 보였다.
이 후보를 만나게 된다면 "상식적인 이야기는 해줄 수가 있는 것"이라면서 "정치인이자 대통령 후보로서 상식적으로 필요한 이야기는 그냥 해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직접적으로 캠프에 참여하거나 선거를 돕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런 짓은 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국민의힘 쪽으로도 돌아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준석 대표가 여러 차례 공개 발언을 통해 김종인 전 위원장의 재합류 필요성을 밝힌 데 대해, 김 전 위원장은 "그건 이준석 대표의 생각"이라면서 "나는 한 번 나온 데를 다시 돌아가거나 그러진 않는다"라고 재차 못을 박았다.
"김건희, 말 함부로 하는 사람... 녹취록, 적지 않은 영향 끼칠 것"
▲ 26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TV
이날 김종인 전 위원장은 김건희씨가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언급한 음성을 현장에서 직접 들었다. 김 전 위원장은 MBC <스트레이트> 등에서 해당 부분이 공개된 이후에도 "녹취록을 직접 들어보지 못했고, 나중에 신문에 보도된 걸 보고서 '무슨 얘기를 했구나' 하고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건희씨는 통화 녹음에서 "(김종인) 원래 그 양반이 (국민의힘에) 오고 싶어 했다, 계속"이라며 "왜 안 오고 싶겠나.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김 전 위원장은 김건희씨에 대해 "말을 조심성 없이 함부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전후 사정도 모르고서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한다"라며 "그 말 자체에 내가 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주 제일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게 그런 것"이라며 "진심에서, 자기가 도와달라고 그래서 (내가) 도와주려고 생각하면 그것을 감사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되는데, 이 사람들이 마치 내가 '자기한테 무슨 기대하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 하는 그런 불쾌감을 주면 나는 더 이상 거기에 같이 협력을 할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온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경선 전 윤석열 후보를 만나는 자리에서 김건희씨를 10분 정도 만났던 일화를 털어 놓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건희씨가 "내가 정권을 잡으면" 등의 표현을 한 것을 두고도 "대통령 후보 부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얘기를 한 것"이라며 "저런 문제가 앞으로 유권자들의 소위 표심을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무속 논란과 관련해서도 나름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정 운영에 '무속인들의 영향력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는 이야기는 과거에도 있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번처럼 이렇게 무속인들의 활동이 대통령 선거에 노골적으로 튀어나온 적은 처음"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거는 이제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라며 "국민들이 과연 그런 식으로 나라가 운영이 된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측근에 둘러싸여 있으면 보통 문제 아냐... 측근 집착하면 성공 못해"
▲ 26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TV
김종인 전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위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의지를 관철을 못 하고 남의 선거에서 따라 다니다가 선거를 실패 할 것 같으면, 그 책임만 내가 고스란히 지고서 내 자신의 레퓨테이션(Reputation, 평판)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자신이 선대위를 개편하고 나름의 권한을 쥐려고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가 정치를) 시작할 때 정치적인 오리엔테이션을 시켜준 사람들이 예를 들어서 지금 '윤핵관'이라고 하는 몇몇 의원들"이라며 "후보가 완전히 스스로를 해방을 하지 못하고 거기(윤핵관)에서 따라다니다 보니까 그럴(메시지 혼선 등)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측근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거기 말만 들어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얘기했더니 (윤석열 후보가)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검증된 사람들이니까 좋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사실은 검증이 됐건 안 됐건 하는 행위가 똑같으면 그건 마찬가지 이야기다. 지도자가 될 사람은 측근에 너무 집착할 것 같으면 성공을 못 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도 "나는 (인재영입이) 누가 어떻게 해서 들어오는지를 전혀 모른다"라며 "사전에 나한테 얘기한 적도 없다. 발표되고 난 후에 아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은 이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보면 무슨 허수아비 비슷하게 갖다가 앉혀놓은 것 같은 식의 운영을 하기 때문에, 나는 도저히 그런 일은 할 수가 없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차기 대통령에 당선이 돼서 그거(경제위기 극복 등)를 전부 제도적으로 수렴을 하려고 그럴 것 같으면, 국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라며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대통령은 그 일을 집행해 나가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준석의 세대포위론, 한계에 봉착... 수도권이 승부 가른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날 여러 차례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 동력을 '이준석 대표'의 덕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세대포위론' 전략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2030에 집착을 해가지고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이준석 효과가 한계에 봉착했다"라며 "앞으로 2월에 어떻게 상황 변화를 갖다가 이끌어 갈 거냐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설 연휴 직후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아마 선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2월에 들어가면 상황이 좀 바뀔 것이다.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후보든) 그런(대한민국 위기 극복, 권력구조 개편 등) 쪽에 아마 포커스를 맞춰서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예측했다. 특히 "누가 수도권을 장악하느냐에 따라서 결정이 날 것"이라며 "수도권의 민심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사람이 선거를 이길 것이라고 본다"라고도 말했다.
해당 인터뷰는 <오마이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https://youtu.be/zMpvAf4K600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