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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이 가수의 탈락을 아쉬워 했던 이유

[TV 리뷰] JTBC <싱어게인2> 심사 공정성에 대한 논란?

등록|2022.02.02 10:19 수정|2022.02.02 10:20
우리나라에서 음악 경연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정말 치열한 고민과 수준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를 함께 한 시청자들은 이제 눈높이가 상향 평준화 되어있고, 그만큼 냉철하다. 하지만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실력을 선보이는 참가자들에게는 여전히 따뜻한 관심과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다.

참가자들도 경연 결과의 순위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서, 지더라도 잘 싸워보자는 용기로 출연을 결심하기도 한다. 굵직한 경력을 가진 가수들도, 어떤 경로로든 얼굴을 계속 알리고 소통을 해야 음악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대중음악계의 치열한 현실이다.

가창력으로 정면승부하는 가수가 오히려 희소한 시대 

현재 방영 중인 JTBC <싱어게인2> 참가자 중, 10호 번호표를 달고 등장했던 가수 렌 (LEN). 1라운드에서는 박진영의 'Kiss Me'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무대로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렌은 과거에는 주로 애절한 이별 감성을 표현하는 노래를 많이 했었지만, 피아노 연주로 발라드 뿐 아닌 다양한 장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원곡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색다른 느낌을 만들어냈고, 특히 후반부에서 약 18초간 한 호흡으로 내지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현장의 심사위원단과 제작진, 대기실의 동료들과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수많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쏟아지는 전쟁터 속에서, 가수 렌의 피아노 연주와 풍부한 가창, 신선한 편곡 스타일은 많은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유희열 심사위원은 '가수라면 한 번쯤 상상해보는 화려한 보컬 디자인을 실제로 실현해버리면 어떡해요'라고 극찬했다.
 

▲ 김이나 심사위원은 10호 가수의 'Kiss Me'가 정갈하면서도 섹시한 무대였다고 평했다. ⓒ JTBC


2라운드에서는 가수 주니퍼, 곽동현과 함께 G.T.S라는 팀을 꾸려,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불렀다. 렌 특유의 감성을 녹인 피아노 도입부,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세 사람의 조화로운 호흡과 각 보컬의 장점을 극대화한 편곡은 큰 박수를 받았다. 서로 눈을 맞추고 멋진 화음을 쌓아가며 진심으로 무대를 즐겼고, 뜨거운 에너지와 가슴이 뻥 뚫리는 극강의 시원함을 동시에 뿜어냈다.

특히 각자의 파트에서 고음을 마음껏 지르면서도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하모니를 완성한 점은 매우 놀라웠다. 각자의 장르적 차이에서 오는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은 편곡이었다. 3분 동안 엄청난 몰입과 휘몰아치는 열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 쏟아낸, 오프라인 공연으로 현장에서 다시 보고 싶은 무대였다. 렌은 이 무대를 통해, 편곡 실력과 프로듀싱 능력을 뽐내며 주목을 받았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심사 방향

안타깝게도, <싱어게인2>는 G.T.S 세 사람 모두의 탈락이라는 심사 결과로 시청자들의 큰 원성을 샀다. 동영상 다시보기 서비스의 댓글 및 프로그램 관련 커뮤니티의 반응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프로그램 제목이 '무명가수전'이고,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을 무대에 서게 할 취지의 경연이라면, 심사의 공정성과 일관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G.T.S의 무대에 대해, '저렇게까지 잘했는데 탈락한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10호 가수 렌에 대해서는, '다음 무대를 더 보고 싶었는데 싱어게인 시즌 1, 2 통틀어 탈락이 가장 아쉬운 참가자다, 가창과 편곡 면에서 매우 뛰어난데 탈락한 이유라도 알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기성 가수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참가자들 위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시키다 보니, '갈고닦은 실력이나 재능보다는 방송에서 원하는 캐릭터에 맞는 참가자를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조 편성 및 대진 구성, 선곡 등에 대해 심사위원 및 제작진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심사위원단과 시청자 사이의 취향의 차이, 혹은 현장에서 무대를 보는 것과 방송 영상으로 보는 것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으며, 모든 심사 결과가 시청자를 전부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다수의 시청자가 비슷한 내용의 피드백을 쏟아내는 상황이라면 제작진 또한 이러한 목소리에 분명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좋은 무대를 선보인 10호 가수, 더욱 사랑받기를 

음악인으로서 무대에 서는 사람은, 약 3~4분의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표현해야 한다. 음원 발매, 방송 출연, 공연 등의 모든 상황은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 없이, 여러 외부 상황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는다. 자신의 위치와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매일 고민하고, 시도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시행착오를 겪고 좌절하면서도 성과를 이뤄야 하는 일. 매체에 어떻게 비춰지느냐에 따라, 온갖 추측과 오해를 받기도 하고, 직업인으로서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할 때도 많다.

적절히 운이 따라야 하고, 쉼 없이 실력을 갈고닦지 않으면 한순간에 도태된다. 코로나 상황 장기화로 인해 공연계가 직격타를 맞은 상황에서, <싱어게인2> 시청자들도 한 번의 방송 무대가 절실한 참가자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음악 시장에서 10년 이상 활발히 활동했다는 가수 렌, 앞으로의 국내 활동이 기대된다. 렌은 2010년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배우 이종석이 연기한 뮤지션 '썬' (한태선) 캐릭터의 노래 장면 목소리 대역으로 참여했고, 2012년 KBS 2TV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에서 가수 장민호와 팀을 이뤄 '렌미노'로 최종 우승했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더니 과연, 최근 국내에 팬카페가 개설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렌의 경연 무대를 보며 열정적인 긍정 에너지를 느끼고 응원을 보내는 많은 시청자가 존재하는 만큼, 일본에서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멋지게 활동하는 가수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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