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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보험료 내도 병원 거의 못 가... 윤석열 사과해야"

[스팟인터뷰] 섹알 마문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부위원장, '숟가락' 망언 비판

등록|2022.02.03 19:00 수정|2022.02.03 19:56

▲ 섹알 마문 부위원장이 동료에게 전달받은 건강보험료. A씨는 두 번째 공장에 취업하자마자 두 달여 구직활동을 한 시기의 건강보험료를 포함해 총 39만 5370원의 건강보험료를 냈다.(위) 또다른 이주노동자도 건강보험료 8만 8440원이 매달 공제됐다. ⓒ 섹알 마문 부위원장 제공


"설 연휴에 윤석열 후보 발언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공약이랍시고 하고 있어서. 매달 건강보험료를 내고도 시간이 없어서, 병원비가 많이 나올까봐,  한국말을 할 줄 몰라, 병원에 못 가는 동료 이주노동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섹알 마문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부위원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악의적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가 지난 1월 30일 페이스북에 사실상 중국인을 특정한 이주노동자의 '건강 보험 무임승차론'을 꺼내 들은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윤 후보는 SNS를 통해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이다.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중국인은 피부양자 자격으로 약 33억 원의 건보 급여를 받았으나 10%만 본인이 부담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섹알 마문 부위원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석열이 굳이 중국 노동자를 특정해 사례를 든 건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발상"이라며 "윤석열에게 투표권이 없는 이주노동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우리를 막 대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주노동자로서 비참한 마음"이라며 윤 후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윤석열 발언 후... 동료들 억울하다며 건강보험료 고지서 보내"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방글라데시에서 대학을 다니던 섹알 마문 부위원장은 1998년 한국에 와 경기도 남양주 마석의 가구공장을 비롯해 여러 공장에서 숙식하며 일했다. 폭력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를 보며 인권 운동에 뛰어들었고, 이후 이주 여성노동자 비닐하우스 숙소의 인권침해를 고발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아시아미디어컬처팩토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한국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동료들은 2009년 귀화한 그에게 통역을 부탁하기도 하고 일하던 공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민원해결을 요청하기도 한다. 윤석열 후보가 이주노동자의 건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자 몇몇 동료들은 그에게 급여명세서·건강보험료 고지서 등을 보내며,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데 억울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했기 때문에 10만 원 내외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월평균 소득이 내국인(한국인)보다 적어도 보험료는 평균보험료를 낸다. 그런데 무슨 숟가락을 얹나?"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한국에 입국한 뒤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정부는 자산과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들에게 내국인 평균보험료에 맞춰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9년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외국인들은 전년도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인 11만 3050원을 의무가입 첫 해에 냈고, 해마다 조금씩 상승한 보험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주노동자)의 건보 피부양자 등록은 내국인보다 제한적이다. 내국인은 세대주와 동일 세대로 인정되는 범위가 직계존비속·미혼인 형제자매·배우자·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으로 폭이 넓지만, 외국인(이주노동자)은 세대주의 배우자·미성년 자녀만을 동일 세대원으로 인정한다.

윤 후보는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상위 10명을 보면 무려 7~10명의 (피부양자)를 등록했다"고 주장했지만, 섹알 마문 부위원장은 "드문 경우를 가지고 윤 후보가 일반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모와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이주노동자들이라면 보험료가 인당 부과되서 한 달에 20여 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피부양자 등록도 제한적이고 등록해도 감면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되는 게 현실이다. 도대체 윤석열은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이어 그는 "농가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사용자가 계약서도 쓰지 않고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아 지역가입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직장가입자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반씩 부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자기가 다 부담해서 상대적으로 비싼 건보료를 낼 수밖에 없다"라고 부연했다.

이주노동자가 아파도 병원에 못가는 이유 
 

▲ 이주·장애·여성·청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월 2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들에게 "취약계층의 권익보장을 위한 노동정책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섹알 마문 부위원장 ⓒ 참여연대 제공


그렇다면 건보료를 내는 이주노동자들은 얼마나 혜택을 받고 있을까? 섹알 마문 부위원장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는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월-토요일 일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 일요일 하루 쉬는데, 지역의 동네 병원 대부분은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면서 "설사 시간이 있다 해도 말이 안 통해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 병원에 가길 꺼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생활을 한지 24년 된 나도 아파서 병원에 간 기억은 손에 꼽는다. 수술도 입원도 한 번 한 적 없다. 건보료는 꼬박꼬박 냈지만 혜택을 받은 건 거의 없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민 건강권 실태와 의료보장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복수 응답 허용), 이주노동자 1055명 중 비용이 부담돼서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이들이 54.1%(약 570명)에 달했다. 그 외 이주노동자들은 ▲시간이 없어서 37.1%(약 391명)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 같아서 36.4%(약 384명)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27.9%(약 294명) ▲어디서 진료받아야 할지 몰라서 17.7%(약 186명) ▲거리가 멀거나 교통이 불편해서 11.6%(약 122명)의 이유를 들었다.

외국인 건보 재정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10월 국정감사 때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거주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는 1조 4915억 원이지만 건보공단이 이들의 치료비 등에 쓴 급여비는 9200억 원으로 5715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섹알 마문 부위원장은 "우리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보다 기여를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억울하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살기 위해 한국의 법을 지키는 거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윤석열 발언 때문에 억울하고 분노할 일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인한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촬영하고 있다는 그는 "얼마 전에도 농장에서 일하다 너무 힘들어 자살시도를 한 이주노동자를 만나고 왔다. 모르는 사람들은 너네 나라로 돌아가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오는 순간 자기 어깨에 수십 개의 빨대가 꽂힌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가족을 비롯해 먹여 살리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많다는 뜻"이라며 "그런 이주노동자들인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건보료 무임승차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화가 나지 않겠냐. 제발 윤석열은 우리를 희생제물 삼지 말고, 제대로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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