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입씨름 하다가 놓쳐버린 '정해진 미래'
[대선 이슈 칼럼]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모두 병력감축 공약 내놨지만...
▲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후보 4인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하기위해 레드카펫을 걸어오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의 4자토론이 우여곡절 끝이 성사됐다. 3일 방송3사 초청 TV토론 이야기다. 자유 주제를 포함해 부동산, 외교·안보, 일자리·성장 등 4개 분야에서 이뤄진 토론 중 외교·안보 토론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 문제'로 시끌벅적했다.
이 과정에서 토론은 사드 추가 배치를 둘러싼 외교적·지정학적 논의보다는 사드라는 방어체계의 능력이 어떠한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한국이 처한 전반적인 안보 관련 문제를 두고 논의를 펼치기보단 특정 무기의 제원과 같이 지엽적인 주제에만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은 아쉽다.
지금 대선후보들이 안보와 관련해 치열하게 다툴 사안은 사실 따로 있다. '병력 자원' 문제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군 병력을 50만 명으로, 징집병은 30만3000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병력이 유지되기 위해 1년에 필요한 징집병은 약 19만6000명. 그런데 저출생 현황으로 인해 해가 갈수록 수를 채우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 <2020 병무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현역판정비율은 81.2%다. 이 중 재신체검사자 중 3~40%가 이후 현역판정받는 걸 감안하면 전체 현역판정비율은 약 82%라 볼 수 있다. ⓒ 병무청
<2020 병무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병무청 신체검사의 현역 비율은 81.2%다. 여기에 재검 후 현역판정률을 감안하면 대략 82%가 현역으로 입대한다. 그렇다면 매년 20세가 된 남성의 82%가 현역으로 가는 걸까. 그렇지 않다. 육·해·공군사관학교와 육군 제3사관학교 그리고 일반 대학교의 군사학과 등의 군장학생 남학생들은 병무청의 신체검사 대신 별도의 신체검사를 받는다. 이 수가 매년 인구감소와 상관없이 1만6000명 정도 된다. 이들을 뺀 이들이 병무청 신체검사 대상자다.
즉, 매해 스무 살이 된 남성 중에서 육사 등 1만6000명의 상수를 제외한 이들의 82%가 현역입영대상자란 의미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5년 뒤에는 약 17만8000명, 2021년 태어난 남아가 만 20세가 될 때엔 겨우 약 9만2000명이 현역입영대상자다.
당장 5년 뒤만 해도 50만 병력을 유지하기 위한 19만6000명에 비해 2만 명이나 모자란 셈이다. 일각에서 논의되는 여성징병제나 군 복무기간 연장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병력 감축이 필연적이다.
이·윤·심·안 모두 '병력 감축' 한목소리... 근데 토론에선 침묵
▲ 2020년 12월, 서울역에 군인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후보들도 심각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2월, 5대 국방 공약 중 하나로 징집과 모병을 혼합한 '선택적 모병제'를 내세웠다. 그의 '선택적 모병제'는 현재 징집병 30만 명을 2027년까지 절반으로 줄인 뒤 나머지 절반은 전투부사관, 군무원, 민간위탁으로 각각 5만 명씩 충원해 상비군을 40만 명으로 줄이겠다는 정책이다.
안철수 후보도 지난 11월, '준모병제' 공약을 발표했다. 안 후보의 '준모병제'도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현재 징집병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줄어든 절반의 절반, 즉 7만5000명을 전문 부사관으로 대체하겠다는 차이가 있다.
심상정 후보는 아예 '완전 모병'을 주장했다. 심 후보는 2029년까지는 징·모병 혼합제로 12개월 징집병과 4년 복무하는 전문병사로 혼합 운영하다가 2030년부터는 징병을 전면 폐지하고 병력 30만 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윤석열 후보는 지난 9월, 유승민 전 의원과의 경선토론에서 "장기적으로 20년 정도 지나면 모병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당장의 모병제에는 부정적인 모양새다. 그러나 그 역시 지난 1월 24일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방혁신 4.0'을 추진해 병력 중심의 군에서 탈피, 2040년까지는 무인전투체계로 전환하겠다며 병력 감축의 의지를 보였다.
네 후보는 방향성과 내용은 다르지만 병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대의'엔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한국의 병력 자원 문제는 심각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후보들 모두 공통된 내용의 공약을 발표해놓고는 토론에서는 관련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의 우려처럼 '좋은 말 대잔치'로 끝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관련 기사 : 좋은 말 대잔치 '병역' 공약...됐고, 이 문제부터 풀어라).
사드 추가 배치 문제는 중요한 안보 문제다. 그러나 특정 후보의 공약일 뿐 한국 사회가 앞으로 마주할 '정해진 미래'라고 할 순 없다. 반면 병력 감축은 한국 사회가 앞으로 마주할 '정해진 미래'다. 네 후보 모두 나름의 병력 감축안이 있는 만큼 향후엔 이 필연을 해결할 방안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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