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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경험한 악플, 그리고 생긴 일

등록|2022.02.06 13:05 수정|2022.02.06 13:05
난생처음 악플을 경험했다. 소셜미디어를 시작해 보려고 포털 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쓴 기사 '치킨 한 조각에 무너진 채식자... 그 순간 깨달은 사실'이 검색되었고 호기심에 클릭해 보았다. 개인 미디어를 제외하고 두 곳 메인 포털에서 확인되었다.

A포털 댓글 65개, 이모티콘 87개로 좋아요, 어이 없어요가 5:5 비율이고 B포털 댓글 40개, 이모티콘은 좋아요, 나빠요 6:4 비율이었다. 그때 후속기사 '원해요 1'이 눈에 들어왔다. 후속기사 1을 원한 사람에게 짧은 답을 하자면 그 후로 치킨 한 마리를 더 시켰지만 반도 못 먹었고, 채식뿐 아니라 육식도 잘 먹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 악플들을 지우면서 악플을 썼던 그 마음까지도 지워냈다.?더 이상의 악플은 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 envato elements


내가 쓴 기사를 객관적으로 접하는 일이 신기하기도 해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어 보았다. 악플이 선플보다 6:4비율로 많았고 선플보다는 악플이 눈에 들어왔다.

"치킨집 차리셨나 봐요 힘든 시기 파이팅입니다."
"일기는 일기장에... 기레기.. 이런 것도 기사."
"줏대 없는 채식주의자네, 밥상머리에서 채식한다고 개소리하면 뒤통수 한 대 갈기고 입에 고기 물려줘야 한다. ㅉㅉ "
"아무나 기자랍시고 휘두르고 설쳐대는지"
"이런 것도 기자라고 깝죽대는데 통탄스럽네"  


나를 욕한 게 아니라 내 글을 욕한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위안을 하며 애써 웃어 보지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의욕마저 잃었다. 한동안 악플의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원고료 알림'이 떴다.

악플이 많이 달린 바로 그 기사 "치킨 한 조각에 무너진 채식자"의 알림이었다. '유익하고 좋은 기사 또 많이 써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응원글과 함께 10,000원의 하트가 보였다. 응원글과 자발적원고료를 받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도대체 누가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은 그다음이었다.

응원글 하나에 용기를 얻은 거 보면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마음이란 정말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었다. 어느 곳을 바라보는지는 마음에 따라 창밖에 꽃을 볼 수도 있고 반대편 벽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창쪽, 벽쪽 어느 쪽을 택할지는 자신의 몫이지만 벽쪽으로 기울지 않기를 경계한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다시 훑어보았다. 찬찬히 잘 살펴보니 좋은 글도 많이 있었다. B포털에는 대부분 선플이면서 진지하게 동감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마치 친구와 소통하는 거처럼 친근감이 들었다.

"뭐든 맛있게 먹음 되죠, 육식 좋아하면서 건강을 위해 굳이 채식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술 담배 전혀 안 해도 간암 폐암 걸리기도 하죠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니까 뭐든 적당히가 중요한 거 같아요."(이 댓글은 추천을 415개나 받았다)
"잘했다. 먹고 싶은 걸 다 먹을 순 없어도 마음은 편해야지."
"그래,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지."
"오랜만에 재밌게 기사 봤네요 ㅋ 요즘은 다들 너무 극단주의로 가는 거 같아요. 마치 흑백논리에 사로잡힌 사람들 마냥 극과 극으로 나뉘어 서로 다투기만 하죠."
"저체중일 때 치킨이 먹고 싶은 건 내 몸이 필요해서 그런 거니 맛있게 먹고 행복한 게 좋은 선택, 뭐든 과유불급."


이렇게 좋은 글들도 많았는데 나는 왜 많지도 않던 악플을 먼저 본 것일까. 어쩌면 나는 내가 자신이 없어서 보고 싶었던 부분만 서둘러 본 건 아닌가 싶다. 급한 마음에 선플보다는 악플이 눈에 띄었고 중점적으로 악플만 되뇌어서 스스로를 자학했던 것 같다.

나는, 내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반대로 나는 그동안 어떤 댓글들을 썼을까 궁금해 내가 쓴 댓글들을 확인했다. 비록 오래된 댓글이지만 지금까지 보관되어 고스란히 남아있고 앞으로도 계속 남아있다면 언젠가 다시 보게 될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내가 달았던 악플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악플들을 지우면서 악플을 썼던 그 마음까지도 지워냈다. 더 이상의 악플은 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힘이 되는 응원글 선플을 달기로 결심했다. 누군가 나처럼 내가 단 선플에 용기를 얻기 바라며 악플 근절을 희망한다.

뉴스 속보로 배구선수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평소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악플때문에 고통받다 세상과 이별하는 일이 더이상 생기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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