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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식물이 아닙니다, 저의 반려 가족입니다

반려식물을 기르고 나서 일상이 변했습니다

등록|2022.02.15 12:00 수정|2022.02.15 13:25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살고 싶어 땅을 알아보았지만 마땅치 않아 결국 포기했다. 산속에 들어가 혼자 어떻게 살 건지가 한결같은 질문이었다. 혼자 살 거면 개라도 키워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개를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개'와 살아야 하는 상상을 해봤다. 생각해보니 산속에서의 생활은 낭만보다는 현실적인 과제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산속으로 갈 수 없으니 아파트 베란다를 텃밭으로 만들어 보고자 야심 차게 설계했다. 블루베리 나무를 심었고, 시장에 가서 고추모랑, 토마토, 오이를 사다가 화분에 심었다. 다육이도 몇 개 샀고 예뻐 보이는 꽃들은 죄다 들고 와 베란다를 꾸몄다.
화사한 꽃들과 싱그러운 녹색잎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고추랑, 토마토, 오이가 열매도 맺지 못한 체 시름시름 앓더니 얼마 못가 시들어 버렸다. 꽃들도 수명을 다한 듯 말라비틀어졌다.

처참하게 죽어 버린 식물들을 보며 시작했던 처음과 달리 의욕은 고추모처럼 쉽게 꺾였다. 될 대로 돼라 하고 겨우내 내버려 뒀던 식물 중 용케도 살아남은 것은 다육이와 선인장, 덴마크 무궁화, 블루베리였다.

너희들, 살아있었구나 

앙상한 나뭇가지에 초록잎 몇 개 붙어있는 덴마크 무궁화가 안쓰러워 물을 주기 시작했다. 선인장은 움츠려져 있어 방 안으로 옮겨주었더니 다시 탱탱해지기 시작했다. 다육이는 화분이 좁아터져 밖으로 기어 나와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덩굴처럼 늘어져 바닥까지 내려왔다. 미안하게도 죽을 때까지 기다렸지만 죽지 않고 점점 더 가지를 뻗어 갔다.

'아 너희도 살아있구나! 말을 못 해 그렇지 괴롭겠다'. 어느 날 문득,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잎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분갈이부터 해주어야 할거 같아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서 화분과 분갈이용 흙을 사 와 난생처음 '분갈이'란 것을 해주었다. 분갈이로 화분이 달라지자 볼품없던 다육이 모습이 훌륭해졌다. 다육이는 다육인 줄만 알았는데 다육이에도 각자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검색을 통해 다육이 이름이 '호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야' 꽃말은 고독한 사랑, 아름다운 사랑으로 3~4년 정도 키워야 꽃을 피울 수 있다는데 그것도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한다. 키우기는 쉬워도 꽃 피우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꽃은 흰색과 핑크 별 모양으로 아주 예쁘다고 한다.

"그 녀석은 꽃이 아주 예쁩니다. 초보들도 키우기 쉽고요". 그러고 보니 작년 여름 꽃집 주인이 호야를 추천하며 했던 말이다.

'호야'를 키우는 온도는 21~25도가 적당하며 추위에 약하니 겨울에는 실내로 들여 키워야 한다(이걸 모르고 베란다에 계속 뒀다. 다행히 올해는 춥지 않아 살아 있었나 보다). 직사광선을 피하되 햇빛을 많이 보여줘야 꽃이 잘 핀다. 그럼에도 꽃이 피지 않는다면 분무기로 물을 뿌려 습도를 조절하라는 팁이다. 봄가을에는 흙 표면이 말랐을 때 물을 주고 겨울에는 화분의 흙이 대부분 말랐을 때 물을 줘야 한다. 키우기도 관리하기도 쉬운 '호야'라고 했다.

반려식물이 안겨준 놀라운 안정감
 

▲ 방안에 살아있는 생명이 나와 같이 숨 쉬고 잘 때도 함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도 의지가 되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 pixabay


호야랑 비슷한 무렵에 데리고 온 친구, 통통한 다육이는 '후레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후레뉴도 분갈이를 해주었다. 금세 번식해서 화분을 가득 채워 두 개의 모양이 되었다. 그동안 방치했던 다육이들을 새단장하자 애정이 생겼다. 분갈이를 해준 다육이들에게도 왠지 안정과 휴식이 필요할 거 같았다.

아이를 출산한 산모들이 몸조리를 하듯 제 몸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한 분갈이 다육이들도 조리를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따뜻한 온기가 필요할 거 같아 실내로 들여와 예쁘게 닦아 주었다. 살아있는 생명은 생존 본능이 있다더니, 분갈이 후에도 잘 살아나는 것을 보고 생명의 위대함을 느꼈다.

그리고 방안에 살아있는 생명이 나와 같이 숨 쉬고 잘 때도 함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도 의지가 되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아닌 게 아니라 반려식물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우울감 및 외로움 해소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반려식물은 도시농업의 '원예치료' 기능을 도입한 신조어로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식물'을 의미한다. 반려식물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서울시가 70세 이상 저소득 독거노인 20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시범 운영한 결과, 우울감이나 외로움이 해소되고 주변 이웃들과 친밀감이 올라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코로나 19의 여파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며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며 기분을 달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에듀월 시사상식 2020년 6월호 참고).

혼자인 건 싫어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을 기르기로 했다. 방안에 생명을 더해준 반려식물에 '진심'이 되었다. 호야, 후레뉴, 선인장, 덴마크 무궁화, 블루베리, 무책임한 주인 덕에 힘들게 겨울을 이겨낸 아이들아, 잘 크려무나. 특히, 호야! 결코 쉽게 꽃을 내주지 않는 도도한 호야가 행운의 꽃을 피우는 날, 꽃말처럼 아름다운 사랑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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