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안전수칙만 지켰어도 참변 피할 수 있었다"
여수국가산단 여천NCC폭발사고 대책위, 기자회견 열고 5가지 요구사항 밝혀
▲ 여수국가산단 여천NCC폭발사고 대책위원회가 폭발사고 공동조사단 구성과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함께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 이재준
지난 11일 여수 여천NCC에서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에 대해 여수국가산단 여천NCC폭발사고 대책위원회가 공동조사단 구성,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함께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14일 오전 11시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공동조사단 구성 및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개정 ▲ 산업단지 시설물 안전관리특별법 제정 ▲ 국가산단의 안전 국가 책임 ▲ 산재전문 공공병원 설립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나선 유가족 대표도 "여천NCC가 안전수칙만 지켰어도 이런 참변은 피할 수 있었다"며 "이것은 명백한 인재"라 말했다. 또 "유가족은 노동부가 사고 원인을 정확히 조사하여 동일한 재해발생을 방지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12일 여천NCC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산안법 위반으로 입건하고, 13일 권기섭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유가족을 만나 "사고에 대하여 철저한 원인조사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경영자에 대한 책임규명을 신속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14일에는 여천NCC를 압수수색했는데 2018년 유사한 사고에 이어 재발된 만큼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상원 위원장은 작년 말 이일산업 폭발사고를 언급하면서 "노동부장관이 와서 현장 검증하고,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고 밥만 먹고 갔다. 만약 그때 여수산단 노후설비를 점검했으면 이번 같은 희생은 없었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사전 행정이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고가) 여수산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산단이 전쟁터"라며 "가스가 누출돼 사람이 죽고, 폭발해서 사람이 죽고... 이런 사고가 매일 일어나고 있다. 결코 사업주에게 (안전을) 맡겨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게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화섬식품노조는 2020년 산업단지 노후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특별법 제정하라고 1만 명의 서명을 받아서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며 "더 이상 기업이 스스로 안전을 책임지라고 할 때는 지났다. 특별법을 통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대표 "사람이 죽었다면 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응당한 처벌 받아야"
현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산업단지 시설물 안전관리특별법은 가칭 '노후설비특별법'으로 기존 여러 차례의 사고 때 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여론형성이 있었다"며 "플랜트건설노조와 화섬식품노조는 3월 특별법 제정 추진단을 발족하고, 4~6월 사고사례 현장증언 및 지방선거 공개질의, 7~8월 방치하면 위험하다 캠페인 및 국회토론회, 9월 한 달간 5만 국민동의 청원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폭발사고가 일어난 11일 여천NCC 최금암·김재율 공동대표이사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며 부상자 치유를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유가족 지원에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 대표는 공동대표의 '법적 도의적 책임' 발언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을 언급하고는 "사람이 죽었다면 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은수 화섬식품노조 여천NCC지회장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던 여천NCC 공동대표이사가 밝힌 원론적인 대국민 사과문은 2018년 그리고 이전에 발생한 모든 사고 재발 방지 대책과 다를 바 없다"며 인력증원과 같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김정환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장은 "유가족들과 사고 브리핑을 듣는 자리에서, 여천NCC 관계자는 도저히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며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며 "어처구니 없고 안일한 의식이 또다시 4명의 노동자를 죽인 것"이라 비판했다. 심지어 "브리핑 자리에 약속된 시간마저 어긴 행동에 치를 떨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함께 하는 공동조사"를 요구하면서 대책 마련도 함께 할 것을 주문했다. 또 "민주노총은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110만 노동자(조합원)가 함께 노동자의 목숨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폭발사고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고, 쾌유를 기원했다. 대책위에는 민주노총과 화섬식품노조,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남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등 9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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