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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착각과 안철수의 편견 드러낸 '노동이사제' 논쟁

윤석열, 근로자추천이사제와 혼동.... 안철수, 재계의 부정적 시각만 대변

등록|2022.02.16 19:05 수정|2022.02.16 19:05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안철수 : "윤 후보께서는 지난번에 공기업의 노동이사제를 찬성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기사를 보니까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노동이사가 노조 출신이 아니라 노조에서 추천한 변호사들이 많다'. 그렇게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 윤석열 :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이 많이 선출이 되는 것 같습니다. 추천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열린 '2차 대선후보 4자 TV토론회'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간 공방이 오갔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찬성하는 윤석열 후보에게 "서울시 산하 20개 공기업의 현직 26명의 노동이사들 중에서 15명이 민주노총, 7명이 한국노총 출신이다. 노동이사의 85%가 변호사가 아니라 노조 출신"이라면서 "(윤 후보가) 잘못 알고 계신 부분이 있으신데도 여전히 노동이사제에 찬성하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지난 3일 '1차 대선후보 4자 TV토론회'에서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필요할 때 공공기관 개혁을 못하게 될 수 있다"면서 윤 후보에 "찬성 입장을 철회할 생각이 없나"라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찬성 결정은 "깊이 생각해서 내린 것"이라며 "노동이사제는 노조가 이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에서 근로자들이 추천하는 것이고 대개 변호사가 (노동이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연 공공기관에 선임된 노동이사가 대개 변호사(전문가)라는 윤 후보 주장이 맞는지, 안 후보 발언처럼 노동이사들이 노조 출신이라는 점이 우려할 만한 대목인지 살펴봤다.

윤석열, 근로자추천이사와 혼동... 노동이사 자격은 '해당 기관 근로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정책간담회를 하기 전 김동명 위원장으로부터 노동자의 요구를 담은 책자를 전달받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공공기관 노동이사가 '노조에서 추천한 변호사(전문가)들이 많다'라는 윤 후보 발언은 '노동이사제'와 '근로자추천이사제'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이사제는 지난 2016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노동자 대표 1~2명을 이사회에 참여하게 하면서 시작됐다. 서울특별시는 2016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관련 조례(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해당 조례의 '제6조(자격)'에 따르면 노동자이사는 공사 등 소속 노동자 중에서 1년 이상 재직한 사람으로 선임해야 한다.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이 예상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아래 공운법) 일부 개정안' 역시 노동이사의 자격을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로 규정했다. 적용 대상은 한국전력 등 공기업 36곳, 국민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 95곳 등 총 131개 공공기관이다.

반면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근로자 또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노동이사제는 공운법에 따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만 적용이 된다"면서 "노동자(근로자)추천이사제는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이 도입했고, IBK 기업은행 등 기타 공공기관이나 국민은행 등 금융기관의 노동조합들이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노동이사가 아닌 다른 비상임이사들 중에는 변호사나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을 선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재계의 부정적 시각만 대변... 전문가, 긍정적 평가도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후보도 지난 두 번의 TV토론회에서 노동이사의 85%가 노조 출신인 점, 노동이사가 기업의 발전을 막을 가능성 등을 근거로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러한 안 후보 주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비슷하다. 경총은 지난 7일 <노동이사제 도입 시 문제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은 의무화하기보다는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노동이사제는 이사회를 노사 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경영상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지금까지 시행됐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성과를 살펴볼 때 그 결과가 긍정적이었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노동자의 관점이 이사회에 반영됨으로써 의사결정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최홍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노동이사들이 공공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기관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업장 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9년 서울시 사례를 조사해본 결과,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이사진이 거수기 역할에서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변화가 있었고, 노동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식적 창구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사 결과 노동이사가 노조 출신이더라도 노조와 노동이사의 지위 및 역할은 명확히 구분되는 측면이 있고, 노조와의 관계 형성도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 바 있으므로 단편적인 접근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태주 연구위원 역시 "노동이사의 도입으로 쟁점 사안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직원의 관점이 이사회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서 이사회의 의사 결정의 과정과 질이 높아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최 교수는 "현재 노동이사가 소수(1~2명)이기 때문에 사실상 의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서 "이 때문에 '공공기관 노동이사 도입이 이사회나 기업의 신속한 의사 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에는 구조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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