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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샤우팅' 받은 이재명, 서울 송파에서 '부동산'을 외치다

정책 실패 재차 사과하며 '변화' 약속...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 "이준석에 경악했다"

등록|2022.02.16 22:35 수정|2022.02.17 07:14

▲ 가수 이은미씨가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새내역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집중유세에 나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이희훈


"선거는 전쟁이라고 하죠? 이런 기세로 상대를 누를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16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일대에 가수 이은미씨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점점 더 큰소리로 "더 거센 기세로, 더 힘차게 이 싸움을 이겨야 한다! 자신 있게, 자신 있게 맞붙어 이길 수 있는 기세를 끌어올 수 있도록 에너지를 모아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에너지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모아달라고 한 번 더 소리쳤다. 뒤이어 지지연설에 나선 작곡가 윤일상씨가 "주눅들었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다.

이들의 격려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 이재명 후보는 여느 연설처럼 "3월 9일은 역사적인 분기점"이라며 "과거로 갈 것인지, 미래로 갈 것인지. 정쟁과 정치보복이 난무하는 복수혈전의 장이 될지, 아니면 민생과 경제가 살아나는, 화합하는 통합의 시대가 오는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세 장소가 서울, 그것도 '강남 3구' 중 한 곳인 송파인만큼 화제는 자연스럽게 부동산 문제로 옮겨졌다.

성난 서울 부동산 민심에 호소 또 호소
 

강추위 속 유세 펼친 이재명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새내역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새내역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 후보는 "우리 서울 시민 여러분, 부동산, 집 문제 때문에 너무 고생 많이 하셨죠?"라며 "그래서 우리 민주당이 부족했다고 질책하고 계신 것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단지 아파트의 재건축이 추진 중인 송파구는 지난해에도 줄곧 서울 25개 구 가운데 집값 상승세 선두권을 달렸던 곳이다. 민주당에게는 2016년 총선 당시 송파갑을병 세 지역구 중 2곳을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송파병 남인순 의원만 생환함으로써 '민심의 변화'를 확인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어 이 후보는 12분 넘게 부동산 공약과 경기도지사 시절 부동산 관련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집행했는지를 말했다.

"서울에, 수도권에 집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분 저는 첫번째 해결 방법으로, 가장 단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일이 살지도 않으면서 가지고 있는 집을 시장에 내놓게 하는 거다. 안타깝게도 지금 집을 팔면 양도세를 80% 넘게 내야 하니까 정권교체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어떻게 되겠지' 하며 버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잠깐의, 한시적인 탈출기회를 주겠다. 빨리 탈출할수록 혜택이 많은 한시적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딱 1년만 하겠다. 세금을 깎아주는 게 아니라 다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하기 위한 현실적인 공급방안 중 하나다.

두번째, 필요하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지역 규제 완화해야 한다. 층수 늘려주고, 용적률 늘려주되 그 이익이 전부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도록 일부 공공주택을 공급하게 하겠다. 제가 서울 용산, 구룡마을, (서울) 외곽 일부 가용토지를 개발해서 전국에 311만 세대를 공급하겠다고도 말씀드렸는데, 원래 어느 지역을 공급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투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얘기했다. 왜? 정치를 믿지 않으니까. 정치를 믿게 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부작용을 감수했지만 이건 이재명이 반드시 공급약속을 지킨다는 증거다." 


이 후보는 "제가 오늘 오다가 안타까운 사연을 하나 들었다"며 '15년간 무주택자로 살다가 주택청약에 당첨됐지만 대출을 50%도 못 받는다'는 누리꾼의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세밀해야 한다. 최초로 집을 살 경우에도 20번째, 100채째 살 때와 똑같이 대출규제하면 불공평하지 않나"라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시 주택담보대출 비율(LTV) 90% 인정 ▲청년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미래소득 인정 공약 등을 한 번 더 설명했다.

'실적'도 내세웠다. 이 후보는 "제가 경기도에 기획부동산이 너무 많아서 빅데이터를 동원해서 토지 쪼개 파는 게 발견되는 즉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서 기획부동산이 다 망했다"며 "그 사람들 다 찾아내서, 특별사법경찰관 동원해서 뿌리까지 뽑아서 다 처벌했다"고 했다. 또 외국인·외국법인의 부동산 거래 제한, 부동산 투기 공무원의 승진 제한 사례도 얘기하며 "정책결정권자의 용기, 추진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세상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지연설자들도 윤석열·이준석의 '갈라치기' 비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새내역에서 지지 발언자들과 함께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 부터 기타리스트 신대철, 작곡가 윤일상, 가수 이정석, 가수 이은미, 이 후보, 하준경 한양대 교수, 신홍윤 함께하는장애인위원회 청년본부장, 정현백 전 여성부 장관. ⓒ 이희훈


이 후보는 청중들에게 "대통령을 뽑는 게 이재명을 호강시켜주려고 하는 것인가, 윤석열에게 정치보복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인가"라며 "모든 국가 역량이 오로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만 쓰여지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게 우리 사명이자 꿈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호소드린다"며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여러분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희망이 있는 이 나라를 위해서 투표해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지지연설에 나선 이들도 통합의 정치, 미래를 위한 정치를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첫 여성가족부 장관, 정현백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너무 답답하고 너무 걱정돼서 이 자리에 섰다"며 "윤석열 후보는 남녀를 갈라치기 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할당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미국에서 정상적인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 할당제 폐지 얘기를 할 수 없다. 경악했다"고 밝혔다.

지체장애인으로 지난해 선대위 출범식 때 지지연설을 했던 신홍윤 함께하는장애인위원회 청년본부장도 "청년들의 삶이 위태로운데 이번 선거에 우리 청년들을 남성/여성,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라놓는 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혐오의 정치는 틀렸다"며 "이재명 후보는 기회가 될 때마다 누차 청년을 갈라놓는 분열의 언어를 비판해왔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새내역 집중유세에서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저녁 서울 잠실새내역 인근에서 집중 유세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새내역에서 집중유세를 하는 동안 버스를 탄 시민이 유세를 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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