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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제도 개편, 주요 대선 후보들 생각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상비 병력 감축 입장 밝혀 긍정적, 개혁성과 구체성 면에선 차이... 윤석열 후보는 '무응답'

등록|2022.02.23 11:25 수정|2022.02.23 11:25

▲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기호순). ⓒ 오마이뉴스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병역 제도 개편이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징모 혼합제, 모병제 도입 등 개편 방향에 대한 구상들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병역 제도는 국방, 외교, 경제, 청년 등 다양한 층위의 정책적 문제가 범사회적으로 맞닿아 있는 이슈로 복합적인 설계와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문제이다. 한국군의 '적정 병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에 따른 바람직한 병역 형태는 무엇인지, 군 복무 환경을 개선할 방안은 무엇인지 등 보다 구체적인 정책들이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한다.

이에 군인권센터, 나라살림연구소, 참여연대는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병역 제도 개편에 대한 정책 질문을 던졌다. 여야 3당 후보들은 병역 제도 개편과 군 복무환경 개선, 군 인권 보장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을 기반으로, 한국군의 변화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녹여낸 답변을 보내주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여러 차례 요청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세 후보 모두 상비 병력 감축 입장 표명
 

▲ 병역제도 개편에 대한 주요 대선 후보 답변 ⓒ 참여연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세 후보 모두 현재 50만 명인 상비 병력을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병 중심에서 간부 중심으로 병력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정책 방향도 동일하게 확인되었다. 그러나 개혁성과 구체성 면에서 각 후보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현재 30만 명인 징집병을 15만 명으로 감축하고 전투 부사관을 5만 명 증원하여 상비 병력을 총 40만 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이는 긍정적인 방향이나 인구 절벽과 징병제 국가 평균 병력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추가적인 감군 계획이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방어 중심으로 군사 전략을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예비군 감축에 대해서는 적정 규모를 재판단하여 내실화와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구체적인 규모나 개편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심상정 후보는 '방어 충분성'에 입각하여 상비 병력을 총 30만 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매우 바람직하다. 북한 체제 붕괴나 흡수 통일이 아니라 전쟁 방지를 군의 최우선 목적으로 두어야 한다는 방향도 바람직하다. 현행 의무 예비군 제도를 폐지하고 50만 명 규모의 직업 예비군 제도로 전환하겠다는 구체적인 공약을 밝힌 것 역시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안철수 후보는 전문 부사관제 확대를 통해 상비 병력을 45만 명 규모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세 후보 중 가장 소극적인 감군 계획을 제시했다. 예비군은 현행 275만 명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예비군 제도 개편이나 감축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병 중심에서 간부 중심으로 병력 구조 전환

병역 제도 개편 시 병역 형태와 병력 구성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선택적 모병제' 공약을 제시하였는데, 장교·준사관 6.7만 명, 부사관 18.5만 명, 병 14.8만 명으로 병력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간부 중심의 군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선택적 모병제'는 사실상 현행 징병제를 유지하며 부사관 숫자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현재 과도한 장성, 장교 숫자를 감축할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병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미래 국방환경의 변화에 따라 단축될 것'이라는 답변 외에 구체적인 기간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병역 자원 확보를 위해 전역 시 사회 정착용 목돈 지급, 취업·창업 지원, 경력 인증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심상정 후보는 '한국형 모병제' 공약을 제시하고, 장교·부사관 15만 명, 징집병·전문병사 15만 명으로 병력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대에는 징집병을 완전히 없애고 전원 모병제로 전환한다고도 공약했다. 간부와 전문병사 중심의 군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징집병 복무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하고 육군 15만 명, 해·공군 15만 명으로 육군 숫자를 대폭 감축하겠다는 정책 방향도 적절하다.

다만 2030년대까지 징집병을 완전히 없애고 전원 모병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은 촉박한 일정을 극복할 구체적인 계획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지원병 모집 방안으로 전문병사 초봉 300만 원 급여 보장과 더불어 군 복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군인 처우 개선, 인권 개선을 병행하고 명분 없는 참전 등에 반대하여 평화 수호 군대로서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방향을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장교 7만 명, 부사관 20만 명, 병 17만 명의 병력 구성을 제시하며, 간부 중심의 군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나 인구 절벽 등을 고려할 때 상비 병력 45만 명을 전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더구나 병 복무기간은 현행 18개월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긴 복무기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군의 병 의존도 심화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단축 계획이 필요하다. 육군 위주의 병력 구조를 해·공군, 해병대 비중을 늘리는 구조로 재정립하고 전체 병력의 50%를 전문 부사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며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병사 월급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 이재명·심상정 '찬성', 안철수 '노력할 것' 

의무병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최저임금에 맞춰 2027년까지 200만 원 이상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병영 생활관 소인실로 개조, 급식 수준 향상 등 복무환경 개선을 위한 여러 정책도 밝혔다.

심상정 후보 역시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제안에 동의하고, 공무상 상해에 대한 국가 책임, 병사 기본권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시하였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고 적절한 방향이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지속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18개월 복무에 대해 1천만 원의 사회진출지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공약한 것은 긍정적이나 합리적인 보상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

군 인권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이재명 후보는 평시 군사법원은 2021년 개정된 법률과 동일하게 특정범죄만 민간 이관 방안에 동의하는 입장이며, 군 인권보호관 제도 역시 독립성 보장을 강조했으나 기본적으로는 현행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겸직안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현재 제도로는 군 사법체계 독립성이나 군인권보호관의 독립적인 권한을 보장하기에 미흡한 방안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군 인권을 증진하고 군대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장관 직속 성폭력 예방·대응 전담조직 신설 등 여러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심상정 후보는 평시 군 사법 체계의 완전한 민간 이관, 군인권보호관에게 독립적인 권한 부여와 군인권보호관을 전담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증원 등에 모두 동의하였고 군 성폭력 해결을 위한 예방 제도 강화, 전담기구 설치 등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군 인권 증진을 위해 외부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향도 적절하다.

안철수 후보는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 내 성폭력과 인권 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은 적절하나 군 인권 보호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여군 확대 계획, 후보들마다 미묘한 입장차 

여군 확대 계획에 대한 질의에 이재명 후보는 선택적 모병제 실현 과정에서 여군 간부 비율이 확대될 것이라 답했다. 그러나 단순히 모병을 선택하는 것만으로 여군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군 확대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과 목표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여군 복무 여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으나 성폭력 근절 공약 외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한편,

심상정 후보는 간부와 전문병사에서 여군 인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여군 인사 제한 규정을 재정립하여 유리천장을 제거하고 남성 군인, 민간인과 같은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간부 모집에 있어서 '특정 성을 할당하는 방식'보다는 종합적 평가를 통해 임용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여군 정원 폐지까지 염두에 두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나 목표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더불어 개인장구 개선, 성폭력 방지, 모성보호 등 복무 여건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병역제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 세 후보 모두 동의

병역제도 개편은 국방, 외교, 경제, 젠더, 청년 등 다양한 층위의 정책적 문제가 범사회적으로 맞닿아 있는 이슈이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어야 할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숙의를 통해 사회적 논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유관 부처,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기구'를 설치하여 병역 제도 개편에 대해 민·관·군의 충분한 숙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여러 위원회 운영이 근본적인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들을 고려할 때, 혁신기구가 실제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 비율, 숙의 방법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심상정 후보는 사회적 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군이나 유관 부처의 이해에 따른 저항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견은 수렴하되 꼭 필요한 병역 제도 개혁이 기득권에 의해 왜곡되거나 지체되지 않도록 책임 지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바람직하다.

안철수 후보 역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다양한 국민이 참여하는 협의체 운영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인 병역제도에 대해 시민들이 조금이나마 각 후보의 병역제도 개편 청사진을 상세히 살펴보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병역 제도 개편에 대한 주요 대선 후보 답변 비교표 ▶ https://bit.ly/3LRyKjd
덧붙이는 글 참여연대 블로그에도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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