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그분' 의혹 조재연 대법관 "검찰, 필요하면 즉시 날 불러라"
[대법관 사상 첫 개인 해명 기자회견] "김만배 모른다, 딸들도 사실무근이라 하더라"
▲ 조재연 "대장동 '그분' 의혹, 사실 무근"최근 언론 보도로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대법관은 이날 회견에서 본인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공동취재사진
대장동 특혜 개발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2시께 약 40분간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반박' 입장을 밝혔다. 현직 대법관이 개인을 둘러싼 문제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조 대법관은 최근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 속 '그 분'으로 지목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 기자로부터 딸의 거주용 거처를 제공받았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조 대법관은 검찰에 자신이 해당 의혹과 관련이 있어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면 "즉시 저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고발을 받은 지가 벌써 반 년이 다 되어간다"면서 "다른 사건은 몰라도 저와 관련된 일에선, 검찰이 볼 때 필요하다면, 나를 즉시 불러 달라. 논란을 종식하시는 데 검찰도 일정 부분 제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조 대법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TV토론에서 자신의 이름을 거론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해당 부분을 읽어드리겠다"며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해 지금 그 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확인이 되어 보도가 나오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전 국민이 보는 생중계에서, 현직 대법관 성명을 거론했다. 제 기억에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당장 외부인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를 꾸려 현직 대법관 비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한다'고 올린 글도 들어보였다. 조 대법관은 "지난 며칠 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했다"며 "이번 일은 지난해 10월과 달리 계속 증폭되고 있고, 이 때문에 선량한 국민들이 오도할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선 사실 검증을 위한 취재진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언론이 의혹 해소를 위해 자료를 요구한다면 "언제든 응하겠다"고도 밝혔다. 아래는 주요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김만배와 단 한번도 만난 일 없다, 일면식도 없다, 통화도 없다"
- 김만배씨와 만나거나 연락한 사실이 전혀 없는가. 또 딸들이 최근 2~3년 사이 어느 지역에 거주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 가족 가운데 누구든 대장동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는가.
"김만배씨와 공적, 사적으로 단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 일면식도 없다. 단 한 번도 통화를 한 적도 없다. 김만배뿐 아니라 대장동 사건 관련 그 어느 누구와도 일면식, 일통화도 없었다.
제 딸의 거주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전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현재 주거지에서 계속 살아왔고, 제 딸들은 함께 거주하다가 딸 하나는 2016년에 분가해 그 이후 서울에서 계속 거주 중이고, 다른 딸 하나는 작년에 결혼해 분가해서 죽전에서 살고 있다. 막내딸은 저와 살고 있으며, 저나 제 가족 그 외 친인척 중에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
- 다른 지역에 딸들이 거주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등본 등을 개인정보 없이 공개하는 등 자체 검증에 응할 생각이 있는가. 법원행정처장 재직 시절 김만배 외 다른 머니투데이 기자와의 연결고리는 없는지.
"등본 등 필요한 자료 제출은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어느 기관에서 요청하든 응하겠다. 하등 회피할 이유가 없다. 법원행정처장으로는 2019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2년 4개월 근무하였고, 당시 김씨를 본 일이 없다.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명함을 받으면 그것을 간직하나, 수십 장 명함 중 김만배씨의 것은 없다. 다른 머니투데이 기자들과도 어떤 접촉도 없었다."
"딸들에게도 물어봤다, 전혀 그런 사실 없다고 했다"
- 관련 의혹에 대해 딸들과 소통한 바는 있는가.
"당연히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을까 하고 딸 셋에게 혹시 판교 타운하우스를 알거나, 무슨 이야기를 듣거나 근처에 가본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런 의혹이 아빠를 향해 제기되고 있다고.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 녹취록 파일을 보면 구체적으로 따님을 언급하고 아파트 동 호수까지 언급한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언급한 이유가 무엇일지 추정할 만한 단서는 없나.
"처음 의혹은 판교에 있는 시가 수십억의 타운하우스에 딸을 거주하게 했다고 보도됐고, 지난 22일엔 수원에 있는 아파트에 딸이 살고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수원 아파트에도 전혀 거주한 사실이 없고,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서 왜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저로선 아는 바가 없다."
- 김만배씨와 성균관대 동문이라는 고리도 있다. 법조인 기자들과 동문모임에서 접촉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가?
"제 기억에는 없다. 어느 학교 동문이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사유가 될 수 있나. 우리 사회도 지연, 학연, 혈연에 대한 추측을 자제해야할 줄로 믿는다."
"검찰로부터 관련 연락 받은 적 없다"
▲ 최근 언론 보도로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대법관은 이날 회견에서 본인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공동취재사진
조 대법관은 검찰로부터 연락 받은 사실이 없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대장동 사건이 검찰에 접수된 지 반년 가까이 되고 있으나 그 사이 검찰로부터 단 한 번의 연락, 단 한 번의 문의, 단한번의 조사 요청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의혹제기에 대해선 손해배상 청구나 정정보도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라고만 밝혔다. 조 대법관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법 심판을 받아야한다는 것이 정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 이 사건에 관해선 엄중한 법적 조치를 현재로선 검토하고만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조 대법관의 이날 입장 표명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22일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직접 조 대법관을 거론하면서 "법원행정처와 조 대법관은 국민 앞에 공식 입장을 명백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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