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정치개혁? 진정성의 3가지 조건
[제언] 지방선거부터 3인 이상 선거구제 도입해야... 공직선거법 26조 2항 고치면 가능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뒤늦게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번 걷어차 놓고, 이제 와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얘기를 꺼내니,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관련기사 : 송영길 "대통령 4년 중임 개헌, 결선투표 도입" http://omn.kr/1xhz2 )
그동안 민주당이 했던 행태를 돌아보라.
뿐만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지배하는 시·도의회는 4인선거구를 쪼개서 2인 선거구로 만드는 폭거를 저질렀다. 시민사회와 소수정당의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지른 일이다. 당시 필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서울시의회에서 목이 아프도록 항의를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같은 경우에도 2018년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을 때, 민주당이 이런 방안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개헌의 성사여부도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거부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모든 것을 하겠다고 하니,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 당연하다.
정말 진정성이 있다면
만약 민주당이 진정성이 있다면, 3가지를 약속해야 한다.
첫째, 올해 6월 1일 치러지는 기초지방의원 지방선거부터 2인 선거구를 없애고 3-4인 선거구제로 치러야 한다. '나중에'는 있을 수 없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차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선거구당 2-4인의 기초지방의원을 뽑게 되어 있는 공직선거법 26조 2항을 '3인 이상'으로 바꾸면 된다. 한 글자만 바꿔도 되는 것이다.
둘째,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질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든지 아니면 권역별 개방명부 비례대표제같은 다른 대안이라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얘기하고 있는 것을 들어보면,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는 크게 독일/뉴질랜드가 하고 있는 '연동형(혼합형) 비례대표제'와 다른 비례대표제 국가들이 하고 있는 '순수 비례대표제'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지역구 선거를 병행하는 것이고, 후자는 지역구 선거없이 주로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뽑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로는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동안의 논의과정에서 확인됐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겠다고 하든지, 아니면 300명으로도 충분히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든지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300명으로도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은 덴마크, 스웨덴 등이 하고 있는 권역별 개방명부식 비례대표제(순수 비례대표제의 한 방식)다.
이것은 300명 국회의원 중에 현재 253명인 지역구 국회의원을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뽑는 것이다. 다만, 개방명부식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1장의 투표용지에서 정당도 고르고 후보자도 고를 수 있다. 그러니까 유권자들의 선택권은 오히려 확대된다. 현재 47명의 비례대표 의석은 '보정의석'으로 하면 된다. 보정의석은 '권역별'로 비례대표제를 하기 때문에 의석에서 손해를 보는 정당에게 배분되는 의석이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1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권역에서는 10% 이상 얻어야 1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5% 얻은 정당은 의석을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47석의 보정의석으로 의석을 배분해주면 되는 것이다.
▲ 유권자는 투표용지에서 지지하는 정당을 고르고, 그 밑에 있는 후보명단에서 지지하는 후보까지 고르면 된다. 그러면 정당지지율에 따라 그 권역의 의석이 배분되고, 각 정당안에서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은 후보순서로 국회의원이 된다. ⓒ 하승수
이 방안은 300명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지 않고도 충분히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리고 누가 비례대표로 당선되는지를 유권자들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존재해왔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불신도 해결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지역구는 없어지지만,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뽑기 때문에 지역대표성도 있다.
필자는 2020년 가을 이런 방안을 도입할 때 투표용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까지 세부적으로 담은 <개방명부 비례대표제를 제안한다>를 출판한 바 있다.
셋째, 국회의원 급여를 대폭 삭감하고, 국회의원들의 보수와 대우(보좌진 숫자) 등을 정하는 독립기구를 설치하며, 이 기구가 국회의원들의 예산사용과 윤리의무 준수 여부 등도 감사할 수 있게 약속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기득권과 특권부터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해야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믿을 수 있을 것 아닌가?
개헌, 국민이 주도해야
▲ 지난 12월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민주권ㆍ지방분권ㆍ균형발전을 위한 개헌국민연대 개헌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개헌국민연대 관계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필자가 얘기한 것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조건이다. 첫 번째 조건은 당장 입법으로 보여줘야 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조건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하고 곧바로 입법준비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개헌도 진짜 하겠다면, 국민들이 개헌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국민참여 개헌 절차법'부터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개헌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서는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이 토론해서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년 대통령중임제같은 방안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2018년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준비할 때에 그런 시도를 한 경험도 있다. 당시에 개헌안 마련을 위한 자문기구인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에 필자도 부위원장 겸 국민참여본부장으로 참여했었는데, 권역을 나눠서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이 참여하는 권역별 토론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런 시도를 확대하고 제도화해서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참여하는 개헌이 되게 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제 말로는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민주당이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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