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역대급으로 엎치락 뒤치락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네거티브를 극복하고 포지티브 선거 문화를 위한 기획으로 '나는 왜 ○○○을 지지하는가'를 마련했습니다. 각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고 설득합니다. 이번 순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공동청년본부장이었던 여명 서울시의원입니다.[편집자말]
▲ 2017년 1월 17일, 윤석열 특별검사 수사팀장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내게 '윤석열'이라는 사람의 첫 이미지는 '적폐수사' 검사였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기조 아래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당시 검사는 200명 이상의 이전 정권 인사를 구속시켰다. 대다수는 열심히 나랏일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중에는 있지도 않은 계엄문건 작성 혐의로 동부지검에 끌려갔던 아버지도 포함됐었다. 그 공로인지, 윤석열은 네 기수를 뛰어넘어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그런데 보수 진영에서 그를 '정권의 개'라는 멸칭으로 즐겨 부르던 것과 다르게 윤 총장은 정권의 핵심이라 불리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그가 가장 높이 올라간 그 때에 재기불능으로 만들어버렸다. 2019년 '조국사태' 당시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일가가 모두 개입된 자녀 입시 비리 그리고 사모펀드 의혹을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하며 국민으로 하여금 무너진 공정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희망으로 다가갔다.
그로부터 얼마 후, 윤 총장은 그야말로 '국민'이라는 호랑이 등에 탄 기세로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며 파죽지세의 지지율로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그리고 경선이 시작됐고 나는 홍준표 당시 대선경선 후보의 대변인으로 임명되며 윤 후보를 마주하게 됐다.
당시 나는 윤 후보가 조 전 장관과 추 전 장관과 맞붙은 것은 검사로서의 업적이고, 그에게는 보수우파 궤멸의 책임이라는 과 역시 크다고 생각했다. 또한, 대통령의 일은 안보·외교·경제·교육·문화 다방면을 종합 경영해야 하는데 검사로서의 정체성만 있는 윤 후보가 과연 그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혹시 정권만 보수 정권이고 바뀌는 것은 없는 그런 허탈한 상황을 보게 되지 않을지 경쟁 후보의 대변인으로서 윤 후보가 안 되는 이유만 쌓아 올렸다. 4개월여 동안.
▲ 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그러나 지난해 11월 5일, 결전의 그날 이변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당원 여론조사가 발표되던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고, 홍준표 의원의 무너지는 어깨를 보며 나도 눈물을 흘렸다. 시간이 흘러 마음을 추스르던 와중 '원팀' 차원에서 후보 직속의 청년본부장 제안이 왔다. 더 이상 고사할 수가 없었다. 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서울시의원으로서 당의 명령이라 생각하고 합류했다. 그렇게 윤 후보를 몇 번 개인적으로 대면할 일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높은 사람들이 늘 그렇듯 이 사람(윤석열)도 내 개인의 생각이나 신념에는 관심이 없겠지'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청년본부장으로 임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우연히 후보자 행사에 앞서 산책 중인 윤 후보를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에서 마주친 일이 있었다.
인사를 드리자 "같이 걸을래요?" 하며 윤 후보와 40여 분간 산책을 하게 됐는데 후보가 얼마나 박식한 사람이고 동시에 한 쪽으로 치우지는 편견이 없는 사람인지를 알게 됐다. 오히려 편견은 내가 갖고 있던 것이었다. 산책을 하며 '독립운동과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그날 혜화 행사의 주제였던 '청년 문화예술인의 생활고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정부부처의 일하는 방식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자신있게 이야기 하는 후보를 보며 처음으로 '다행이다. 이런 사람이 우리 당 대통령 후보여서'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난해 12월, 래디컬 패미니스트 신지예씨 영입으로 후보자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때였다. 후보에게 직접 보고를 올릴 수 있는 대변인이 아닌, 특히나 남의 경선 캠프에서 온 본부장으로서는 아무리 '신지예 영입 불가론'을 외쳐도 선대위의 반응이 없었다.
나 역시 '에라 모르겠다'의 마음으로 '본부장 사퇴'라는 카드를 던지고 기다리고 있는데 불과 2시간도 채 안 돼서 윤 후보에게 전화가 왔었다. 윤 후보는 내가 왜 사퇴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신중하게 경청했고 지엽적인 현상을 떠나 후보의 비전도 말씀해주셨다. 그때의 내 마음은 '우리 당 대통령 후보가 친히 전화를 줬는데 니가 뭔데 안 들어가!' 하는 마음도 컸지만, 정권교체는 나의 열망이기도 하기에 그 사태(신지예 사퇴)를 해결할 때까지 밖에 일단 있겠다는 뜻을 전달드리고 선대위 내 분들과 문제 해결을 위한 나름의 노력을 이어 갔다. 이후 공개하기 어려운 일화들에서도 윤 후보가 한결같이 소탈하고 솔직하며 열린 사람이라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 수원 팔달문 앞에서 '어퍼컷' 날린 윤석열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 앞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거꾸로 돌린 대한민국의 시계를 바로잡는 것이 그 첫 번째 할 일이다. 너무 많이 퇴보시켜놔서 5년의 시간도 모자랄 것이다. '원칙과 공정'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는 윤 후보이기에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이전 정권의 청산이 보복의 정치가 아닌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로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다음 대통령은 죄는 죄로서 수사하되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첫 대통령이 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라에 미래가 있다.
윤 후보는 2월 18일 대구 유세현장에서 이런 말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도 양식 있고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심판해야 민주당 내 그런 분들이 힘을 얻어 민주당도 협치가 가능한 정당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같이 살려 제대로 된 정치 해봅시다."
정치를 해본 적 없지만, 민주정치의 본질을 깨닫고 있는 말이다. 어느 새부터인가 우리 정치가 조선시대의 붕당정치처럼 상대 정당을 죽여 없애야만 하는 제로섬 게임이 돼버렸다. 그러나 진정한 정치란 상대 정당이 존재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상대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도 국민으로 안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무너뜨린 지난 5년의 공정과 원칙을 바로 세울 사람, 그리고 양당의 어느 진영에도 청산할 빚이 없기에 제로섬의 정치를 끝장내고 미래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을 떼 줄 사람, 그것이 윤석열이기에 나는 윤석열을 지지한다.
▲ 2021년 12월 서울시의회에서 질의 중인 여명 서울시의원. ⓒ 여명 페이스북
덧붙이는 글
글쓴이 여명씨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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