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에서 열리는 특별한 행사
세계 여성의 날, 소녀상 앞에서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이유
3.1운동 103주년 및 3.8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오는 1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3.1 운동과 여성의날을 소녀상 앞에서 기념한다니, 문득 셋의 공통분모가 궁금해진다. 한국인들에게 3.1운동은 조건반사적으로 유관순의 이름을 연상시킨다. 유관순은 마치 유럽사회의 ‚나라를 구한 성녀, 잔다르크'처럼 오랜 동안 '민족의 누이'이자 '독립운동의 꽃'으로 상징화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3.1만세운동을 비롯, 항일독립운동에서의 여성들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남성들의 조력자로서가 아닌 운동 주체로서, 그동안 남성운동가들에게 가려져 있었던 인물들이 발굴되고 그에 따른 학계의 연구작업도 활발해졌다.
유관순과 같은 여성들-특히 10대 여성, 기생, 백정의 아낙, 가정주부 등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여러 사료를 바탕으로, '여성들이 정치의 영역으로 나온 최초의 시기'(관련 기사 : https://ildaro.com/6300)라는 여성사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기도 한다.
평화의 소녀상은 세계적으로 전시 여성 성폭력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과의 오랜 갈등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조차 반일과 민족주의적 상징으로만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소녀상은 보다 넓은 의미에서 식민주의의 비인간성을 비판하는 예술작품으로, 가부장적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한 전쟁 범죄 은폐와 왜곡에 반대하는 의미가 더 크다.
한편, 독일사회의 탈식민화 바람은 2021년의 '훔볼트 포럼' 개관 및 독일-나미비아협정, BLM 운동(Black Lives Matter)의 여파로 한층 더 거세졌다. 이제껏 홀로코스트를 위시한 나치의 잔재를 청산하는 데만 주력해 왔으나 더 이상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을 늦출 수 없다는 각성이 일고 있는 것이다. 탈식민주의 관련 논의는 각계 각층의 주요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생활 속 식민주의 청산을 위한 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2020년, 베를린의 거리인 모렌슈트라쎄(Mohrenstraße, 흑인거리) 개명 운동(관련 기사 : '히틀러 거리'는 없앴지만 '흑인 거리'는 남아있다)과 노예무역에 가담하고 식민지 개척에 앞장선 제국주의자, 네텔벡의 이름을 딴 네텔벡플라츠(Nettelbeckplatz, 네텔벡광장) 개명 운동 등이 그것이다.
모두 2021년 영국에서 시작된 식민주의 잔재 청산 시민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참고로 네텔벡을 대신할 이름은 현재 논의중으로, 저항의 광장(Wiederstandplatz), 또는 ‚이름 없는 여성영웅들의 광장'(Platz der unbesungenen Heldinnen) 등이 제안됐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소녀상을 둘러싼 문제 역시 탈식민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인식되고 있다. 보편적인 정의와 여성인권을 위한 저항 운동이자,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운동사례로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30여 년 동안 베를린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주도해온 KV는 소녀상을 공공부지에 설치하기 위해 해당 관청에 지원서를 낼 때부터 보편적인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기념물임을 명시했다. 이후 소녀상 철거와 존립을 두고 벌어진 시민운동은 소녀상이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시민들과의 연대로 소녀상의 의미가 넓어진 셈이다.
최근 KV에는 인터뷰와 강의 요청이 줄을 잇고 있는데 대부분 이러한 사전 인식에서의 요청이 대부분이며, 피해자가 수년 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 증언을 하고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에 특히 학계와 여성운동 진영에서의 관심이 높다. 이렇듯 독일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독일사회의 탈식민주의 담론 형성에 생산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면서, 성공한 페미니즘 모범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 방법은 아직도 요원하나 성공한 페미니즘 운동 사례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국내 여성운동의 힘 덕분이다. 그리고 이 여성운동의 시작은 당시 유교적 규범에 묶여 있던 여성들이 처음으로 사회로 나와 주도한 3.1만세운동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 여성의날 집회에,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소개하게 된 내력이다.
오는 1일 집회에는 범아프리카계를 비롯 카메룬, 우간다, 필리핀, 남미, 중동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과거와 현재의 페미니스트 투쟁과 반식민주의 저항 운동 사례를 소개한다. KV 산하 '일본군 위안부 행동과 친구들'은 반식민주의 저항 운동이자 페미니즘 투쟁의 기원으로 한국의 3.1운동을 알리고, 일본군 ‚위안부'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식민지배 청산의 문제이며, 한국의 여성운동을 통해 피해 여성들이 침묵하지 않고 평화인권운동가로 변모한 사례 등에 대해 소개한다.
현재 일본 정부는 독일의 주요 도시 관련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소녀상을 세우지 못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일본 극우들은 독일인과 한국인의 이름을 사용한 가짜 메일을 연일 독일기관에 뿌려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 집요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소녀상 존치 열쇠를 쥐고 있는 미테구청과 구의회 소속 의원들이 끝까지 소녀상을 지켜낼 수 있도록 시민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줄 때다.
그리고 이 싸움은 아마도 소녀상이 더 이상의 철거 위협 없이 지금 이 자리에 영구적으로 머물고, 소녀상이 서 있는 거리를 1991년 최초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의 이름을 따 ‚김학순광장' (Platz für Kim Hak-sun)으로 명명하게 되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3.1만세운동을 비롯, 항일독립운동에서의 여성들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남성들의 조력자로서가 아닌 운동 주체로서, 그동안 남성운동가들에게 가려져 있었던 인물들이 발굴되고 그에 따른 학계의 연구작업도 활발해졌다.
▲ 베를린 소녀상 ⓒ Kichun Park
평화의 소녀상은 세계적으로 전시 여성 성폭력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과의 오랜 갈등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조차 반일과 민족주의적 상징으로만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소녀상은 보다 넓은 의미에서 식민주의의 비인간성을 비판하는 예술작품으로, 가부장적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한 전쟁 범죄 은폐와 왜곡에 반대하는 의미가 더 크다.
한편, 독일사회의 탈식민화 바람은 2021년의 '훔볼트 포럼' 개관 및 독일-나미비아협정, BLM 운동(Black Lives Matter)의 여파로 한층 더 거세졌다. 이제껏 홀로코스트를 위시한 나치의 잔재를 청산하는 데만 주력해 왔으나 더 이상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을 늦출 수 없다는 각성이 일고 있는 것이다. 탈식민주의 관련 논의는 각계 각층의 주요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생활 속 식민주의 청산을 위한 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2020년, 베를린의 거리인 모렌슈트라쎄(Mohrenstraße, 흑인거리) 개명 운동(관련 기사 : '히틀러 거리'는 없앴지만 '흑인 거리'는 남아있다)과 노예무역에 가담하고 식민지 개척에 앞장선 제국주의자, 네텔벡의 이름을 딴 네텔벡플라츠(Nettelbeckplatz, 네텔벡광장) 개명 운동 등이 그것이다.
모두 2021년 영국에서 시작된 식민주의 잔재 청산 시민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참고로 네텔벡을 대신할 이름은 현재 논의중으로, 저항의 광장(Wiederstandplatz), 또는 ‚이름 없는 여성영웅들의 광장'(Platz der unbesungenen Heldinnen) 등이 제안됐다.
▲ 베를린 베딩에 위치한 네텔벡광장, 탈식민화의 일환으로 개명 운동이 진행중이다. ⓒ Von p.schmelzle - Eigenes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소녀상을 둘러싼 문제 역시 탈식민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인식되고 있다. 보편적인 정의와 여성인권을 위한 저항 운동이자,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운동사례로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30여 년 동안 베를린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주도해온 KV는 소녀상을 공공부지에 설치하기 위해 해당 관청에 지원서를 낼 때부터 보편적인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기념물임을 명시했다. 이후 소녀상 철거와 존립을 두고 벌어진 시민운동은 소녀상이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시민들과의 연대로 소녀상의 의미가 넓어진 셈이다.
▲ 2021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 열린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 ⓒ KV
최근 KV에는 인터뷰와 강의 요청이 줄을 잇고 있는데 대부분 이러한 사전 인식에서의 요청이 대부분이며, 피해자가 수년 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 증언을 하고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에 특히 학계와 여성운동 진영에서의 관심이 높다. 이렇듯 독일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독일사회의 탈식민주의 담론 형성에 생산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면서, 성공한 페미니즘 모범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 방법은 아직도 요원하나 성공한 페미니즘 운동 사례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국내 여성운동의 힘 덕분이다. 그리고 이 여성운동의 시작은 당시 유교적 규범에 묶여 있던 여성들이 처음으로 사회로 나와 주도한 3.1만세운동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 여성의날 집회에,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소개하게 된 내력이다.
오는 1일 집회에는 범아프리카계를 비롯 카메룬, 우간다, 필리핀, 남미, 중동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과거와 현재의 페미니스트 투쟁과 반식민주의 저항 운동 사례를 소개한다. KV 산하 '일본군 위안부 행동과 친구들'은 반식민주의 저항 운동이자 페미니즘 투쟁의 기원으로 한국의 3.1운동을 알리고, 일본군 ‚위안부'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식민지배 청산의 문제이며, 한국의 여성운동을 통해 피해 여성들이 침묵하지 않고 평화인권운동가로 변모한 사례 등에 대해 소개한다.
▲ 3월 1일 베를린 소녀상 앞에서 열리는 3.1운동 103년 기념 및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연대시위 포스터 ⓒ KV
현재 일본 정부는 독일의 주요 도시 관련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소녀상을 세우지 못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일본 극우들은 독일인과 한국인의 이름을 사용한 가짜 메일을 연일 독일기관에 뿌려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 집요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소녀상 존치 열쇠를 쥐고 있는 미테구청과 구의회 소속 의원들이 끝까지 소녀상을 지켜낼 수 있도록 시민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줄 때다.
그리고 이 싸움은 아마도 소녀상이 더 이상의 철거 위협 없이 지금 이 자리에 영구적으로 머물고, 소녀상이 서 있는 거리를 1991년 최초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의 이름을 따 ‚김학순광장' (Platz für Kim Hak-sun)으로 명명하게 되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 여름날의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 Kich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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