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후보에게 '비정규 노동 정책' 물었더니
8개 학술·사회단체, 2022년 주요 대선 후보 비정규직 정책 질의 결과
▲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가 2월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4명의 후보자들이 본격 토론에 앞서 포즈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8개 학술·사회단체는 한국 사회 노동 문제 핵심인 비정규직 법·제도와 관련하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의 후보가 지닌 입장을 듣고자 지난 1월 11부터 2월 4일까지 총 4개 정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에 정책 질의서를 전달하였다.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는 답변을 보내왔지만, 안철수 후보 측은 여러 차례 요청했음에도 답변을 보내오지 않아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의 답변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첫째, 비정규직 정책과 관련한 세 후보의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비정규직 문제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해결 의지 수준은 '심상정(찬성 30개) > 이재명(찬성 20개, 유보 10개) > 윤석열(찬성 13개, 유보 5개, 반대 12개)' 후보 순이었다. 질의 내용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찬성 항목 숫자가 곧 문제 심각성 인식과 해결 의지 수준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심상정 후보는 심각성과 해결의 시급성을 가장 절실하게 인식하며 강한 집행 의지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가 유보를 표명한 사안을 보면 반대보다는 정책 추진 방향에 동의하지만, 신중한 접근과 단계적 추진이 많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정책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후보는 반대를 표명한 정책이 상당수 있는데, 반대 이유로 "노사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거나, "노동법의 강행성을 완화하고 자율성을 높이며,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검토해볼 수 있다고 여러 번 표명했다. 따라서 윤석열 후보는 심상정, 이재명 후보보다 비정규직 문제 심각성 인식과 정책 집행 의지가 뒤처진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지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시기 정당 혹은 후보가 밝힌 입장과 이번 질의 결과의 변화다. 정의당은 모두 찬성하는 일관된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제도와 관련해 찬성에서 단계적 추진으로 입장이 후퇴했다. 국민의힘은 차별시정 신청권을 노동조합으로 확대하는 데 대해 반대에서 찬성으로 변화했고 상시적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원칙,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처우 금지 등은 반대에서 유보로 변화했다.
그러나 유보로 변화한 항목은 법 규정 의무화가 아닌 사용 유인 축소 전략, 직접고용을 전제하지 않은 정규직 고용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도 반대에서 유보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에서의 근로자 개념 확대를 반대하고, 경제 종속성을 경시하며 사용 종속성 중심의 판단 관점을 고수하고 있어 근로자 개념 확대 필요성 자체도 부정하고 있다.
셋째, 세 후보가 모두 찬성하는 비정규직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입장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인식 정도가 나아졌으나, 찬성하는 항목 숫자는 13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윤 후보가 찬성하는 항목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도 모두 찬성하므로 대선 이후 실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윤석열 후보가 찬성하지 않는 비정규직 정책 대안의 실현 가능성은 대선 결과와 노동 정치 동학으로 크게 좌우된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할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물려받은 비정규직 불신을 해소하며 정책 공약을 이행할 의지와 역량을 지녔는가가 관건이다. 민주당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했으나, 거의 모두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재명 후보 당선 시 출범할 민주당의 이재명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신 속에서 출범하게 된다.
이번 질의에서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만 찬성하는 정책 항목은 대부분 비정규직 사용과 처우를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닌 법적으로 강제하는 항목이라는 점에서 사용자 저항과 노사 갈등을 수반하는 조치들이기 때문에 후보들의 정책 의지와 이행 역량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다섯째, 이재명 후보 당선이 윤석열 후보 당선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제약과 가능성의 긴장을 극복하고 사회정치적 저항을 돌파할 공약 이행 능력으로 사회세력의 연대를 필요로 한다.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극복할 수 있는 경험적 근거를 보여주고 있지만, 대선 과정은 물론 새 정부 출범 후에도 공약 이행 의지와 역량을 보유했는지에 대한 입증을 꾸준히 요구받을 것이며, 입증 책임은 후보 자신에게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후보만 유보 혹은 반대하는 대안들은 대체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했으나 집권 후 폐기한 공약으로 사용자 저항과 노사 갈등을 수반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자본과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자초한 친자본 세력의 저항을 제압할 수 있는 사회정치세력의 연대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 영역별 공약 비교·평가 : (찬성○, 유보△, 반대×)
▲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비정규직 규모 감축을 위한 기본원칙은 상시적 업무와 생명·안전 관련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이다. 생명·안전 관련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은 세 후보 모두 찬성했지만, 상시적 업무와 관련해서는 윤석열 후보만 유보를 표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고용 이력에 따라 고용보험료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고용보험 경험요율제' 등을 통한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으로 특별한 사유 없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상시적 업무의 판단 기준이 달라 법제화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반대한다.
▲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 조건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차별 처우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 차별 처우 해소를 위한 기본 원칙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모두 찬성했지만, 윤석열 후보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반대,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는 유보를 표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밀집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배제하는 노동관계법 조항은 비정규직을 차별 처우하며,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심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전면 적용",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단계 적용"으로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영세자영업자 부담 증대 효과를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15번 문항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가 명백한 차별임을 지적하고 피해자인 노동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지적한다.
이재명 후보는 법 시행 초기인 만큼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분석한 다음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후보도 법의 산업현장 안착이 우선이고 사업주 처벌만을 목적으로 하는 적용 확대나 인과관계 추정은 산업 및 노동시장 모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간접고용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하여 세 후보가 모두 찬성한 8a, 9, 10c, 11번 항목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간접고용 문제 해결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b와 10a 문항에서는 윤석열 후보만 반대를 표명했는데, 윤석열 후보는 현행 '고용의무 조항'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와 단체협약 효력 확장은 노동3권의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관계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은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들이 회원국에 권고하는 것이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권고 사항도 이 원칙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 정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5번 항목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고, 위장 자영업자 문제는 "오분류 및 위장도급 근절을 위한 근로자성 추정 규정 신설 및 입증 책임 전환"을 위한 법 개정을 통해 해소해 나가고자 하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근로기준법이 20세기 제조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현행 근로기준법을 둔 채로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는 것은 노무 제공의 실질과 법적 규제 방식의 충돌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커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6번 항목은 윤석열 후보만 반대했는데, 반대 이유로 법률을 통해 일률적으로 개념을 확대할 경우 1인 자영업자와 현행법 보호 내용 간 괴리가 커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제시하며 대체근로 허용,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등 노사균형성을 높인다는 전제하에 근로자 개념 확대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2번 항목에서도 윤석열 후보만 유보를 표명했는데, 플랫폼 노동이 기존 산업 노동과 전적으로 다르므로, 현행 노동법으로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도 현행 노동법의 강행성을 완화하고 자율성을 높이며,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증명 책임 전환 등을 통해 적용 범위 확대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초단시간(주당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4대 사회보험 중 산재보험을 제외한 고용보험,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의무가입이 아니고, 유급주휴일(주휴수당)과 연차유급휴가(연차수당)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1년 이상을 근무하더라도 퇴직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며,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더라도 기간제법에 따른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유력 후보 3명 모두 이러한 법적 차별을 철폐하는 것에 동의했다.
▲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16, 17번 항목에는 심상정 후보만 모두 동의하고 이재명 후보는 유보, 윤석열 후보는 반대를 표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 추진 과정의 분석과 평가를 통해 전환 대상 업종, 판단 기준, 프로세스 등을 새로 정립하여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자회사 관련해서는 용역회사 소속보다 노동 조건이 개선되었으며, 향후 모자회사 간 불공정계약 등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계속 점검과 지도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후보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득보다 실이 큰 최악의 정책의 하나로 합리적인 근로 조건 개선을 통해 차별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대를 표명했다. 자회사 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은 노노 갈등 증폭 가능성이 있으니 합리적인 근로 조건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이유로 직접고용 전환에 반대를 표명했다.
▲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18, 23번 항목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전국민고용보험제 실현의 가능성이 커졌으며,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하여 일하는 사람들이 아프면 일정 기간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상병수당을 받아 급여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방안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재명 후보는 과거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평가를 기초로 다양한 제도적 보완책을 함께 시행하면서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이유로 유보를 표명했다.
윤석열 후보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산입범위 등의 쟁점은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저임금과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장려세제, 기초생활보장급여, 사회서비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까지 결합하여 국민의 기본생활권을 보장하는 접근을 추구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표명했다.
또한, 생활임금제의 긍정성을 인정하지만, 일률적 시행은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최저임금법에 생활임금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최저임금법의 정체성에 맞지 않아 법리적 문제가 있으므로 반대를 표명했다.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인위적으로 이익공유를 법제화하면 정상적 기업 활동을 방해하여 전반적 기업 생태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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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a번 항목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4.5일제 단계적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 실시, 주 4일제 및 주 4.5일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추진하겠다는 이유로 주 48시간제 전면화에 유보를 표명했다. 윤석열 후보는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명시적으로 두는 것보다 근로일 사이 연속 11시간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조건 아래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 일/가정 균형 등을 도모하는 데 바람직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22b번 항목에 대해 세 후보 모두 찬성을 표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유보'에 표기했으나, 업종 특수성 고려 근로일 사이 연속 11시간 휴식시간 보장 등 과로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도입하겠다고 하여 11시간 휴식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고려하겠다고 제시하여 실질적 찬성으로 간주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찬성을 표명했지만,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제를 제시하고 있어 조건부 찬성으로 해석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8개 학술·사회단체(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한국산업노동학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가 3개 정당 대선 후보에게 받은 2022년 대선 후보 비정규직 정책질의 결과를 요약한 내용이다. 후보자별 답변 전문과 자세한 내용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홈페이지에 게시한 '2022년 20대 대선 비정규직 권리입법 주요 정당 후보 공개질의 결과'를 참조하기 바란다. http://www.workingvoice.net/xe/index.php?mid=policy_data&document_srl=314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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