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장애인비하·시민단체 폄하하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맞나"

'벙어리' 발언에 장애인단체 '인권위 진정' 검토... "성인지 예산삭감 철회" 요구도

등록|2022.03.02 18:49 수정|2022.03.02 18:50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비 증액을 위해 성인지 예산을 줄이겠다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발언을 규탄하며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유세현장에서 장애인 비하표현을 사용하고, 사회적 약자 관련 예산 삭감을 공언하자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윤 후보의 발언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검토하는가 하면, 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2일 오후 50여 명의 장애인과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윤 후보의 '성인지예산 삭감'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경북 포항유세에서 "성인지 감수성 예산을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라면서 "그 돈이면 그 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윤 후보가 '성인지 감수성 예산'이라고 부른 것은 '성인지 예산'의 부정확한 표현으로 보인다. 성인지 예산은 여성에게 쓰기 위해 별도로 편성 집행하는 예산이 아니다. 국가의 주요 사업 예산 중 성평등 취지에 맞게 추진할 사업을 골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하는 예산을 의미한다.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은 "성인지예산은 장애인 활동지원·여성장애인 일자리·아동 장애인 교육 등에도 사용된다"면서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예산을 줄이겠다고 말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서지원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윤석열은 장애인으로 차별받고 여성으로 차별받으며 살아온 내 삶을 부정했다"면서 "여기 국민의힘 앞에 모인 우리 장애인들을 똑똑히 보라. 윤석열은 성인지 예산 삭감 발언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생"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지원 예산, 뗐다 붙였다 하는 예산 아닌 목숨 달린 예산” ⓒ 유성호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 역시 "윤석열은 대통령되겠다고 출마한 사람 아니냐"라면서 "성인지 예산은 장애인 목숨이 달린 생명예산이다. 이를 마음대로 삭감하겠다고 공언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되겠나. 정책과 예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각 부처의 성인지 예산을 취합해 총괄하는 건 기획재정부이며, 예산 규모가 35조원인 것은 모든 부처의 관련 사업을 취합했을 때 나오는 총 예산이다. 2021년 성인지 예산 35조원 중 가장 액수가 많은 곳은 보건복지부로 집행하는 예산이 11조 4000억여원이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9조4000억원)·고용노동부(6조6000억원)·국토교통부(4조6000억원) 순으로 많았다. 여가부의 성인지 예산은 8800억여원에 그쳤다.

"장애인 비하, 반복...시민단체 모욕하는 공약도"
 

▲ 윤 후보는 2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단체의 공금유용과 회계부정을 방지하겠다며 '시민단체 불법이익 전액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 윤석열 페이스북


윤 후보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후보는 1일 서울 신촌의 대학가 유세현장에서 여권의 남북 관계 대응을 비판하며 "(민주당 정권은 북한에) 도발이라는 말도 못 한 벙어리 행세를 했다"며 언어장애인에 대한 비하 표현을 사용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이나 장애인 관련자를 따돌리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마주친 자리에서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통과를 요청하는 이들에게 장애인 반대 개념으로 '정상인'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주변 지적에 '비장애인'이라고 수정한 바 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가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문제의식 없이 반복적으로 장애인을 비하하는 것"이라며 "벙어리 표현과 관련해서 단체 차원에서 인권위 진정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시민단체들은 최근 윤 후보의 '시민단체 불법이익 전액환수' 공약을 문제삼으며, 윤 후보가 모든 시민단체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2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언젠가부터 일부 시민단체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상실한 채 정치권력과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라면서 "시민단체의 불법이익을 전액 환수하겠다. 시민단체의 공금유용과 회계부정을 방지할 수 있는 '윤미향 방지법' 통과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한 두 사례를 근거로 전체 시민사회를 모욕했다며 반발했다. 이선미 참여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윤석열은 시민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전혀 없는 후보 같다. 회계부분에서 투명하지 못한 단체가 있으면 문제를 바로 잡고, 재발방지를 하면 될 일이다"라면서 "그런데 윤석열은 이를 모든 단체에서 발생한 일처럼 호도하고, 시민사회·단체를 부도덕한 곳으로 몰고가고 있다. 시민사회의 여러 영역을 모두 무시하는 모욕적인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김성연 국장 역시 "윤석열은 혐오를 기반으로 젠더 갈라치기를 하는 것으로 모자라서 시민사회단체를 불법행위단체로 보며 비하하고, 폄하했다"라면서 "대통령이 되면 더 공식적으로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억압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비 증액을 위해 성인지 예산을 줄이겠다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발언을 규탄하며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비 증액을 위해 성인지 예산을 줄이겠다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발언을 규탄하며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