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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조차 못 받아..." 방송국 n년차 프리랜서의 부탁

[성평등노동 없는 대선, 여성노동자가 말한다④]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현실

등록|2022.03.04 16:44 수정|2022.03.04 16:47
2022년,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노동자, 시민들은 자본의 이익이 중심인 사회가 아니라, 상호 돌봄하며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소망하고 있지만, 현재 대선 국면에서는 상호 돌봄은 커녕 또 다시 성장 중심, 자본 중심의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공약들만 난무한다. <BR> <BR>노동자도, 여성도 보이지 않는 대선을 앞두고 여성노동자회는 기획기사 <성평등노동 없는 대선, 여성노동자가 말한다>를 통해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7회의 기획 연재 기사를 통해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대선 의제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자 한다.[기자말]
현행 법제도 아래서 프리랜서는 노동자가 아니다.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보장에서 배제된다. 사용자들은 이런 허점을 악용해 노동자들을 프리랜서로 고용하고 쉽게 해고하고 있다. 방송계는 프리랜서라는 고용형태가 남용되는 업계 중 하나다.

방송사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상시적으로 업무지시를 하고, 정기적 출퇴근을 요구한다. 장시간 노동을 해도 이에 대한 보상은 없다. 일에 대한 노동자들의 열정을 이용해 직원처럼 부리고 해고할 때는 프리랜서라는 고용형태를 들먹인다. 개편 때마다 손쉬운 해고가 관행처럼 자리 잡고있지만 노동자들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아무런 보호막이 없다.

프리랜서라는 고용형태는 노동자들의 선택이 아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열린 길은 프리랜서 뿐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는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방송계 N년차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 C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현실을 들여다 본다.

- 프리랜서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에 이 직군을 준비를 할 때는 그냥 막연하게 이 일을 하고 싶다는라는 생각으로 하게 됐고 프리랜서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프리랜서가 꿈은 아니었고, 이 분야가 대부분 프리랜서로 고용을 하는 형태이다 보니 선택의 여지 없이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

- 그렇다면 현재 일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프리랜서라는 직군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지만 사실 프리랜서들은 자기가 좀 더 주체적으로 본인이 하고자 하는 자아실현과 연관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우가 어떻든 간에 일을 하는 이 자체는 즐거워요. 일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현실적인 처우라든가 사회 보장 시스템이 부족한 것들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C씨에게 프리랜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여러 분야의 프리랜서들이 일하는 각각의 생태계가 있어요. 그 안에서 함께 어울려 일하면서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 내죠. 이런 속에서 사는 지금이 좋아요. 프리랜서라는 고용형태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프리랜서도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방송계는 원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어요.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 것도 최근입니다.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작성 하는데 그러면 1년이 끝난 뒤 프로그램이 폐지됐을 때 저희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고용되어 같은 방송국에서 일 할 수 있게 되면 좋잖아요. 근데 재계약이 안 되는 등 여러 변수들이 있어요. 프리랜서가 노동자로서 잘 보호받을 수 있는 대안들이 좀 더 촘촘하게 제안되는 등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대체로 방송사의 지시를 받으며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무관) ⓒ 픽사베이

 
그렇다면 프리랜서로 일하며 겪는 문제점들, 어떤 것들을 마주할 때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나요?
"현재 한국사회에서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사실상 자영업자예요. 저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9시 출근 6시 퇴근하는 사람만 노동자고 프리랜서로 노동하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닌 거예요. 사회가 바뀌고 고용형태가 바뀌고 있는데 노동자에 대한 인정은 그대로이니, 제도가 꼭 바뀌어야 해요. 그래서 이런 직군들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하고 그에 맞는 사회 보장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고요. '프리랜서들은 안정적이지 못 하다' 이 지점 때문에 부모님들도 다 반대하잖아요. 실제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기는 하거든요.

제가 이 일을 n년간 하면서 되게 많이 느꼈던 거는 하나의 방송을 위해 사전에 준비할 게 굉장히 많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녁 방송이 있으면 아침부터 준비를 해야 돼요. 하지만 저희는 페이를 1회당 가격으로만 받아요. 거기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하지만, 만약 한 프리랜서 노동자가 프로그램의 폐지로 직장을 잃었을 때 그 사람은 다른 프로그램에 들어가지 않는 한 실업자가 되거든요. 근데 실업급여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실업자로서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가 없는 거예요."

-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대체로 노동환경이나 임금을 개선하기 위한 협상과정을 오롯이 개인이 떠맡아야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의 발생하는 문제점은 없나요?
"사실상 회사와 저희는 갑과 을의 관계이고,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을의 위치에 놓여 있다 보니까 임금에 대한 어떤 협상조차 저희는 자유롭지가 않아요. 이런 구조들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프리랜서가 노동자로 인정을 받고 국가에서 어떤 보장을 해 주는 제도 아래에 있다면 직장에서도 을의 위치에 놓이지 않고 협상을 할 수 있는 어떤 권한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마련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상 하나도 없어요. 왜냐면 이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아야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저희는 이런 거를 다 받아들이고 '내가 이걸 선택한 거야'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근데 저는 그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를 탓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라는 직업군 자체가 어떻게 보면 내가 프리랜서를 하고자 이 일을 선택한 건 아니에요. 근데 프리랜서를 하고 보니까 이런 건 있어요. 프리랜서 자체는 스페셜리스트로 내가 좋하는 일을 열심히 해서 전문가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계속 그 일을 하는 거잖아요. 그렇다 보니 저는 일반 직장인보다는 조금 더 자아실현이 강한 직종이다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계속해서 노력하고 성과를 내고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죠. 그 즐거움에 반해 사회 보장 제도 그리고 직장에서 나의 위치가 너무 낮게 여겨지고 어떤 권한도 없다보니 이 직업군을 하다가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고 버티기가 사실은 좀 힘든 부분이 함께 공존하는 것 같아요."

이번 대선국면에서 여성노동자회×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가 제안하는 대선의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중 꼭 공약에 반영돼야 할 의제가 있다면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다 필요한 의제지만 저는 사각지대 없는 일터가 엄청 와 닿았고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정도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가에서 처음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들여다봤던 것 같아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이젠 국가에서 보장 제도를 만들어줘야 해요. 이들을 어떻게 노동자로 인정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이들을 위한 사회 보장 제도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경력 단절 부분 있잖아요. 여성이 양육을 하면서 직장에 계속 다니는 분위기가 많아졌다라고 하지만 제 주변은 공무원이 아닌 이상 대부분 직장을 다 그만두더라고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개인적인 것도 있겠지만 저는 환경에서 제도에서 비롯됐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 주변을 보면, 5-6살의 어린이를 키우는 기혼여성들이 있는데 그들은 충분히 일 할 수 있고, 자신이 지닌 개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거든요. 그런데 양육을 하면서 일을 포기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왜 이럴 수밖에 없을까, 싶으면서도 다들 '내가 선택한거다' 이렇게 생각해요. 근데 한국사회엔 사실상 애는 엄마가 키우고, 그러려면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인식, 편견이 있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거죠. 자신의 의지가 아님에도 자기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사회에 어떤 제도가 없음을 못 느끼더라고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 이 직업군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상 지금은 이 직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지만 저도 이제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계속 내 꿈을 쫓고 싶지만 그러기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이 한 번의 선택에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거죠."
 

▲ 여성노동자회×전국여성노동조합이 발표한 20대 대선의 카드뉴스 중. 이번 대선 의제에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하고, 노동자성 판단에 대한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아닌 사측에서 행해야 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 이제 정말 대선이 얼마남지 않았어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로 일자리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선 후보들의 노동공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프리랜서 노동자뿐만이 아니라 예술인들도 권리보장을 위해서 굉장히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거든요. 근데 그런 사람들의 행위가 노동으로써, 노동의 가치로써 인정을 받으려면 법 제도가 있어야 해요. 법, 제도가 만들어져야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좀 촘촘하게 다시 재정비가 되었으면 해요.

한국사회에서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여러 고용형태로 쪼개서 고용하는 한편,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나 환경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해당되지 않죠. 사실상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예를 들어 주 4일제에 대한 정책이 노동자의 워라밸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저희들은 그런 보장 시스템 안에 전혀 해당되는 게 없어요. 직장내 괴롭힘에 관련한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도 알아보면 저희는 해당되는 노동자가 아니에요. 저희는 먼저 노동자성 인정부터 받아야 하니까. 근데 이 과정도 오래 걸리고 사실상 이런 과정을 밟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워요. 입장을 대변해 줄 사람도 없어요. 왜냐면은 대변을 해줬다가는 본인들도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 현재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사실 첫 번째 이유는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팀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 혼자였다면 절대 못했을 거예요. 근데 같이 일해온 분들이 같이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저 또한 거기에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요. 처음에는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 용납할 수가 없더라고요. 사명감 또한 들었어요. 계속해서 이렇게 내가 받아들이면, 내 후배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이 정말 쉽게 해고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되나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 끝으로 프리랜서 노동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사실상 가장 힘든 건 혼자 싸워야 했을 때인 것 같아요. 싸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법적 싸움도 있을 거고 해당 문제를 가시화하는 방식, 실제로 항의를 하는 부분도 있잖아요. 근데 나 혼자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싸우고, 혼자 모든 걸 다 감당해야 된다라고 생각했을 때 저는 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더 소통을 많이 하고 더 연대를 해서 부조리한 문제에 처한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우리가 함께 보호하고 권리를 얻어 낼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저희도 발 벗고 나서서 함께하고 싶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와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이 있다면 그 꿈을 왜 꾸는지 아니까 저는 그 꿈을 응원하고 싶어요. 하지만 사실상 본인이 프리랜서로서 일을 시작했을 때 겪어야 하는 어려움과 감정적인 서러움이 있다는걸 일단 말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모든 것들을 먼저 고려를 해보고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선배로서,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더 나아 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웃음)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광주여성노동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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