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부는 기후바람, N개의 목소리가 말한다
[기후대선전국행동 '기후바람'⑦] 기후악당 기업 항의와 여의도 집중행동의 날
'기후바람'은 기후대선의 희망을 말하는 바람, 그리고 기후정의의 훈풍을 말하는 바람이다. 기후바람의 여정은 마침내 서울로 이어졌다. 서울 일정의 첫날,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숨어 있는 '기후악당'을 찾아 나섰다. 한국의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이다.
한국에서 주요 대기업 10개 그룹의 배출량은 국내 총 배출량의 36%에 달한다. 특히 철강, 정유,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업종들이다. 한전을 포함한 11개 주요 그룹 배출량으로 따지면 국내 전체 배출량의 64%나 된다. 결국 이런 기업들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한국의 총 배출량은 절대로 의미있게 줄어들 수 없고 2050년 탄소중립도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관련 정책은 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거의 원칙처럼 되어 있고, 시민의 소중한 실천 따위를 운운하는 형편이다. 비상행동의 발걸음은 이러한 잘못된 현실을 알리고 기후위기 대응이 주목해야 할 대상을 가리키기 위함이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건드리지 않는 다배출 기업들
2월 25일 오전, 가장 먼저 발걸음이 닿은 곳은 삼성역 인근 포스코다. 한 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천 5백만 톤, 수년째 부동의 그리고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석탄 덩어리인 코크스를 대량 투입해야 하는 공정의 특성 때문이라지만, 포스코의 대응은 너무도 안일하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수소환원 제철 기술 적용은 언제 될지 모르고, 2050년에 탄소중립 경영을 한다고 말하지만 2030년까지의 겨우 10% 감축이 목표다. 게다가 삼척에는 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다.
기후바람 일행과 서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포스코 정문 앞에 항의의 구호가 적힌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 쓰고 연막탄을 터트리며 격문을 낭독했다. 거리는 한산하고 미리 연락을 받고 나온 경찰은 지구를 지키느라 수고한다고 격려의 말을 전한다. 오늘은 기후악당 포스코와 기업 지배 체제를 제대로 위협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나 기후악당 표지는 분명히 붙이고 왔으니 후일을 기약한다.
이어서 찾은 현대제철, 2천8백만톤을 배출하며, 작년에 현대그린파워 발전소도 이 기업의 배출원에 추가되었다. 국내 배출량 3년 연속 7위이며, 한전 발전자회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2위다. ESG 잘한다고 자랑하지만 배출량 감축 방법은 원료 기술 개발에만 치중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1천2백만톤을 배출하여 8위다. 최근 "지구를 지키는 반도체 그린칩스"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바로 그린위싱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탄소중립 로드맵을 만들지 못했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기후바람의 여정은 한강을 건너 을지로의 쌍용C&E로 이어졌다. '쌍용양회'가 지난 해에 쌍용 '시멘트와 환경'으로 사명을 바꾸고 본격적인 환경 경영을 표방했다.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유연탄 연료를 폐플라스틱을 바꾸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제출한 상태다. 일단 시멘트 업계에서 전향적인 노력을 약속한 만큼 명실상부한 탄소감축 행보가 이어질지 지켜보기로 하며, 쌍용 C&E 앞의 행동은 간략하게 마무리했다.
서울 첫날의 마지막 여정은 공덕로터리의 에쓰오일이다. 광고 노래로 익숙한 '좋은 기름'의 바로 그 회사. 그러나 좋은 기름이라고 탄소가 안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에쓰오일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늘어서 최근 매년 2년씩 순위가 상승하여 10위가 되었다.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 비전 2030'을 말하는데, 친환경 수소를 개발하면 해결될까? 석유 중독 끊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석유의 분자구조를 상징하는 조형물 앞에도 기후악당의 표지가 붙여졌다.
기후대선 요구 N개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2월 26일, 기후바람의 마지막 날에 사람들이 모인 곳은 서울 여의도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캠프가 모여있는 골목에 가까운 국민은행 옆에 무대가 차려졌다. 기후위기의 당사자가 N명과 N개의 생명으로 존재하며 그만큼 N개의 실존적이고 정당한 요구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가면이 준비되었다. 멸종위기의 동식물들, 기후위기 최전선의 사람들, 정령의 얼굴들이다. 그러나 마침 얄궂게 불어오는 강풍으로 가면은 날아가고 찢어질 위기다. '기후바람'이라는 명명 때문은 아니겠지만, 기후정의 운동이 헤쳐가야 할 고난을 암시하는 것 같다.
비상행동의 선언문은 기후바람의 여정을 돌아보았다. 블루파워 발전소가 건설중인 삼척, 신공항이 추진되는 부산 가덕도와 새만금, 핵발전의 굴레에서 신음하는 경주, 석탄화력발전으로부터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하는 충남 보령과 인천 영흥도, 다른 농업을 모색하는 홍성, LNG 발전소 건설에 저항하는 청주, 그리고 온실가스 대량배출 기업의 본사가 밀집한 서울로 발걸음이 어어졌지만, 기후위기의 최전선인 그곳들에 우리는 예상대로 유력 대선후보의 모습을 한 명도 볼 수 없었고 대선 후보들의 의제도 그 현장 최전선의 사람들을 비켜나 있었다. 오히려 대선 후보들은 신공항의 헛된 약속과 정쟁화된 탈원전의 잔해들을 남겨두었다. 개발, 성장, 발전의 선물 보따리를 뿌려대며 산업 전환의 부담은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모습이야말로 기후위기의 단면이며, 대선 역시 기후위기를 초래한 정치와 사회 체제의 일부로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기후바람은 N개의 얼굴을 들고 렛츠피스의 드럼 소리와 함께 여의도 골목으로 들어섰다. '위기에 강한 대통령'을 말하지만 기후위기에는 전혀 강하지 않은 이재명 후보를 질타하고, 과학기술 만능론을 앞세우며 핵발전 활용을 주장하는 안철수 후보를 꾸짖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제 1의제로 삼은 심상정 후보를 격려하며 지나고 다다른 곳은 윤석열 후보 사무소 앞. RE100을 모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차기 정부에게 기후위기가 갖는 의미를 모르는 게 문제이지만, 유세를 떠난 선거 사무소 앞에서 우리는 소리라도 지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마침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기다리던 CJ택배 노동자들과 조우했다. 서로의 의제가 같지는 않지만 왜 싸우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본 두 일행,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N개의 얼굴이고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배려와 연대의 사회 그리고 새로운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기후가 아니라 대선을 바꾸고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는 구호를 기꺼이 큰 소리로 같이 외친다.
비상행동의 선언문은 말한다.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이겨내고 생명을 지키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이었다면 애초에 기후위기 없는 대선을 우려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정치와 사회 체제가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본질인 만큼 대통령 후보와 대선에 기후위기 해결을 의탁하는 것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 대선을 넘어서, 청와대를 넘어서 스스로 기후위기 해결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우리는 기후가 중요한 대선을 요구함과 함께, 기후가 대선 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릴 것이다."
한국에서 주요 대기업 10개 그룹의 배출량은 국내 총 배출량의 36%에 달한다. 특히 철강, 정유,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업종들이다. 한전을 포함한 11개 주요 그룹 배출량으로 따지면 국내 전체 배출량의 64%나 된다. 결국 이런 기업들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한국의 총 배출량은 절대로 의미있게 줄어들 수 없고 2050년 탄소중립도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관련 정책은 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거의 원칙처럼 되어 있고, 시민의 소중한 실천 따위를 운운하는 형편이다. 비상행동의 발걸음은 이러한 잘못된 현실을 알리고 기후위기 대응이 주목해야 할 대상을 가리키기 위함이었다.
▲ 포스코 앞 ⓒ 기후위기비상행동
2월 25일 오전, 가장 먼저 발걸음이 닿은 곳은 삼성역 인근 포스코다. 한 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천 5백만 톤, 수년째 부동의 그리고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석탄 덩어리인 코크스를 대량 투입해야 하는 공정의 특성 때문이라지만, 포스코의 대응은 너무도 안일하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수소환원 제철 기술 적용은 언제 될지 모르고, 2050년에 탄소중립 경영을 한다고 말하지만 2030년까지의 겨우 10% 감축이 목표다. 게다가 삼척에는 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다.
기후바람 일행과 서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포스코 정문 앞에 항의의 구호가 적힌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 쓰고 연막탄을 터트리며 격문을 낭독했다. 거리는 한산하고 미리 연락을 받고 나온 경찰은 지구를 지키느라 수고한다고 격려의 말을 전한다. 오늘은 기후악당 포스코와 기업 지배 체제를 제대로 위협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나 기후악당 표지는 분명히 붙이고 왔으니 후일을 기약한다.
▲ 현대제철 앞 ⓒ 기후위기비상행동
▲ 삼성전자 앞 ⓒ 기후위기비상행동
이어서 찾은 현대제철, 2천8백만톤을 배출하며, 작년에 현대그린파워 발전소도 이 기업의 배출원에 추가되었다. 국내 배출량 3년 연속 7위이며, 한전 발전자회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2위다. ESG 잘한다고 자랑하지만 배출량 감축 방법은 원료 기술 개발에만 치중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1천2백만톤을 배출하여 8위다. 최근 "지구를 지키는 반도체 그린칩스"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바로 그린위싱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탄소중립 로드맵을 만들지 못했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기후바람의 여정은 한강을 건너 을지로의 쌍용C&E로 이어졌다. '쌍용양회'가 지난 해에 쌍용 '시멘트와 환경'으로 사명을 바꾸고 본격적인 환경 경영을 표방했다.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유연탄 연료를 폐플라스틱을 바꾸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제출한 상태다. 일단 시멘트 업계에서 전향적인 노력을 약속한 만큼 명실상부한 탄소감축 행보가 이어질지 지켜보기로 하며, 쌍용 C&E 앞의 행동은 간략하게 마무리했다.
▲ 에쓰오일 앞 ⓒ 기후위기비상행동
서울 첫날의 마지막 여정은 공덕로터리의 에쓰오일이다. 광고 노래로 익숙한 '좋은 기름'의 바로 그 회사. 그러나 좋은 기름이라고 탄소가 안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에쓰오일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늘어서 최근 매년 2년씩 순위가 상승하여 10위가 되었다.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 비전 2030'을 말하는데, 친환경 수소를 개발하면 해결될까? 석유 중독 끊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석유의 분자구조를 상징하는 조형물 앞에도 기후악당의 표지가 붙여졌다.
기후대선 요구 N개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2월 26일, 기후바람의 마지막 날에 사람들이 모인 곳은 서울 여의도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캠프가 모여있는 골목에 가까운 국민은행 옆에 무대가 차려졌다. 기후위기의 당사자가 N명과 N개의 생명으로 존재하며 그만큼 N개의 실존적이고 정당한 요구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가면이 준비되었다. 멸종위기의 동식물들, 기후위기 최전선의 사람들, 정령의 얼굴들이다. 그러나 마침 얄궂게 불어오는 강풍으로 가면은 날아가고 찢어질 위기다. '기후바람'이라는 명명 때문은 아니겠지만, 기후정의 운동이 헤쳐가야 할 고난을 암시하는 것 같다.
▲ 여의도에서 열린 기후바람 집회. N명의 당사자를 나타내는 가면을 쓴 참가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기후위기비상행동
비상행동의 선언문은 기후바람의 여정을 돌아보았다. 블루파워 발전소가 건설중인 삼척, 신공항이 추진되는 부산 가덕도와 새만금, 핵발전의 굴레에서 신음하는 경주, 석탄화력발전으로부터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하는 충남 보령과 인천 영흥도, 다른 농업을 모색하는 홍성, LNG 발전소 건설에 저항하는 청주, 그리고 온실가스 대량배출 기업의 본사가 밀집한 서울로 발걸음이 어어졌지만, 기후위기의 최전선인 그곳들에 우리는 예상대로 유력 대선후보의 모습을 한 명도 볼 수 없었고 대선 후보들의 의제도 그 현장 최전선의 사람들을 비켜나 있었다. 오히려 대선 후보들은 신공항의 헛된 약속과 정쟁화된 탈원전의 잔해들을 남겨두었다. 개발, 성장, 발전의 선물 보따리를 뿌려대며 산업 전환의 부담은 외면하고 있었다.
▲ 기후바람 서울행동 참가자들이 여의도의 대선후보 캠프 앞을 행진하는 모습 ⓒ 기후위기비상행동
그러나 바로 이런 모습이야말로 기후위기의 단면이며, 대선 역시 기후위기를 초래한 정치와 사회 체제의 일부로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기후바람은 N개의 얼굴을 들고 렛츠피스의 드럼 소리와 함께 여의도 골목으로 들어섰다. '위기에 강한 대통령'을 말하지만 기후위기에는 전혀 강하지 않은 이재명 후보를 질타하고, 과학기술 만능론을 앞세우며 핵발전 활용을 주장하는 안철수 후보를 꾸짖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제 1의제로 삼은 심상정 후보를 격려하며 지나고 다다른 곳은 윤석열 후보 사무소 앞. RE100을 모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차기 정부에게 기후위기가 갖는 의미를 모르는 게 문제이지만, 유세를 떠난 선거 사무소 앞에서 우리는 소리라도 지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 기후바람 서울행동 참가자 모습 ⓒ 기후위기비상행동
마침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기다리던 CJ택배 노동자들과 조우했다. 서로의 의제가 같지는 않지만 왜 싸우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본 두 일행,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N개의 얼굴이고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배려와 연대의 사회 그리고 새로운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기후가 아니라 대선을 바꾸고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는 구호를 기꺼이 큰 소리로 같이 외친다.
▲ 기후바람 슬로건이 적힌 펼침막을 든 참가자 모습 ⓒ 기후위기비상행동
비상행동의 선언문은 말한다.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이겨내고 생명을 지키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이었다면 애초에 기후위기 없는 대선을 우려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정치와 사회 체제가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본질인 만큼 대통령 후보와 대선에 기후위기 해결을 의탁하는 것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 대선을 넘어서, 청와대를 넘어서 스스로 기후위기 해결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우리는 기후가 중요한 대선을 요구함과 함께, 기후가 대선 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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