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선에 빛바랜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여 "참정권 보장이 최우선, 혼선 재발 않아야" vs. 야 "부실한 투표관리, 참을 수 없는 분노"
▲ 5일 오후 서울역 앞 임시기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한지훈 기자 =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소 부실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치권이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사전 투표율이 30%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진·격리자에 대한 투표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여야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다.
여야, 앞다퉈 선관위 비판... 불씨 살아난 부정선거론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는 이날 확진자를 위한 투표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불량 투표용지가 배포되는 일도 왕왕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참정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며 "선관위와 당국은 9일 본투표에서는 확진자들의 불편과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투표권은 어느 상황에 있더라도 보장받아야 한다"며 "코로나 확진자분들의 투표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선관위가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확진자 사전투표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며 "선관위는 사과하고 본 투표 때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렇게 부실하고 허술한 투표를 관리랍시고 하는 선관위의 무능함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마음을 왜곡하는 그 어떤 형태의 불법·부정·부실 투개표를 용납치 않을 것"이라며 "오늘 투표하신 분들의 표가 도둑맞지 않도록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관위의 무능한 선거 관리로 국민의 소중한 투표권 행사가 심각하게 제약되고 침해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확진·격리자들의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고, 야당 선거 감시에만 몰두하다 보니 선거 현장이 엉망진창"이라며 "선관위는 오늘 벌어진 사태에 대해 국민께 명확히 설명하고 백배사죄해야 하며, 관계자들을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행안위원들은 이날 밤 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본투표 당일인 9일 최종개표 결과 초박빙으로 나올 경우 자칫 '사전투표 대혼란'이 부정선거 논란이나 불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정 선거론을 지속해서 제기해온 민경욱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사전투표하라고 그렇게 난리를 쳤으면, 그 사전투표가 부정투표로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국힘당(국민의힘)은 일언반구라도 언급하는 게 도리 아닌가"라고 말했다.
▲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 독자제공=연합뉴스
역대 최고 투표율엔 반색... "단일화 역풍" vs. "정권교체 열기"
여야는 투표 부실관리 논란이 돌연 불거지기 전까지는 높은 사전 투표율에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은 최근 야권 단일화로 역풍이 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권 투표율이 50% 안팎까지 치솟자, 야권후보 단일화로 인한 위기감에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김영진 사무총장 겸 선대위 총무본부장은 이날 의원들에 보낸 문자에서 "광주·전남·전북에서의 높은 사전투표율은 단일화에 대한 강한 반작용으로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 같다"며 "여론조사도 그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석연찮은 야권 단일화에 대해 기존 안철수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 등 잡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 지지 세력도 결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엄청난 역풍이 불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재명 후보 측) 결집의 강도와 내용이 훨씬 더 센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누구를 찍었든 그것은 우리 국민의 위대한 의사 그 자체이고 그 의사를 이어받아서 국민통합 정치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같은 정치인의 소명"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역시 높은 사전 투표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당원들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사전 투표율과 관련,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우리 국민이 얼마나 많은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철규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통화에서 "정권 교체 열기가 분출했다"며 "당 지도부가 사전투표를 독려한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본 투표를 포함한 최종 투표율이 80%를 돌파할 수 있다"며 "투표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큰 격차로 승리할 것이라는 게 우리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패색이 짙었던 5년 전 대선과 비교해 투표 참여 유인이 커졌다는 데 주목하기도 했다.
김은혜 선대본부 공보단장은 통화에서 "정권을 되찾아올 가능성이 열렸다고 보고 지지층이 결집해 투표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보다 높은 호남 투표율에 대해선 민주당과 반대로 해석했다.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호남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ARS 여론조사 수치상 호남 예상 득표율과 비슷해질 것"이라며 "호남의 선택은 진취적이고 변화를 지향하는 방향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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